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론시 디지타프(Digitaf) 유치원 현장취재

홀론시의 학교 탐방의 일환으로 디지타프 유치원에 방문했을 때, 때마침 아이들은 야외 운동장에서 뛰어노느라 유치원 안에서는 한 명의 아이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유치원 원장인 씨(Si)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빈 교실의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줬는데, 일층에서부터 작은 톱과 망치와 목공용 칼 등이 걸려 있는 아이들을 위한 미니 목공소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이층의 교실 한쪽에는 3D프린터가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며 이 곳이 평범한 유치원이 아님을 직감하게 만들었다. 목공소에 3D프린터가 있는 유치원이라니… 도대체 이 곳에는 어떠한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사진설명: 아이들이 직접 쓴 유치원의 이름)


설명을 들어보니 홀론시는 아이들이 하이테크 기술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개념의 PBL(Project Based Learning) 프로그램(홀론시 일반정보 참조)을 여러 학교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작년부터는 두 곳의 유치원에도 시범적으로 PBL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그 중 한 곳이 바로 이 디지타프(Digitaf) 유치원이라고 했다. 즉 이 곳은 애초의 설립 목적 자체가 기술교육을 융합시킨 유치원으로, 작년 초에 개원하자마자 PBL 프로그램을 전면으로 시행하고 있는 특별한 ‘기술 유치원’이었던 것이다.

아직 글도 다 못 뗀 4~6세의 아이들에게 기술 교육이라니… 이에 대해 살짝 의구심이 들어 과연 어떤 식으로 유치원 아이들에게 기술을 이용한 교육을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한지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지난 일 년 동안 아이들의 문제 해결 능력과 팀워크, 그리고 창의력을 증진시키고자 최첨단 기술을 접목 시킨 특별한 PBL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실행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가 일 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는 “장난감 만들기 프로젝트”였는데,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의 장난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최대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먼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집에서 고장이 났거나 안쓰는 장난감, 전자기기 등을 가져오게 했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시작하기보다, 일단 고장이 난 장난감을 뜯어보면서 장난감의 내부 구조와 작동 원리 등을 알아보고 그것을 다시 고치거나 재조립해 새로운 장난감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술 교육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Learning through Doing”) 물건을 해체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숫자조차도 잘 세지 못했던 아이들이 물건의 길이를 직접 재고 무게를 측정해서 단위 변환을 하거나, 기계의 회로와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법까지 배우게 됐다.

(사진설명 : 컴퓨터를 분해해보는 아이들, 직접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아이들)


그렇게 손으로 직접 물건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만들고자 하는 장난감을 하나씩 정하고 그것을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장난감의 종류는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드는 대형 퍼즐부터 움직이는 강아지 인형,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 꼭 맞춘 스케이트보드까지 다양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에서 만드는 법을 검색해서 찾고, 직접 나무 토막을 자르고 붙이며, 컴퓨터로 도안을 디자인하고 3D프린터로 장난감의 부품을 직접 만들어 내는 등 각기 다른 과정을 거쳐서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장난감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마무리 될 때쯤 부모님들을 유치원에 초청해서 아이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만든 장난감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부모님들은 모두 아이들이 그 작은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놀랐고 그 결과물이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한번 더 놀라는 눈치였다. 일년 동안 아이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선생님들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유치원 원장, Si)

(사진설명 : “장난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유치원 아이들)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제서야 유치원과 기술 교육이 어떠한 형식으로 접목되는지에 대해 이해가 갔다. 보통 이스라엘은 한 유치원에 아이들을 35~40명으로 제한하고 그에 따라 한 명의 담당 선생님과 한 명의 보조선생님을 두는데, 디지타프 유치원에는 특별히 기술 담당 선생님이 한 명 더 계신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기술관련 프로젝트를 하게 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기술 교육을 해 줄 전문 엔지니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의 기술 담당 선생님인 오르는 “유치원에 처음 오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대부분 집에 컴퓨터가 있을 만큼 부유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는 커녕 핸드폰을 어떻게 키는지조차 알수 없을 만큼 기초적인 기술 상식이 부족하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일 년 동안 교육을 받은 뒤 그들은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직접 사진을 찍고, 그것을 어떻게 컴퓨터에 옮길 수 있는지까지 알 수 있게 된다”며 유치원에서 실행하고 있는 기술교육의 효용성에 대해서 말했다.

실제로 디지타프의 아이들은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부터 2D프로그램 뿐 아니라 기본적인 3D디자인 프로그램까지 동시에 배우는데, 그 결과 아이들은 3D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물건의 길이와 무게를 입력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물건을 3D프린터로 출력하는 법까지 알 수 있게 된다. 디지타프 유치원은 걸어서 3분 거리에 디지털 제조 공방인 FabLab이 있는데, 이 곳에는 유치원에 없는 3D스캐너, 레이저커터 등이 있기 때문에 유치원의 아이들은 기기 체험과 워크샵, 그리고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수시로 이 공방을 찾는다고 한다.

(사진설명 : FabLab에서 기술 교육을 받는 아이들)


유치원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 난 뒤, 이 유치원에서 행해지는 특별한 프로젝트에 대해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어린 나이 때부터 기술교육을 한다는 것이 조금은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을 여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원장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평생을 기술의 파도에 치이며 정신없이 살아갈 것이 분명한데, 마냥 흙을 만지고 뛰어놀기에도 바쁜 유아기 때부터 기술을 다루는 교육을 받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를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살아갈 정보화 시대의 공용어인 ‘기술’을 어린 나이부터 어려워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포석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배우느냐보다 ‘어떻게’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적합한 기술을 이용해 표현하는 법을 배우면 아이들은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설명 : 인터넷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위한 자료 조사를 하는 아이들)


이 대답을 통해 기술 교육에 대한 디지타프 유치원의 특별한 철학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어려운 기술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며 아이들이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이 유치원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타프 유치원은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하는데 그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해 보였다. 그 중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해 보자면,

  • 아이들의 꿈 이루어주기 프로젝트 (아이들의 꿈이 영웅이 되는 것이라면, 직접 자기가 되고 싶은 영웅의 코스튬을 만들거나, 사진작가가 꿈인 아이들은 직접 사진을 찍어 전시회를 여는 등)

  • 우주비행사가 되어 보기(미니 우주선 만들기, 우주복 만들기 등)

  • 자동차 만들어 보기

  • 각 나라의 전통 인형 만들기

등이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고 조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 곳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두 배로 신경 써야 하며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유치원 주변을 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장난감에 쓰일 만한 재료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 정성 덕분에 이 곳의 아이들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은 아이들의 미래에 다양한 잠재력을 꽃피울 것이다.

여러 모로 홀론시의 아이들이 부러워지는 취재였다.

<홀론시 교육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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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기획 #현장취재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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