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트 타마르 복지원 - 이수정 외 1명

베이트 타마르 복지원 - 이수정

봉사를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과 꽤나 많이 마주한다. 비교적 규모가 크고 규칙적인 스케줄을 가지고 있는 타 시설들과는 달리 규모도 작고 레지던트들도 10명뿐이 되지 않으니 우리 시설은 돌발 상황이 잦다. 수요일, 야라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아침부터 눈물을 쏟아냈다.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떼를 쓰기 시작했다. 닭똥같이 뚝뚝 흘리는 눈물이 단순히 아파서가 아니라 학교에 가기 싫다는 이유로 흘리는 눈물 같아보였는데. 학교 갈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 당황이 되었다. 파벨이 타마르에게 전화해서 이 상황에 대해 묻자 타마르는 학교에 보내지 말라 말했다(내겐 이게 더 충격이었다. 곧잘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을 때는 끝까지 설득시켜서 보냈는데 오늘은 웬일인가 싶었다). 행여나 그렇게 좋아하는 컴퓨터와 휴대폰만 하다가 하루를 다 보낼까봐 우리는 타마르에게 컴퓨터와 휴대폰은 금지시켜달라고 이야기했다. 그 덕분에 나는 아이와 반나절 이상을 같이 있게 되었다. 야라가 먼저 침대에 누워있고 뒷정리를 위해 나와 파벨은 거실에 있었다. 파벨과 못 다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상당히 부끄러워졌다. 꾀병 부려 학교에 안 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왜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해봤을까? 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못해봤을까? 정리를 마치고 의자를 놓고 인형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토스트를 구워 먹이기도 하고 몸은 같이 있었지만 정작 이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학교에 가지 않았는지 지금 마음 상태는 어떤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럴 땐 늘 언어가 문제다. 마오르도 자주 마음이 아프다고 이야기하는데 대화를 할 수가 없어 언제나 내 대답은 '이에 토브'였다. 마침내 타마르가 오고 나는 나름의 자유 시간이 생겨 밥을 먹고 한참이나 뒤에 왔다. 야라와 함께 한 시간만이 그날 봉사의 끝이 아니라 레지던트들의 생일파티까지 있어서 계산해보니 이날은 무려 14시간을 봉사했다. 그 덕에 다음날 프리데이를 얻기는 했지만 감기도 같이 얻었다. 병원에 다녀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병자신세인지! 이 일을 통해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달라고 기도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다 알아야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레지던트들에게 대부분 이면의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한다.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이 무엇보다 아파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으니 그것이면 충분하니 알아들을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


크파르 시므온 복지원 - 정소연

오늘은 워커인 도릿이 간만에 출근을 했다. 새로운 직원이 오면서부터 도릿이 출근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 빈자리를 새 워커 에덴이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에덴이 아직 일이 서툴고 아직 어려 잘 몰라서 그런지 교실의 기물들을 제대로 정리하거나 청소하지 않고 바구니를 만들거나 페인트칠을 하는 것도 옆에서 고쳐주는 작업을 하지 않고 그냥 오롯이 레지던트들이 작업한 결과물 그대로 내버려둬서 작품이 예쁘지 않고 모양이 삐뚤빼뚤 하거나 페인트칠의 결이 울퉁불퉁 해서 영 엉망이었다. 도릿은 난장판이 된 교실을 보며 난감해하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페인트칠을 했던 롤러와 붓을 씻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둬서 딱딱하게 굳어버려 쓸 수가 없었고, 갈대를 염색하는 염료를 닦은 걸레를 빨지 않고 염료가 흥건히 젖은 상태로 싱크대 구석에 처박아두고, 청소도 전혀 하지 않아서 난장판이었다. 지난 일주일간 나도 휴가를 떠난 탓에 더더욱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도릿과 나는 하나 둘씩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며 정리를 해나갔다. 그러던 중에 도릿이 나에게 “이건 분명히 네가 한 일이 아니야~ 너는 항상 쓰면 깨끗이 씻어서 정리를 했었어.”라며 나를 신뢰하는 듯 한말을 해주었다. 딱히 별 특별한 말은 아니었지만 괜스레 나는 기분이 좋았다. 내가 그동안 잘 해 왔었나 보다 싶은 생각도 들고 나의 어떤 작은 노력들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나를 믿어준다는 것이 참 뿌듯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그 신뢰가 실망으로 바뀌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아이스라엘 #봉사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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