길라 과학 예술 학교 - 과학과 예술이 집중화된 공립 초등학교


이스라엘의 교육 현장을 살펴보면서 공립 중고등학교에 예술 교과를 배우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초등학교에는 미술이나 음악, 체육이 주당 한 번 정도 있긴 하지만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미술이나 음악 교과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분야를 공부하기 원하면 관련 중고등학교를 찾아 입학하거나 사설 교육 기관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는데 이스라엘의 예술 학교를 알아보던 중 길라 과학 예술 학교를 발견하게 되었다.


길라 과학 예술 학교는 공립 초등학교이면서도 특이하게 과학과 예술 분야 전문 학교이다. 1979년 예루살렘에 세워진 이래 현재 200여명의 재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이 학교의 교육철학은 언어, 예술, 과학, 이스라엘 문화 유산의 가치를 알고 배우고 전수하면서 그것을 사회와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등교시간은 오전 8시이며 오후 1시 반에 하교 한다. 매 수업은 50분간 진행되며 연속 2교시를 하고 휴식시간 20분을 가진다. 과목은 과학 교과, 예술 교과, 수학, 영어, 토라, 컴퓨터 등을 배우는데 사실 커리큘럼 내용 외에는 모든 면에서 일반 공립 학교와는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제 일반 학교와 다른 길라 학교의 특별한 점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학교 풍경들>


특별한 점 1, 예술이 핵심 커리큘럼에 통합되는 통합 커리큘럼

길라 학교의 특별한 점은 예술 통합 커리큘럼이었는데 이는 학생들이 과학과 예술 과목들을 함께 접함으로 통합적인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과학과 예술 수업은 다양한 사고 방식을 개발시키고 지식의 폭과 응용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로 과학 교과와 문학, 시, 과학, 무용, 드라마, 음악 등을 서로 통합하여 수업을 진행 하고 있었다.


예술 통합 커리큘럼의 예)

  • 과학+미술 - 생물 교과에서 조류에 대해 배운 후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작품을 제작했다.

  • 과학+미술 - 지구과학 수업에서 태양계를 배우고 행성과 태양 사이의 거리와 비율을 그대로 축소하여 태양계 모델을 만들었다.

  • 과학+미술 - 보온 재료와 열도체에 대해 배운 후 사막의 뜨거운 모래 위에서 하이킹 할 수 있는 샌들을 만들어서 착용해보았다.

<학생들이 만든 태양계 모형/열도체를 이용한 사막에서 신기 좋은 샌들 만들기>

  • 과학+미술 - 기름이 주요 모티브인 하누카에 학생들은 기름 램프를 가지고 어떻게 그것이 연소되어 불 타는지 과정에 대해 배웠다. 학생들은 찰흙으로 직접 기름 램프를 덮어 디자인하고 나만의 하누카 램프를 만들었다.

  • 음악+문학(언어) -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배우고 낭송하면서 히브리어 시의 상징, 은유, 어휘 및 창의력을 파악했다. 그리고 곡조에 대입하여 노래를 만들어보고 연극으로도 표현했다.

  • 환경+미술 - 환경 문제와 재활용의 중요성을 공부하고 재활용품으로 학교 꾸몄다. 이 학교에서도 분리수거와 재활용은 중요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다양한 통합 교과 수업 모습들>


특별한 점 2, 과학, 예술 관련 전문 교과 과정

길라 과학 예술 초등학교는 이름답게 과학 분야와 예술 분야에 집중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생물, 환경 프로그램의 예)

  • 1,2 학년은 씨앗에 대해 배우고 견과류와 참깨에서 직접 기름을 추출해보았다. 또한 1학년은 지역 구청의 녹지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학교 근처 빈터에 화초를 심기도 했다.

<기름추출실험/식물심기>

  • 3,4,5학년 학생들은 학교 정원에 친환경 거름을 만들어 땅을 고른 후 식물을 심었다.

  • 5학년 학생들은 옥수수 씨앗의 구조와 구성에 대한 실험을 하며 전분의 유무를 알리는 지표인 요오드를 사용하여 여러 씨앗들에 전분 유무를 확인했다. 이어 각종 채소 안의 비타민 C를 요오드 용액을 이용하여 측정하면서 인간의 건강을 위해 비타민의 중요성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다.

  • 6학년 학생들은 학교 입구에 전시해놓은 관상용 식물들의 이름과 학교 운동장에서 자라는 나무 종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해서 퀴즈 대회를 열기도 했다.

<다양한 식물 이름 배우기>

<일란 라몬 대령 우주 경연 대회>


특히 4학년, 6학년의 25명 과학 우수 학생들은 교육부와 연계된 과학기술부 산하 이스라엘 우주국의 이스라엘 최초의 우주 비행사 ‘일란 라몬 대령 우주 경연 대회’에 참여했다. 이 경연대회는 1년 간 5단계로 진행되는 대회로 과제, 온라인 퀴즈 참여, 지역 사회 활동 계획 및 실행, 모델 제작 등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경연대회의 목표는 학생들로 하여금 생활 속에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호기심을 일으켜 체계적인 창의적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과정은 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의사 결정과정과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팀웍을 배울 수 있다.


