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문화체험> 알론 초등학교에서의 유월절 세데르

알론 초등학교를 방문한 날은 마침 유월절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공립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유월절 행사를 지켜볼 수 있었다. 원래 올해는 4월 첫째주가 유월절 주간인데 그 전주 부터해서 2주간 학교가 유월절 방학이기 때문에 세데르를 방학 전날 한다고 했다.

신축된 지 얼마 안되는 깨끗한 강당 안에는 간이 테이블들이 하얀 테이블보를 깔고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흰 옷을 입고 학년 별로 입장했고 반 별로 정해진 테이블에 앉았다. 전교 인원이 많지 않다 보니 다같이 유월절 세데르를 진행할 수 있었다.

세데르는 어린이 하가다에 맞춰 진행되었는데 중간 중간의 노래 부분은 반 별로 아이들이 준비하여 앞에 나와 하기도 했다. 하가다는 쉽게 말해 아버지가 유월절 이야기를 자녀에게 전해주는 것인데 유대인들의 문화를 현재까지 이어 올 수 있었던 예라 할 수 있다. 나라 없이 흩어져 살면서도 유대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이 이러한 세대간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 전수였던 것이다.

<강당에서 전교생이 함께 하는 유월절 세데르>


간단하게 유월절 세데르 절차와 함께 살펴보면 먼저 의식은 쇼파르(뿔나팔)를 불며 시작된다. 초에 불을 밝히고 네 잔의 축복의 포도주를 따르는데 순서에 따라 나눠 마시게 된다. 알론 초등학교 아이들은 포도 쥬스를 가지고 진행했다. 그리고 손을 씻고 카르파스(파슬리로 했음)를 소금물에 찍어 먹은 후 야하쯔 즉 3개의 마짜(무교병)을 선생님이 숨겼다.

이제 마기드, 네 가지 질문을 하며 아이들에게 이 의식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다. 네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오늘 밤은 다른 밤들과 무엇이 다른 가요? 다른 밤에는 우리가 먹고 싶은 빵을 마음대로 먹는데 왜 오늘 밤은 마짜(무교병)만 먹나요?

  2. 다른 밤에는 우리가 먹고 싶은 나물을 먹는데 왜 오늘 밤에는 쓴 나물만 먹나요?

  3. 다른 밤에는 우리가 찍어 먹지 않는데 왜 오늘 밤은 두 번을 찍어 먹나요?

  4. 오늘 밤에 우리는 왜 식탁에 기대서 먹나요?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주고 받으며 유월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스라엘의 어린이 유월절 하가다 책자>


이제 식사 순서이다. 보통 유월절 세데르 접시에는 양 정강이 뼈, 마로르(쓴나물), 파슬리, 상추 등 소금물에 찍어 먹는 야채, 삶은 계란, 하로셋, 마짜 등이 놓이는데 학교에서는 이렇게 정식으로 하지는 못하고 각자 집에서 삶은 계란, 삶은 감자, 상추잎을 준비해오도록 했다. 아이들은 각자 준비해온 음식이 담긴 접시에 학교에서 나눠 준 마짜와 포도쥬스를 놓았다.

식사에 앞서 라흐짜 두 번째 손을 씻고, 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도(모찌)를 드렸다. 마짜와 마로르(쓴 나물), 코레흐 마짜(쓴 나물과 마짜를 샌드위치처럼 해서 먹음)를 기도한 후 차례로 먹었고 이어 자유롭게 나머지 음식과 마짜를 초코잼에 듬뿍 발라 먹는 식사 시간을 가졌다. 보통 일반 세데르에서는 슐한오레흐 식사 시간에 생선류나 피쉬볼 스프 같은 메인 요리가 나오는데 학교에서는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식사 시간이 끝나자 숨겨놓은 마짜 조각을 아이들을 찾는 짜푼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신나게 선생님이 숨겨놓은 마짜 조각을 찾아다녔다. 찾은 어린이에게는 선물도 주었다. 마지막으로 유월절 세데르는 하나님께 감사기도와 메시야가 속히 오시길 기도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보통 8시간 짜리, 짧게는 4시간 정도로 진행되는 유월절 세데르가 학교에서는 간소화해서 3시간 정도로 진행되었는데 아이들은 지루하거나 지친 기색없이 즐거워 보였다. 아이들이 부르는 열재앙과 홍해가 갈라지는 출애굽 노래들을 들으며, 그 안에 숨겨진 어린 양 되신 예수님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이 세데르가 얼마나 더 풍성하고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유월절은 알론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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