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순종을 낳는다

열왕기상 3장을 보면 솔로몬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가 세 가지 나온다. 첫째는 그가 기브온 산당에서 일천번제를 드렸다는 내용(2~4절)이며, 두 번째는 꿈에 나타난 주님께 백성을 잘 다스리고 재판할 수 있도록 지혜(개역한글)를 달라고 한 것(5~15절)이며, 세 번째는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지혜로운 판결을 내렸는지에 대한 이야기(16~28절)가 소개된다. 우리가 주목하고 묵상해 볼 부분은 솔로몬이 구한 지혜이다.


앞서 말했듯이 개역한글판 번역에서는 솔로몬이 구한 것을 ‘지혜로운 마음’이라고 번역하였다. 그러나 히브리어 원문으로 보면 개역한글판이 의역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문에서는 לב שמע(레브 쇼메아)라고 표현했다. 이 뜻은 ‘듣는 마음’이다. 개역한글판 이후 나온 개역개정판에서는 듣는 마음이라고 번역을 했다. 영어로는 ‘듣는 마음’과 함께 ‘understanding heart(이해하는 마음)’, ‘discerning heart(분별력을 가진 마음)’ 등으로도 번역이 됐다. 그렇다면 레브 쇼메아(듣는 마음)가 무엇이길래, 이러한 번역들이 생기게 된 것일까?


대답은 ‘듣는 마음’의 기원이다. 그것이 어디로부터 오냐는 것이다. 왕상 3장 5절에서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내가 너에게 무엇을 줄까?”라고 이야기 하신다. 네가 원하는 것이 내게로부터 나간다는 것이다. 솔로몬은 당신의 백성을 잘 재판할 수 있는 ‘듣는’ 마음을 달라고 했고, 하나님은 그 요구를 상당히 만족해하셨다. 그리고 그에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과 부귀와 영화까지 주셨다. 백성의 소리를 잘 듣고, 잘 판단하기 위해 그러한 마음을 달라고 하니까, 하나님이 지혜를 내려주신 것이다. 백성들도 솔로몬이 가진 지혜가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알고 있었으며(3장 28절), 그의 지혜를 시험하러 온 스바 여왕도 하나님을 찬양하였다(10장). 솔로몬이 지은 잠언과 전도서를 보아도 우리는 그의 지혜가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잘 알 수 있다. 그는 백성의 소리만 잘 들은 것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도 잘 들어서 그의 지혜로 삼았던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묵상해 볼 필요가 있다. ‘듣는 마음(지혜)’을 가진 솔로몬은 지혜를 잘 사용하여 다윗 때보다 더 부강하게 나라를 키웠다. 하지만 그의 인생 말년은 ‘듣는 마음’의 또 다른 속성을 간과한 결과였다. 그가 ‘듣는 마음’을 구했을 때, 하나님은 순종이라는 추가 조건(3장 14절)을 붙이셨다. ‘듣는 마음’은 말 그대로 ‘듣는’ 마음이다. 성경에서 순종한다는 표현을 쓸 때는 레브 쇼메아와 같은 어근을 갖는 שמע(샤마)라는 동사를 사용했다. 이 뜻은 ‘듣다’이다. 우리말 표현에도 ‘엄마 말 좀 들어라.’라는 것은 엄마 말에 순종하라는 뜻이다. 즉 솔로몬이 ‘듣는 마음’을 구할 때, 하나님은 지혜를 주셨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순종의 길까지 요구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들으며, 그의 길로 행하는 것이 진짜 지혜인 것이다. 솔로몬은 듣기는 잘 들었으나, 하나님의 길로 따르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문제를 마주칠 때마다 그것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원한다. 그래서 때로는 지식을 쌓는 것보다 지혜를 갖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지혜를 얻는다.

또 지혜를 얻기 위해 선생(先生)들을 찾으며 애를 쓴다. 삶을 지혜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인생에 있어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지혜를 가지면 자기 마음대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지혜는 하나님으로부터 온다. 그 지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으로부터 난다. 그리고 그 들음은 순종을 요구한다. 문제의 해결은 나의 지혜에 달려있지 않다. 문제의 해결은 지혜를 주시는 하나님에게 달려있으며, 그의 말씀을 잘 순종하며 따라가는 것이 지혜의 길이다.

윤영천 전도사

고려대학교 중국학부를 졸업하고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M.div과정을 마쳤다. 2015년에 이스라엘에 와서 현대 히브리어 과정을 밟고, 현재 히브리대학교 로스버그 국제학교에서 '성서학과 고대근동학'을 전공하고 있다.

#히브리어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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