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아이들의 거창한 생일 파티

이스라엘에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유대인 부모들을 보고 가끔 놀랄 때가 있다. 교육적으로 훌륭해서 그런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문화 차이에서 오는 신선한 충격들이다. 그 중 하나가 초등학교 아이들의 생일 파티이다.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반 아이들의 생일 파티 초대가 시작되었다. 보통 모여서 2-3시간 정도 노는데, 초대받은 친구들은 선물을 들고 가야 한다. 직접 참석한 생일 파티에서 나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한 아이는 CGV같은 영화관을 대여해서 생일 파티를 열었다. 영화관 로비에 케이크와 다과를 준비해놓고 담소를 즐기며 먹고 나서 당시 개봉한 아이들용 3D 애니메이션 영화를 함께 관람했다. 알고 보니 케이크와 장식 모두 주문 제작이라고 한다. 물론 참석한 아이들의 영화 관람료도 그 집에서 다 지불했다.

<생일 파티 초대장>


다른 아이는 초대장 주소가 커뮤니티 센터로 되어 있어 갔더니 이스라엘의 나름 인지도 있는 개그맨을 섭외해서 아이 생일 파티를 하는 것이었다. 개그맨이 의상도 자주 갈아입고 게임도 하며 재미있게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중간에 쉬는 시간에는 피자를 30여 판을 주문해서 모두 함께 먹기도 했다. 이런 개그맨을 부르는 금액이 얼마 정도 되는지 궁금하여 넌지시 물어보았더니 개그맨 섭외비가 자그마치 2시간에 2000세켈이라고 했다. 나머지 센터 대여비와 주문 케이크 및 다과비, 피자값 등을 생각하면 적게 잡아도 3000세켈은 넘게 나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개그맨 아저씨의 생일 이벤트>


또 다른 친구들은 한국과 유사하게, 아이 점프라는 무척 큰 실내놀이터에서 생일 파티를 열었다. 아이들 입장료와 모든 부대비용도 생일을 맞은 집 부모가 제공했다.


이러한 몇몇 아이들의 예는 특별한 상류층 자녀가 아니라 내 주변에서(물론 주관적인 나의 경험이지만) 볼 수 있는 이스라엘 중산층 아이들의 생일파티 모습이다. 아이 생일 파티에 무슨 백 만원 넘는 돈을 쓰는지 깜짝 놀랐다고 교회 사모님들께 이야기를 나누자 그 분들 자녀 친구들도 그와 비슷하게 생일 파티를 여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셨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집 아이들은 생일 파티를 집에서 간소하게 치르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보통 이름 없는 이벤트 직원을 고용해서 아이들 생일 파티 이벤트를 하는데 저렴하게는 2시간에 600세켈 선이라고 한다. 거기에 피자와 케이크, 음식들 까지 포함하면 아무리 간소하게 해도 1000세켈 정도는 드는 것 같다. 생일 파티 비용을 가장 저렴하게 하는 방법은 부모가 직접 음식도 다 만들고, 분장도 하고 게임과 이벤트를 준비해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한국 가정이 그런 식으로 생일파티를 열어줬다가 너무 힘들어서 며칠 고생하셨다고 한다. 생일날 보통 학교에 케이크를 가져 가서 같이 나눠 먹는데, 그 외에 별도로 생일 파티를 안 하는 집은 반에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유대인 하면 자린고비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 살아보니 이들은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아이의 생일 파티에는 거액을 펑펑 쓰는지 궁금해졌다. 더구나 한국처럼 '겉치레 체면 문화'가 발달한 나라도 아니고, 타인의 시선에 전혀 신경 안 쓰고 입고 싶은 대로 입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궁금증은 더 크기만 했다. 아마 한국 엄마들은 여기 아이들이 학교에 입고 다니는 옷을 보면 놀랄 것이다. 보풀도 나고 늘어난 후줄근한 츄리닝 후드 차림이 상당수이다. 그런데 유독 아이 생일 파티만큼은 한국보다 더 성대하게 열어주는 것이다.

친구 엄마들에게 질문을 하자 그들은 그다지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그저 아이들이 태어난 생일을 축복해주는데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정도였다. 또한 본인 형편에 맞게 열면 되기 때문에 허례허식도 아니라는 식이었다.

<이스라엘의 어린이 생일 케이크>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아이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들이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얕보지 않고 늘 존중하고 귀한 존재로 대접해주는 문화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생일 또한 부모가 최선을 다해 멋지게 열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난 생일날, 아이에게 최고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 돈보다 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생일 파티를 통해 유대인들의 가치관에 대해 조금은 경험할 수 있었다.

#향유옥합 #에세이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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