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한국을 잇는 사람이 되길, 유대인 릴라크 씨 이야기

‘선명한 향기의 소용돌이, 눈앞에 그려지고, 오래도 앓았던 현기증은, 꽃보다 만개하고, 감은 눈 속에 스며 넌 스며, 넌 스며 오직 나만 보게 해(VIXX의 노래 '향' 중)’


어느새 나이가 마흔에 들어서고 외국에서 오래 산 탓인지 요즘 한국 가수들은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특히 인원이 많은 아이돌 그룹들은 거기서 거기로 비슷해보이고 가사를 들어도 비트와 랩이 익숙치 않아서 잘 알아 듣지도 못하겠다. 그런데 낯선 이스라엘 땅의 유대인 친구가 이 노래를 들으며 따라 흥얼거리고 있었다.


“아. 이 노래 다 이해가 되세요?”

“아뇨. 제 한국어 실력으로는 조금 어려워요. 그래도 좋아요.”


활달하고 밝은 인상을 가진 그녀는 스물 여덟 살의 유대인 릴라크 씨이다. 한국을 좋아해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국을 좋아하는 유대인, 릴라크 씨>


나의 이름은 이유리

릴라크 씨는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 ‘아시아스터디’ 학과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졸업생이다. 아시아스터디 학과는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 사회와 경제, 정치와 국제 관계, 철학과 예술 등을 연구하여 이스라엘과의 경제, 무역, 외교, 교육, 관광 등의 다방면에서의 원활한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학과이다. 릴라크는 씨는 중국, 한국, 일본, 인도 등의 나라들 중에서 한국을 선택하여 세부 전공을 했다.


“저는 한국이 좋아요. 학교에서 개설된 한국어 강좌를 듣다가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2015년 한 학기, 4개월 간 인제대학교로 교환 학생을 다녀왔어요.”


그간 내가 만나 온 한류에 빠진 이스라엘 청년들 대부분은 아랍계 이스라엘리이고 유대인은 드물었기 때문에 조금 신기했다. 왜 한국이 좋냐고 묻자 바로 대답을 한다.


“노래나 드라마도 좋고요. 음식도 좋고, 친절하고 예의 바른 한국인들도 좋아요. 외국인에 대해 오픈마인드예요. 그 때 친했던 친구들과 오늘도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친구들이 지어 준 한국 이름이 ‘이유리'. ‘유리야. 잘 지내니? 보고싶다...’ 친구들과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다보면 한국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삼겹살, 라면, 떡볶이, 짜장면, 비빔국수, 불닭...아. 먹고 싶네요."


한국 음식들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 것을 들으면서, 보통 한국을 방문한 내 유대인 친구들은 '다 좋았는데 먹을 음식이 없었다'고 주로 말하던데, 그녀는 코셔를 지키는 유대인은 아니구나 짐작을 해본다. 현재 릴라크 씨는 하이파에 있는 무역 회사에서 주로 한국, 중국, 터키를 담당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지낸 추억의 시간들>


한국과 이스라엘이 조화를 이룬다면 최고

그녀가 직접 경험한 한국의 좋았던 점과 안 좋았던 점이 궁금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의 좋았던 점은 사람들이에요. 사람들이 아주 예의 바르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크고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어요.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도 좋고요. 단점은 박근혜 정부가 너무 근본주의적이라 북한과의 관계도 강경하고, 세월호에도 잘 대처하지 못했던 점이 제가 생각한 안 좋은 점이에요. 이스라엘도 그렇지만, 빈부격차가 너무 크고 복지나 경제 시스템 상의 구조적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도 큰 문제 같고요.”


아. 이야기를 들으며 사실 좀 놀랐다. 그냥 길 찾기가 불편했다던가,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한다던가 하는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정치 이야기를 한다. 동아시아 특히 한국의 정치를 전공했다는 것을 떠올리며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문재인 정부가 훨씬 낫다고 봐요. 기본적으로 대화에 열려 있고 함께 하려는 자세가 지금의 남북 대화의 국면을 만들어내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데 이스라엘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근본주의적이고 과격한 트럼프 대통령을 너무 따라가지 말고 조심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의 의견을 누구 앞에서건 분명하고 명확히 전달하는 유대인들의 면모를 릴라크 씨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이나 벤처 등 창의적 사고의 원천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저는 유대인들이 창의적인 것은 이스라엘 교육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저흰 어려서부터 누구 앞에서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질문하는 문화예요. 유대인들이 그래서 틀에 갇히지 않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반대로 그만큼 아이들을 풀어주고 다 받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당돌하고 버릇이 없고 권위에 잘 순종하지 못하는 점은 문제예요. 한국인들도 유대인처럼 똑똑한데 권위에 너무 복종하는 문화이다보니 무척 예의바르고 어른을 존경하는 부분은 훌륭하지만 그 부분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방해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이스라엘과 한국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

<이스라엘과 한국을 잇고 싶어요>


똑소리나고 야무져보이는 릴라크 씨는 유학을 가기 위해 직장 생활을 하며 돈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동아시아 정치학을 더 깊이 연구하고 싶다고. 그리고 전문적으로 일을 하면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한국어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인을 보면 열의 일곱 여덟은 ‘니하오’라고 인사를 하는 이스라엘에서, 한국을 좋아해주고 잘 아는 유대인 릴라크 씨와의 만남은 즐겁고 유쾌했다. 그녀가 바라는 대로 유학의 꿈도 이루고, 한국어 실력도 더 쌓아서 이스라엘과 한국을 잇는 멋진 가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교육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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