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초등학교 졸업식-졸업생이 주인공이 되어 만들어가는 축제의 시간

이스라엘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살아가다보니 여러가지 한국과는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학부모로서 이스라엘 교육의 현장을 접하고 경험하면서 느끼는 점들에 대해 글을 써오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참석한 이스라엘 공립 초등학교의 졸업식에 대해 쓰려고 한다. 이스라엘의 학기는 한국과 달리 9월에 시작하여 6월 말에 끝나기 때문에 졸업식도 6월 말에 열렸다.

<초등학교 졸업식 초대장>

평일 저녁 6시 반. 초대를 받은 졸업식이 열리는 공연장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내가 생각하는 졸업식과는 시작부터 다르다. 졸업식 하면 학교 전체의 큰 행사로 평일 오전에 학교 강당 같은 곳에서 열렸었다. 각종 상인이 교문 앞에 늘어서 있었고 가족 친지들은 꽃다발을 한아름씩 안고 모여들었다. 졸업식은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과 우수한 학생들의 상장 및 표창장 수여, 졸업생 대표와 재학생 대표의 축사 그리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라는 노래를 불렀던 거 같다. 그렇게 식이 끝나면 가족들과 정든 교정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맛있는 외식을 했던 기억이 난다. 몇몇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밀가루와 계란을 던지며 졸업의 기쁨을 표출하기도 했었다.

<반별로 입장하는 아이들>


이스라엘 초등학교 졸업식은 한국의 것과는 매우 다른 형태였다. 이 학교는 학교가 아닌 공연장을 대여하여 저녁시간에 졸업식을 열었다.(학교 강당에서 하기도 한다고 한다.) 재학생들은 참여하지 않았고 졸업생들과 그의 가족 지인들만 참석했다. 게다가 꽃다발을 들고 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국식으로 나만 꽃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7시가 조금 넘자 교장 선생님의 오프닝 멘트와 함께 반별로 줄지어 입장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모두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제작해 맞춘 하얀색 면티를 입고 있었다.

<아이들의 진행에 맞춰 교장 선생님 입장, 왼쪽에 아이들이 꽃을 들고 서 있다>


아이들 세 명이 나와 진행을 맡았다. 제일 첫 순서는 교장 선생님의 축사였다. 이어 각 반의 담임 교사 세 명이 나와서 축사를 했다. 식장에 들어섰을 때 무대 옆에 놓여있던 꽃다발들이 눈에 띄었었는데, 아이들은 선생님들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꽃을 선사했다. 이들에게 있어 졸업식의 첫번째 의미는 자신들을 잘 지도하고 가르쳐준 스승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수료식이 이어졌다. 교장 선생님은 졸업생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했고, 아이들은 무대로 올라와 각 반 담임에게 졸업장을 받고 포옹을 나누고 내려갔다. 이들에게 졸업식의 두번째 의미는 말 그대로 초등 전과정을 수료한 졸업의 의미였다.

<한 명 씩 올라와 수료증을 받고 포옹을 나눈다>


이제 본격적인 아이들의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제작한 3분 가량의 학교 소개 영상이 먼저였다. 이어 졸업생 아이들이 준비한 연극의 막이 올랐다. 아이들은 연극, 춤, 노래 중에 한 가지 파트를 골라서 한달 간 학교에서 수업 대신 맹연습을 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준비하면서 하기 힘든 영역은 관련 특별 활동 교사에게 도움을 구하며 모든 과정을 아이들 스스로 주도해서 진행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제작한 학교 소개 영상>


연극의 내용은 어떤 중학교가 가장 좋은 중학교일지 찾아 다니는 내용과 초등학교에서의 추억을 더듬는 내용들이었다. 1시간 이십 분 가량 진행된 공연은 연극이 주를 이루었고 막이 끝날 때마다 댄스 팀이 나와서 군무를 펼쳤다. 이때 노래를 맡은 아이들이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3막의 연극과 세 번의 춤과 노래가 끝나고 나서 마지막 노래를 모두가 함께 열창하며 무대 인사를 했다. 마지막 노래는 모든 것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토다’라는 노래였다.

하나로 어우러져 노래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으며 아이들의 얼굴에 가득한 만족감과 즐거움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 졸업식의 세번째 의미는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마음껏 펼쳐서 오신 분들과 함께 졸업의 기쁨을 나누는 축제의 자리였다.

<공연 모습>


이스라엘 초등학교의 졸업식을 참석하며 이제껏 이스라엘 교육 현장을 경험하며 동일하게 느껴왔던 한 가지와 그 맥락이 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학생의 ‘독립적인 자기주도성’이었다. 한국은 졸업식 조차도 학교나 교사의 주도 아래 이루어지고 학생들은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고 만다. 또한 전체가 졸업식의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상장 및 표창장 수여자나 우수학생들이 졸업식의 중심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에 비해서 이스라엘의 졸업식은 학생들이 다같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학생 중심적인 형태였다. 상장 수상은 전혀 없고, 졸업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호명되며 일일이 단으로 나와 수료장을 받는다. 그리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준비하고 연습한 공연을 통해 다 함께 졸업의 기쁨을 나눈다. 졸업식의 주체이자 주인공은 바로 졸업생 자신이 되는 것이다.

<'토다'라는 노래로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다>


특히 식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경험한 유대인들은 예의와 체면문화가 아니라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람들로 흔히 말하는 ‘후츠판’정신, 즉 나이와 지위와 상관없이 동등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제시하고는 한다. 내가 학교에서 봐온 학생들의 ‘후츠판’은 긍정적인 배움을 촉진시키는 도전 정신이라기 보다는 선생님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버릇이 없는 안하무인의 모습이 더 많았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교사에게 표현하는 감사와 존경이 가식이 아닌 진심인 것임을 알기에 감동이 되었다.

이스라엘에서 7년을 살며 내가 관찰자로 경험한 교육에 대한 이런 저런 글들을 써왔지만 아직도 알려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그 한 걸음으로 이번 졸업식에 참석하며 이스라엘 교육의 한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고 생각할 수 있었다.

#교육 #학교문화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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