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치원의 오순절(샤부옷) 행사

호히트 유치원을 다시 찾은 날은 이스라엘의 3대 절기 중 하나인 샤부옷(오순절) 행사를 하는 날이었다. 주로 하얀색 옷을 입은 아이들이 밀 이삭과 예쁜 꽃들로 장식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이스라엘의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행사 때마다 흰색 옷을 입는다. 아이들은 이미 선생님이 각자에게 할당해 준 유제품, 초코우유와 요거트, 치즈 류 중 한 가지를 집에서 가져와 간식으로 나눠 먹은 후였다.


선생님은 바깥에서 샤부옷에 대해 설명해주고 옛날 이야기처럼 룻기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7가지 소산물(밀, 보리, 포도, 석류, 무화과, 올리브, 대추야자)을 그림에 맞게 분류하며 만져보기도 했다. 이 날의 샤부옷 행사는 학부모 중 자원한 엄마가 만들어 온 치즈케익과 치즈피자를 먹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샤부옷의 7곡식에 대해 직접 만지며 배운다/치즈케이크를 먹는 아이들>


아이들의 샤부옷 행사를 지켜보며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왜 유제품을 먹는 것일까? 왜 룻기를 이야기해주는 것일까?


신약의 성령강림절로만 알았던 오순절(칠칠절)은 원래 유대인들이 출애굽 후 가나안 땅에서 농경생활을 시작하여 밀과 함께 첫 수확을 바치는 추수 감사제의 성격을 띤 절기이다. 유월절 이후 매일 오메르를 계수(유대인 식 날짜 계산법)하여 50일째 되는 날이 오순절인데 그전 49일 간은 33일을 제외하고는 몸의 털도 깍지 않고 결혼식이나 즐거운 행사도 안하며 근신하며 지내다가 오순절을 맞으면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유대인들은 샤부옷을 모세가 시내 산에서 율법을 받은 날이라고 생각하여 중시 여긴다.


현재 이스라엘의 샤부옷 전통들을 보면 종교적인 유대인은 회당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토라와 관련된 신명기를 토론하며 공부한다. 그리고 룻기 말씀을 읽고 향기나는 식물이나 꽃들로 집과 회당을 장식하기도 한다. 여기에 우리가 설날 떡국, 추석에 송편을 먹듯이 이들은 우유나 치즈 같은 유제품을 먹는다.


먼저 샤부옷에 유제품을 먹는 이유에 대해 유대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글쎄,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유대인 답게 그 옆의 모르는 학생들 몇 명이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광야에서 토라를 받아 집에 온 이스라엘 백성이 배가 고파서 복잡한 코셔 식대로 요리를 해먹을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급한 대로 우유와 치즈로 배를 채웠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반우스갯소리처럼 우유를 따라 놓고 토라를 받아서 왔더니 그것이 굳어져 치즈가 되어 있어서 먹었다고 했다.

<유치원의 샤부옷 장식물들>


유대인 전승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토라를 받기 전에는 코셔에 의한 음식 규례나 육류 도축법 등이 없었기 때문에 내키는 대로 먹고 있었단다. 때문에 토라 식대로 보면 집 안의 모든 그릇과 집기들은 부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샤부옷 날 고기류를 모두 먹지 않고 그릇이나 용기들을 깨끗하게 하는 정결작업을 할 동안 유제품을 먹었다는 것이다. 또한 우유를 말하는 히브리어 ‘할라브’의 문자수가 40인데 모세가 토라를 받기 위해 40일을 머물었던 것과 같은 수라고 한다. 조금은 '썰'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유대인들은 샤부옷 때 유제품을 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룻기일까? 유대인들이 최고의 왕으로 존경하는 다윗 왕이 태어나고 죽은 때가 샤부옷이며 그는 룻의 후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룻기서의 사건의 배경이 된 추수 때가 바로 샤부옷의 시즌이며 '룻'의 문자수 606과 율법의 개수를 연관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다른 주장으로는 이방인인 룻이 유대인이 되어 토라의 언약 안에 들어가는 내용과 룻기의 주제가 되는 사랑과 친절이 토라의 메인 주제와 일치한다는 점 등이 하나님께 토라를 받은 샤부옷과 맞기 때문에 룻기를 읽는다고도 했다.

<유치원에서 만든 샤부옷 만들기/아름답게 장식된 샤부옷 테이블에서 먹는 피자>


이런저런 궁금증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자료도 찾아보면서 상당 수 유대인들은 샤부옷의 자세한 배경을 잘 모르고 그저 문화적으로 지내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유치원에 앉아있는 꼬마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로 그저 토라를 받은 날 혹은 꽃을 장식하고 맛있는 치즈 음식들을 먹는 즐거운 날로 기억할 수 있다.


바라기는 빛나는 눈망울을 가진 이 아이들이 오순절에 숨겨진 더 깊은 의미인 부활의 첫 열매 되신 예수님과 성령님을 우리에게 주신 그 기쁨의 의미를 언젠가 그의 삶에서 깨달아 유대인으로서 진정한 샤부옷을 기념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학교문화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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