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연 생태 교육 유치원 '야로크 유치원' 방문기

하이파에 환경 및 자연 생태 교육을 중점으로 가르치는 유치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도 히브리어로 ‘초록’을 의미하는 ‘야로크'로, 야로크 유치원은 재활용, 에너지 절약, 자연 보호와 같은 생태 환경 교육을 기반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사립 유치원이다. 2008년 9월, 레알리 재단 산하로 개원했으며 현재까지 다양한 사회 문화 프로그램들로 이루어진 풍성한 커리큘럼으로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야로크 유치원은 현재 약 30여명씩 3개 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3-4세 반인 “니짜님”반, 5-6세반인 “호레쉬”와 “하다림”반이 그것이다. 총 원아수 91명에 16명의 스탭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또한 부모가 도시락을 쌀 필요가 없이 유치원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제공하며 공립보다 더 높은 비율의 전문 교사 수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보통 공립은 아이 30명에 교사가 2명인데 반해, 이곳은 30명에 교사가 3명 꼴이다). 프로그램 또한 알차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매달 3500세켈의 원비를 내야 하지만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알록달록한 이름이 적힌 입구를 지나 야로크 유치원 내부로 들어가자 둥근 원형으로 이루어진 큼직한 유치원 교실이 새롭고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보통 사각형으로 되어 있는 교실에 비해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며 부드럽게 통합되어 보였다. 교실은 여러 섹션 별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책을 보는 공간, 블록놀이 공간, 아트 워크 공간 등 다양했다. 교실 벽면에는 아이들 아트 작품과 각종 게시물들이 붙어 있었다. 아이들 중 한 그룹은 중앙에 모여 앉아 햄스터와 놀며 먹이를 주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흩어져서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

반대편으로난출입문은유치원정원으로연결되어있었는데정원은간단한 놀이터 시설을 제외하곤 직접 재배하는 작은 밭과 동물 우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작은 텃밭에는 파와 감자 등이 자라고 있었는데 재배한 채소들은 모두 유기농으로 아이들 점심 식단에 올라온다고 했다. 우리에는 발톱오리와 닭, 토끼, 기니아피그 등이 보였다. 모두 아이들이 직접 키우고 있는 것이었다.

<유치원 내부>

야로크 유치원 커리큘럼에는 연간 주제와 매달 주제가 존재한다. 지난 해의 연간 주제는 ‘다문화주의’였다고 한다. 연간 5회 정도 세션을 포함한 교과 과정을 진행했는데 매 회마다 다른 문화를 가진 유치원을 방문하여 함께 어울리며 놀았다. 아랍, 드루즈, 영어권, 러시아권 등 유치원들을 찾아가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함께 놀다보면 아이들은 헤어질 때 아쉬워할 만큼 문화의 차이를 초월해서 하나가 된다고 한다.

<다른 문화권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또한 지난 11월의 주제는 ‘관용’이었다고 한다. 실제 한 달간 아이들은 어떤 활동들을 했을까? 살펴보았다. 먼저 ‘관용’의 첫 번째 가치인 ‘수용’ 정신을 표현하는 여러 이야기나 책을 교사가 들려 주며 그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가르쳤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이 수용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토대로 창의적인 만들기나 그리기 활동을 했다. 만들기 재료들인 재활용 쓰레기들-과자케이스, 아이스크림 막대기, 병뚜껑, 화장지심 등-은 아이들 손을 거쳐 새로운 작품들로 창조되었다. 아이들은 이어 소그룹으로 역할 놀이 연극을 하며 수용 정신을 익혔고, 주제 활동의 마지막 순서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작품으로 미술 전시회를 열었다.

<만들기와 역할 놀이>


이어진 12월의 주제는 ‘가족’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먼저 선생님으로부터 가족 구성원, 유형별 가족, 사람의 가족과 동물 식물의 가족의 차이 등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자신의 가계도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색색깔 크레용을 사용해서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고, 나무 조각으로, 나뭇잎으로, 또는 장난감 블록으로 만들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씨리얼 종이 상자나 계란 케이스를 이용해서 다양한 가계도 작품들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주제 활동의 마지막 시간에 모든 작품을 유치원에 전시한 후 할머니 할아버지나 부모를 초대했다. 그리고 조부모, 부모와 함께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케이크와 과자를 구웠다. 과자와 케이크가 익을 동안 할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가졌다. 조부모와 부모들은 나무 테이블에 앉아 아이들이 준비한 춤과 노래를 보며 커피와 케이크를 즐겼다. 아이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그 소중함에 대해 깨닫고 직접 감사를 표현하는 기회를 가졌다.

<아이들의 작품과 재롱잔치>


야로크 유치원은 다양한 현장 학습 활동이 많다는 점도 장점이다. 매주 월요일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인솔하여 인근 숲 속으로 산책을 간다. 아이들은 주변의 자연과 동물들을 직접 보고 경험하며 자연친화력을 높이며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다. 또한 정기적인 현장 체험 학습 여행도 많이 가는데 예를 들면 올리브 농장에 가서 직접 올리브 기름을 만드는 과정을 견학하고 맛을 보기도 하고, 오리 농장을 방문해서 오리가 알에서 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오리의 각 성장 단계를 관찰하며 지켜보기도 했다. 6세반 아이들은 걸어서 부두에 있는 들새 관찰 센터를 방문하여 센터 앞 습지에 철새들이 날아와 물고기를 사냥하거나 쉬는 모습을 관찰했다. 아름다운 자연과 살아 생동하는 피조물들을 경험하며 자연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산교육의 시간이 되었다. 이 아이들에게 자연사 박물관이나 고고학 박물관은 자주 찾는 재미있는 놀이터이다.

또 하나, 야로크 유치원 만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스토리 타임’이다. 이것은 유치원을 졸업한 선배 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 유치원을 방문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선배 학생들은 책을 읽어주고, 그림 그리기, 만들기, 게임, 블록 조립 등 동생들과 재미있게 놀아준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아이들 서로의 세계가 더욱 풍성해지며 친밀함과 협동심, 유대관계가 높아진다고 했다. 그 외에도 균형잡힌 신체 발달을 위해 매일 체육 활동이 있으며, 여느 유치원들처럼 노래하고 춤추는 시간도 있다.

한 아이가 책 코너에 앉아 책을 읽고 있길래 다가갔다. 아이에게 재미있냐고 묻자 재미있다고 말했다.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자, 작가 라일라 그루퍼의 동화책을 꼽았다. 그녀는 지난 번 작가 초대 시간에 유치원을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글쓰기 과정에 대해 들려주었다고 했다. 작가는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디어 뱅크라며 감사의 뜻으로 본인의 동화책 두 권씩을 선물했다고 한다.

야로크 유치원은 그 이름처럼 푸릇 푸릇 돋아나는 이스라엘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 새싹을 키워가는 유치원이었다. 이 아이들이 만들어 갈 이스라엘의 초록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유치원 문을 나섰다.

#교육 #기획 #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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