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게 듣는 야로크 유치원 그리고 자녀 교육법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직접 인터뷰하기는 어려워서, 학부모를 만나 야로크 유치원 대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그 중 6세 딸 아얄라와 3세 아들 이타말을 둔 아빠 미카엘 씨를 만나기로 했다. 그는 컴퓨터 사이언스 박사 과정 학생이고 그의 아내도 음악 전공 박사 과정 학생이라고 했다. 아이들 유치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인터뷰는 그의 학창시절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이스라엘 가정 교육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현재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유치원에 만족하는가?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다. 사실 이스라엘에서 ‘교사’의 직업은 월급도 박봉이고 전문직도 아니고 그다지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저 얼마 간의 과정을 이수하면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솔직히 선생님들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 시골은 더 심하고 대도시는 그나마 좀 낫다. 그 부분이 공립 유치원에서 조금 아쉬웠는데, 그런 면에서 야로크 유치원은 선생님들이 유아교육에 대해 전문적이고 실력이 있는 거 같다. 또한 우리는 둘다 바쁘기 때문에 점심 식사도 유치원에서 주고 아이들을 5시까지 맡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공립 유치원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선생님들이 자체 선발이기 때문에 좀더 수준이 있는 거 같고, 커리큘럼이 보통 공립은 그냥 '노는 것'인데 반해, 그린 유치원은 여러 가치들을 '교육' 시킨다는 것이 다른 거 같다.

교육을 시킨다고 했는데 어떤 교육을 뜻하는가?

음. 매달 어떤 주제를 가지고 교육을 하고, 매주 또 어떤 활동을 한다는 이메일이 교사로부터 온다. 또한 매달 주제에 대한 전시회를 여는데 부모를 초대해서 부모가 유치원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 지난 번에 아이들이 전시회를 열어서 잠깐 갔었는데 평화와 수용에 대해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한 것들을 다양하게 전시해놓고 있었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를 외치다 암살당한 이츠학 라빈 총리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가 한 말을 인용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며 인사를 건넸다. 비록 어려서 정확한 의미를 모를찌라도 어릴 때부터 그런 중요한 가치들을 교육시키는 점은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적인 '공부'는 안시키는데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부라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한국 유치원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아. 그런 선행학습은 유치원에서는 거의 안 시키고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나는 우리 딸의 경우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래서 집에서 히브리어 읽기나 쓰기 공부는 개인적으로 시키고 있다. 보통 보드 게임을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펠링을 익히게 한다던가, 카드 게임을 하면서 수 감각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공부'를 시키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싸우거나 떼를 쓸 때 어떻게 훈육하는지 궁금하다.

이스라엘에서 체벌은 불법이기 때문에 이스라엘 부모들은 때리진 않는다. 또 때려서 그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다. 왜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아이가 깨닫게 해야 하는데 매는 그런 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 내 경우는 아이들이 울거나 떼를 쓸 때 바로 원하는 것이나 해달라는 것을 해주지 않고 그냥 둔다. 조금 진정되면 아이들이 뭘 원하는지 뭐가 하고 싶은지 다시 묻는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줄 것은 해주고 안 해줄 것은 왜 못해주는지 설명해준다. 무조건 해라.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고 내 설명을 듣고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게 한다.

<미카엘 씨의 두 자녀. 아얄라와 이타말>


내 눈에는 이스라엘 부모들이 아이들을 굉장히 자립적으로 키우는 것 같다. 아이들이 커가며 진학이나 진로문제는 어떻게 하는가?

맞다. 이스라엘 부모들은 아무리 어리더라도 아이들이 선택하고 행동하도록 그냥 두는 편이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고 그냥 몸에 밴 문화 같다. 진학 문제나 진로 문제도 부모가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아이가 하고 싶은대로 결정하면 부모는 도울 뿐이다. 나의 예를 들면 나는 12살에 이웃집 형의 영향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하는 것을 보니까 재미있어 보여서 아버지께 프로그래밍 책을 사달라고 했다. 그리고 혼자 책을 보며 독학하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그러던 중 우리 반 친구들이 좀 거칠고 학교의 수업도 지루해서 부모님께 전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내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같이 적당한 학교를 알아본 후 6학년 때 한 키부츠에서 운영하는 사립 중학교로 전학했다. 학비는 한 5000세켈 정도 했었던거 같다. 그 학교에선 일반 과목들도 다 배웠지만 매우 자유롭고 창조적인 분위기였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매년 모든 학생들이 예술 영역의 프로젝트를 2개씩 정해서 만든 다음 전시회를 여는 것이었다. 나는 나무와 철을 이용해 긴 시간을 들여 직접 조형물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던 시간이었다.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나는 과학과 수학이 재미있어서 더 배우고 싶었기 때문에 과학 전문 학교로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보통 공립 고등 학교에서 과학이나 수학이 5포인트 과목이라면 그 학교에서는 15포인트 비중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군대를 입대했고 제대 후 공부가 더 하고 싶어서 테크니온 컴퓨터 학과에 진학했다. 이 모든 여정 가운데 내가 했던 중요한 결정들은 나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한 것이었다. 부모가 권유하거나 시켜서 한 적이 없다. 나도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결정하게 둘 것이며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의미있게 살길 바란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을 비롯해 창의력의 근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누구는 탈무드나 종교 교육에서 찾기도 하지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솔직히 종교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종교인도 아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스라엘이 새로 생긴 나라이다 보니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가진 나라여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테러와 전쟁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하다 보니 도전정신과 살아남아야겠다는 그런 투지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한 거 같다.

이야기 중간에 그의 아들 이타말이 장난감 조작을 못하는 것 같아 도와주려고 다가갔다. 그런데 세 살배기 아이는 도와주려는 필자에게 장난감을 주지 않고 될 때까지 이렇게 저렇게 해보며 혼자 시도를 이어갔다. 그 아이는 결국 스스로 장난감 조작법을 터득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이타말은 가기 싫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미카엘 씨는 먼저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는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지 않았다. 미카엘 씨는 아들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아이 높이에 맞춘 후 두 팔로 아이 팔을 잡아 아이가 아빠 눈을 쳐다보게 했다. 그리고 나서 왜 가야 되는 지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는 설명을 듣더니 이제 가겠다며 따라 나섰다. 신발을 신을 때도 그는 두 아이가 혼자 힘으로 부츠를 신도록 기다려주었다. 그의 사소한 행동들 하나 하나를 보며 나의 양육 방식과는 여러모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스라엘 교육의 핵심은 눈에 보이는 학교 커리큘럼이나 수업 방식보다는 유대인들의 삶에 배어있는 사소한 삶의 태도와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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