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심 문화인 이스라엘의 '가족의 날'

"나찌 독일에서 유대인 어린이 구출에 공헌한 헨리에타의 사망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 현재 가족의 날로써 매년 가족의 소중함과 감사를 되새기는 날로 기념"


2월 중순, 이스라엘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첫째 아이 반 담임으로부터 ‘가족의 날’ 행사를 한다고 부모들을 초대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가족의 날에 대해 궁금하여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스라엘은 유대력으로 슈밧월 30일을 ‘가족의 날’로 기념하고 있었다. 사실 이 날의 시작은 ‘어머니 날’이라고 한다. 이는 1951년 11세의 이스라엘의 소녀인 네샤마가 신문사에 ‘이스라엘 어머니들을 위한 특별한 날을 정해달라’는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그녀는 헨리에타(Henrietta)가 사망한 1945년 2월 13일을 ‘어머니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헨리에타는 나찌 독일 하에 ‘Youth Aliyah’ 기관을 만들어 3만명 이상의 유대인 어린이들이 나찌 독일로부터 보호하고 구출한 여인이다. 비록 생물학적인 자녀는 없었지만 평생을 어린이 권리 옹호에 바쳤으며 그녀가 구출하고 이스라엘로 보낸 모든 어린이들은 그녀를 ‘어머니’로 불렀다. 똑똑한 어린이 네샤마는 그녀가 사망한 날을 이스라엘의 ‘어머니의 날’로 기념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스라엘 모든 어린이들의 '어머니'인 헨리에타를 기념하며 어머니 날로 시작한 가족의 날>

네샤마의 편지에 대해 신문사는 다음과 같이 답장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아빠들도 함께 기억하세요. 우리는 올해 이스라엘 최초의 어머니 날을 축하하게 될 것입니다. 그 날 어머니에게 서서 요리하거나 빨래를 시키지 마시고 당신이 그 일을 대신해보세요. 그날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해드리기 위해 노력해보세요.”

어머니 날은 1947년 출산 여성 지원을 위한 기관을 이끌던 여성들이 이미 시작했던 것으로 네샤마의 편지를 통해 일반인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되어 매년 기념하는 날로 이스라엘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1980년대 이스라엘 페미니스트들의 영향으로 이름을 ‘가족의 날’로 바꾸어 현재는 가족의 날로 지켜지고 있다. 공식적인 공휴일은 아니지만 각급 유치원이나 학생들은 가족 간의 상호 사랑과 관계성을 한층 더 되새기고 부모님께 감사하는 특별한 날로 기념하고 있다. 주로 아이들은 미술 프로젝트를 만들고 가족 구성원의 사진을 학교에 전시하거나 부모를 초대하여 춤과 노래 및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한 주 내내 유치원과 학교에서 가족 사진 꾸미기, 가족에 대해 만들기 등 여러가지 미술 작품을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가족의 날이 다가오면 각급 학교에서는 가족 관련 미술 작품 만들기를 많이 한다>


실제 이스라엘의 ‘가족의 날’ 행사를 경험하기 위해 첫째 아이의 교실을 찾았다. 각 가정마다 가족이 즐겨먹는 음식을 한 가지씩 들고 오라고 해서 우리는 ‘스시롤’을 만들어 갔다. 각자 가져 온 음식을 테이블에 놓고 아이들 뒤에 자리를 잡았다. 선생님은 인사말을 한 후, 미리 준비한 반 학생들의 아기 때 사진과 가족 사진을 PPT로 보여주었다. 사진에 해당되는 아이 부모는 아이와 관련된 추억이나 가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반 아이들 전체가 돌아갔고, 다음으로 아이들 한 명씩 돌아가며 가족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 이를 통해 가족의 의미와 감사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 전체가 나와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 후 모두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을 통해 '가족' 단위를 넘어서 한 반 전체가 또 하나의 가족 공동체가 되는 듯한 친밀함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학부모들과 간단히 인사만 하던 사이가 이제는 말그대로 이웃사촌처럼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실제 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족의 날' 행사. 학부모들이 가족 이야기를 공유하며 친밀감을 나누었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이스라엘 사회는 한국에 비해서 훨씬 더 가족 중심적인 문화이다. 유대인들 사고의 중심에는 늘 '가족'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한국의 어버이날과 같이 선물들은 없었지만, 가족과 실제로 대화를 나누고 이웃들과 소통하며 가족의 소중함과 공동체 정신을 재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고 뜻 깊은 이스라엘의 '가족의 날'이었다.

#에세이 #향유옥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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