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소수 민족 드루즈 교육의 현장, <오르트 론손 고등학교>

이스라엘 교육 체계 속의 드루즈 문화가 조화를 이루어,

학문, 도덕, 사회적 가치를 이끄는 드루즈 리더십 양성


이스라엘의 드루즈 족

이스라엘은 현재 815만명 가량의 인구 중 유대인이 75%정도, 아랍인 20%정도, 나머지 5%정도의 드루즈인, 베두인, 체르케스트인 등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유대인이라고는 하지만 2천여년간 다양한 나라에서 흩어져 살다가 왔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다문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한 국가로서의 통합을 이루는 나라라고 볼 수 있다. 그 중 드루즈(Druze)족은 보수적인 종교공동체 소수민족으로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종족이다. 이스라엘에는 약 90만명 정도로 22개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데, 대부분 산족으로 갈멜산과 갈릴리 북부, 골란 지역에서 살고 있다.

<갈멜산 정상 부근의 드루즈 마을/오르트 론손 학교 입구>


이들은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전부터 시오니스트 공동체와 유대관계를 형성했으며 건국 후에도 중앙정부에 소속되어 이스라엘 국민으로서 살고 있다. 중앙정부는 드루즈 자치정부에 자치권을 주어서 이스라엘 국민이지만 자신들 만의 문화와 관습을 고수하며 폐쇄적인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남성들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후 이스라엘 방위군으로 입대하여 병역의 의무도 감당하는데 이는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은 군대를 가지 못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또한 대통령 경호 실장이 지금까지 드루즈인이라고 하며 매 정권마다 두르즈 정치인들이 내각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슬람의 한 분파인 드루즈교를 믿는데 이는 모세의 장인 이드로와 그의 지혜서를 주축으로 믿는 종교이다. 무슬림과 달리 일부일처제이며 이방인의 개종이나 결혼은 금지되어 있다. 아랍문화권에 소속되어 있어서 언어는 아랍어를 쓰고 할랄을 지킨다.


오르트 론손 고등학교 일반정보

하이파 갈멜산 정상 기슭에 있는 드루즈 마을 우스피아에는 오르트 론손 고등학교가 있다. 오르트 론손 고등학교는 1991년 설립된 학교로 학생 25-30명씩 전체 12반으로 이루어져 있는 규모이다. 이스라엘 교육부에 소속된 오르트 교육 네트워크 산하의 고등학교로 드루즈의 색깔이 가미된 흥미로운 학교였다.

<오트론손 학교 학생 출입문>


이 학교는 대부분의 교과과정은 여느 유대인 고등학교와 비슷했으나(수학, 과학, 사회과목들) 특이한 점은 아랍어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드루즈족에게는 아랍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히브리어가 제2외국어, 영어가 제3외국어인 것이다. 국어 수업은 아랍어를 배우고 히브리어는 주당 7-8시간, 영어는 주당 6시간 정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일부 과학 과목과, 수학 과목은 용어가 히브리어로 정립된 것이 대부분이라 학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히브리어로 수업을 한다고 한다. 교과목은 언어과목들, 수학, 과학과목들, 사회과목들, 종교수업이 있었고 예체능은 배우지 않았다. 일과 시간은 오전 8시부터 2-3시까지였다.

<수업 모습들>


다른 특이한 점은 종교수업이었다. 매주 2시간씩 있는 종교수업에서는 드루즈교를 가르치는데, 학생들 중 10% 가량을 차지하는 아랍 기독교인들과 아랍 무슬림 학생들은 종교수업시간에 밖으로 나가 자유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학교도 역시 과학에 관심이 많은 이스라엘 학교 답게 과학 심화반이 있었다. 학생들 중 수학, 과학 우수자들을 뽑아 편성한 메카트로닉스 반을 운영 중이었는데 매해 우수 학생 수에 따라 한반에서 두반 정도가 운영되며 일반 과정보다 과학 계열에서 2과목을 선택하여 심화 학습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첨단 정보통신과 컴퓨터 기술, 로봇 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하며 지난 해에는 학교 최초로 11학년 메카트로닉스 반에서 9명의 재학생들이 이스라엘 과학세미나에서 발표도 진행했다고 한다.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졸업 후 테크니온 공대나 타대학 혹은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기술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메카트로닉스 반 학생들, 드론 만들기>


오르트 론손 고등학교의 특징 - 활발한 사회 참여 활동들

오르트 론손 고등학교는 그간 방문한 고등학교에 비해 사회 참여 활동이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이는 학교의 교장 수 박사의 교육 비전인 ‘학생 개인의 성향과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며, 사회-다문화 공동체를 강화하는 교육시스템을 추구함으로서 이스라엘 국가의 보편적 가치와 드루즈 문화의 정체성을 지닌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또한 드루즈 종교의 핵심 교리인 ‘진리와 정의를 말하라,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부분과 맞닿아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학교의 가치기반 사회 참여 프로젝트는 필수 이수 과정으로 선행 주간에 단체로 나가기도 하지만, 개인별로 졸업 전까지 60시간을 채워야 한다. 학기 별로 단체 활동을 제외하고는 개인이 알아서 원하는 활동을 신청한 후 방과 후에 시간을 정해서 나가면 된다.