미술 프로그램의 예)

  • 3,4,5,6학년 학생들은 세계적인 화가들의 삶과 예술 세계에 대해 배우고 선정된 작품을 보고 나만의 표현으로 다시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작품을 반 친구들 앞에서 소개하며 나의 생각과 의도를 발표하기도 했다.

  • 또한 빛의 절기인 하누카를 맞아 학생들은 빛의 예술인 스테인드 글라스를 직접 만들어보았다. 검정 판과 셀로판 종이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디자인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완성하고 전시를 했다.

<학생들이 명작을 재해석해서 그린 그림>

<학생들이 만든 하누카 스테인드 글라스와 하누키아 촛대>


특별한 점 3, 연중, 월중, 주중 주제별 수업

이 학교는 연례 주제와 매달, 매주 주제에 맞게 전체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올해의 연례 주제는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이었다. 그 일환으로 지금 살펴볼 수업의 한 주간의 주제는 이스라엘 알리야였다.


고학년 학생들은 이름과 정체성에 대한 수업을 했다. 개인의 이름은 가정과 태어난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대인 이름에 담긴 문화적 가족적 맥락을 이해하면서 이름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자신이나 혹은 선조들이 알리야 전에 살던 나라에 대해 소개하고 자신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었다.

저학년 학생들은 이민자 이야기를 다룬 연극과 동화책을 보고 각자의 생각을 나눴고, 학부모들이 참여하여 자신의 알리야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스라엘 건국 초기부터 현재까지 자리잡고 살던 나라를 떠나 이스라엘로 알리야를 해서 이렇게 국가를 세워온 이민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고 발표를 했다.

<알리야 연극과 책을 읽고 나눔>


이 알리야 주제가 속한 달의 주제는 단일성과 다양성이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나라들에 흩어져 살다가 알리야를 해왔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 부분에 대해 심도있게 배웠다. 고학년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 신념, 세계관이 다른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속에서 이러한 이질적 그룹들이 어떻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하나가 되는지에 대한 주제를 갖고 수업을 진행했다. 화합과 하나됨에 있어 획일화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연결되고 협력하여 국가적인 공통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들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나눠보았다.


이스라엘의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길라 학교의 수업도 학생들의 토의, 토론을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별한 점 4, 영재 육성 ’아미림’ 프로그램

<영재 학생들을 육성하기 위한 아미림 프로그램>


아미림 프로그램은 교육부 주체로 교육부가 선정한 4-6학년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차원에서 진행하는 과학수학 영역의 특별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고차원적 사고를 개발하는 특정 주제를 학습하는데 사고 전략을 사용하여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경험하게 된다.


길라 학교가 진행한 아미림 프로그램의 예를 보면 한 그룹의 주제는 탐험가에 대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각자 리서치 분량을 정해서 역사상 중요한 세계 탐험가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세계와 문화 유산의 7대 불가사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여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발표를 했다.

또 다른 그룹은 조류 관찰 그룹이다. 학생들은 조류의 비행법, 색깔, 속성, 울음소리, 서식지, 음식 등에 대해 배웠다. 이 그룹은 조류 관찰 전문가 하임 모얄 박사의 지도 하에 조류 서식지로 관찰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3년째 진행되는 여행은 카르멜 키부츠와 나쉬 솔림 키부츠 근방을 방문하여 습지와 조류 서식지를 관찰하는 여행이다. 학생들은 쌍연경으로 새를 관찰하며 머리로 배웠던 지식을 실제로 확인하는데 큰 관심과 흥미를 보였다.

<아미림 조류 관찰 여행>


조류 관찰 그룹은 근처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참새와 다른 새의 차이점에 대해 배우고 지역 사회에 사는 참새 개체수의 규모가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토의를 하면서 참새 수의 변화가 도시화 과정이나 녹지의 감소 등과 연관이 있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새를 보호하기 위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부분도 나눠보았다. 그리고 해마다 이스라엘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조류에 대해 전국적인 조사를 실시하는데 참여하여 현장에 나가서 쌍연경을 이용해 근처를 다니며 자신이 발견한 새들을 메모 후 나중에 수를 합산해보았다. 학생들에 의해 확인된 새들은 참새, 까마귀, 회색까마귀, 집비둘기, 독수리 등이었는데 조사 결과를 전체 조사 웹 사이트로 보냈다.


길라 학교는 유대인 학교 답게 유치원 자원봉사와 장애기관 기금 마련 등 자선에도 힘쓰고 있었다. 학교 소개를 마치며 여담으로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이스라엘이고 예술 학교 임에도 불구하고 반지 착용 금지, 머리 염색 금지, 매니큐어 금지, 무릎 길이 이상의 옷, 쪼리나 슬리퍼 금지, 언어적, 신체적 폭력 금지 등 학교의 교칙이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이것을 어기는 학생의 경우 교사의 3회 경고 후에도 행동이 수정되지 않으면 학부모와 면담을 하게 되고 그리고 징계 위원회에 따라 정학 처분을 내리게 된다고 한다. 주위에서 학교 평을 들어보니 학생들 사이의 교내 폭력 문제가 심심지 않게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로 인해 더 엄격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살펴본 길라 과학 예술 초등학교는 공립 학교 임에도 예술 통합 커리큘럼과 과학 예술 심화 프로그램을 집중 교육하여 아이들의 재능과 호기심을 키워주는 학교였다.


<참조: http://www.gilo.manhi.org.il/home/P100.jsp>

#현장취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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