<지역사회 봉사>


가치기반 사회 참여 프로젝트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데 단체나 기관 활동과 개인 취미 활동을 통한 사회 참여가 있다.

그중 오르토브 프로그램은 자원 봉사 활동으로 주로 유치원, 요양원, 장애인시설, 병원을 방문하여 돕거나, 지역사회 청소나 조경 등을 돕는 활동이다. ‘해바라기 프로젝트’는 소아과 병동을 방문하여 환아들을 돕고 놀아주는 프로그램인데 많은 학생들이 참여 중이다. 병원 측과 시간을 조율하여 학생들이 방문하여 어린이들과 미술 작업을 하거나, 풍선 아트, 게임을 같이 한다고 한다.

<유치원, 요양원 자원봉사>


넵튠 활동은 미래 비즈니스 리더십들이 될 학생들의 기업가정신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역자치정부, 교육부와 연계하여 연례연구까지 진행하며 진행 중이다. 드루즈 인들 중에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이 많다. 친이스라엘리 아랍계 민족으로 유대인이나 무슬림이 할 수 없는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무역을 중개하여 부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부분을 좀더 전문적으로 개발하려는 학교의 노력이 엿보인다.

개인 의무 활동은 지역소방서나 지역경찰서, 자치정부기관, 지역교육기관 등을 방문하여 사회적 의무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 해 2학년 학생들 중 신청자들이 지역 경찰서에 가서 자원 경찰관으로 봉사했다고 한다. 그들은 경찰관에게 직접 수상한 물건이나 차량을 알아내고 수색하는 법, 검문 검색 및 도로 통제 방법, 폭력 없는 도시 만들기, 순찰 등의 교육을 받았고 실제로 경찰관들을 보조하며 동네 치안 및 경찰 업무에 참여했다고 한다.

<장애인 시설, 경찰서 자원 봉사 활동>


그 외에도 글쓰기를 통한 사회 참여 활동도 있다. 다양한 사회 주제들인 군문제, 학업문제, 직업과 가정, 폭력 없는 도시 방안 등 특히 윤리적 문제에 관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해 2학년 중 6명의 학생들이 하이파 대학 리더십 개발 프로젝트를 이수하면서 지역자치정부와 연계한 학생 협의회 윤리 강령을 작성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해 1학년 학생들의 참여했던 활동들을 보면 람밤 병원 자원봉사, 혈액 수혈관련 봉사, 구조대 자원봉사, 전국 학생 지도자 모임 참여, 작가와의 만남, 평화를 위한 통로 프리젠테이션, 인본주의 교육 프리젠테이션, 젊은 대사 프로그램 등 많은 활동들이 있었다. 담당 교사가 있고 원하는 파트를 선택한 학생들이 모여서 같이 진행한다.

<다양한 사회 활동 모습>


취미 활동을 통한 사회참여에는 농구부, 연극부, 사진부 등이 있었다. 농구부는 정기적으로 지역의 초중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쳐주고 있었고, 사진부는 하이파 대학 미술학부로 진학한 선배들의 지도 하에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연극부는 활동이 활발한데 매년 다양한 부정적 사회 현상과 문제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극을 올리고 있었다. 지난 해 폭력과 약물 중독 문제에 대한 영화를 제작했고, 드루즈 문화 유산에 대한 뮤지컬을 제작하기도 했다. 드루즈 문화 유산 뮤지컬은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행사가 되었는데, 학부모 위원회에서 제작 기금 마련을 진행하였으며, 졸업생들 중 배우나 가수로 활동하는 선배들이 총동원되어 진행되는 등 지역사회 축제의 장이 되었다고 한다.

<연극부 모임과 공연 관람, 흰 모자와 스카프를 쓰고 있는 학생들은 종교 드루즈인이다>


오르트 론손 고등학교는 이스라엘 교육 체계 속에서도 자신들의 드루즈 정체성을 지키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부 북쪽 지역의 드루즈 마을에서는 여성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인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유대인 문화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우스피아 마을에서는 다행히 여성도 고등학교 졸업을 할 수 있고 똑똑하면 대학도 진학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드루즈 사회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직업은 매우 한정적이다. 오르트 론손 학생들은 이스라엘 국민이지만 드루즈 문화에 속해있다보니 그런 부분에서는 별다른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아 보였다. 특히 여학생들은 유대인들에 비해 교육을 향한 열의나 자기실현을 향한 열정이 많이 낮아 보였다.

오르트 론손 고등학교의 전체적인 느낌은 학업 스트레스가 없는 학교로, 많은 사회 활동을 통해 드루즈 사회 문화 유지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느낌이 강한 학교였다. 이번 방문을 통해 다문화를 존중하는 이스라엘의 교육의 큰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참조 : www.ronsonc.ort.org.il>

#교육 #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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