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ma 농장 현장취재

척박한 사막, 광야 지대에 겨울철에 약 2달 가량의 기간 동안에만 비가 오는 이스라엘은 누가 봐도 농업에 적합하지 않는 지역 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농업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데, 오히려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 덕분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스라엘 농업의 개척 정신은 교육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서 중,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생들에게 농업 전문 교육을 시키거나, 농업을 이용해서 학생들의 인성 교육을 시키는 등의 대안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예루살렘 북서쪽에 위치한 Beit Zayit이라는 동네에 있는 Kaima 농장은 이중 후자에 해당하는 대안 교육을 시도하고 있는 NGO단체이다. 이스라엘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고 중퇴를 한 학생들은 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어느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보통 이 아이들은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화 경험을 하지 못한 까닭에 학교에 제대로 적응을 못한 경우가 많다. 이들 학생들의 경우, 학교를 중퇴 한 후의 진로도 뾰족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와 같은 학생들을 위해서 그들이 다시 사회에 적응하고 원하는 진로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종류의 단체들이 있다.

Kaima 농장은 학교를 중퇴한 아이들을 돕는 일에 뜻을 같이 한 9명의 설립자들이 2012년도 말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약 4년간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 9명의 설립자 중에는 경영학자, 심리학자, 교육가, 농부, 사회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으나,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은 대표인 Yoni Yefet-Reich을 비롯한 3명의 설립자와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단체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처음 단체가 설립될 때 뜻을 모았던 사람들의 직업에서 볼 수 있듯이, Kaima 농장은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NGO 단체’이자, 아이들이 직접 일을 하고 얻은 결실로 수익을 얻는 ‘농장’인 동시에, 학교를 중퇴한 아이들이 직접 땀을 흘리고 일을 하면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끼고 사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재사회화 교육을 하는 ‘학교’ 등의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마을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농장에 방문하자, 꽤나 이른 아침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장에는 벌써부터 바쁜 발걸음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제일 먼저, 푸르게 펼쳐진 밭과 꽤 쌀쌀해진 날씨에도 농작물 사이사이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Kaima 농장의 설립자 중 한 명이자 현재 농장 매니저를 겸임하고 있는 Nadav bensusan은 이 곳의 가장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시간을 엄수하는 것’이라면서, 아이들이 아침 7시 30분까지 농장에 와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 중 하난데, 이는 학교나 집에서 시간 약속이나 사회 규범 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시간을 지키고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Kaima 농장의 설립자 중 한 명이자 현재 농장 매니저를 겸임하고 있는 nadav bensusan)


아이들은 하루 6시간 가량의 농장 일을 통해서 협동심, 리더십, 책임감, 그리고 공동체 생활 등 중요한 사회적 덕목을 배우고 점차 자기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고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실제로 이곳에 오게 되는 아이들은 학교를 중퇴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우울증, 대인기피증, 약물 중독, 게임 중독 등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짊어지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노동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건강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해 나가면서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육체적 건강까지 회복되는 열매를 얻게 된다고 한다.

농장의 매니저인 Nadav는 “이곳에 오게 되는 아이들은 학교를 중퇴한 15~17세의 아이들로, 보통 사회복지사들이나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온다.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기간 동안 이 곳에서 일을 하게 되고 일을 한 만큼 월급도 받는다. 하지만 18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하기 때문에, 18세 이상의 아이들은 받고 있지 않다. 4년의 기간 동안 이곳을 거쳐간 아이들이 200명이 넘으며 아이들은 이곳에서 있다가 다시 학교에 돌아가기도 하고, 바로 군대에 가서 사회로 나가기도 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로 다시 돌아가도록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대신, 아이들이 일에서의 생산성,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의 생산성을 찾을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다행히도, 농장을 거쳐간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곳에서의 경험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 곳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 이상의 가치를 배워갈 수 있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Kaima 농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이들이 직접 수확한 유기농 야채, 과일들을 지역 사회에 납품하여 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처음 농장을 시작했을 때에는 고객이 16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곳의 비전과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300명이 넘는 고객들이 리스트에 올려져 있다고 한다.(물론 야채와 과일이 맛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고객들은 옥수수, 멜론, 토마토, 호박, 피망 등 무농약 제철 야채와 과일들을 때마다 신선하게 배달 받을 수 있으며, 여름에는 오픈 마켓 데이를 열어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직접 유도하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자신들이 직접 재배한 농작물들로 음식을 만들어 식탁 교제를 하는데 이 식탁 교제는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농장의 한 자원봉사자는 “이곳에는 아이들만큼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는데, 이 식탁 교제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은 웬만하면 1:1로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고 얘기를 할 만한 어른의 존재가 없었던 그들에게 이러한 시간은 그들의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고 자신의 고민을 건강하게 표출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된다”라고 말한다.

(►Kaima 농장의 식탁교제시간. 아이들이 직접 재배한 야채들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서 나눈다)


이 외에도, Kaima 농장의 아이들은 PBL(Project Based Learning, 문제기반학습)을 통해서 과일 재배를 위한 그린하우스를 만들고, 지역 도서관의 보수를 위해 건축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등 농장과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직접 진단하고 해결해 나간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은 농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주체적으로 일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 Kima 농장에서 PBL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아이들)


농장의 대표인 Yoni는 “우리 농장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농업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도구로 사용해 그들이 삶에서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귀한지를 일깨워 주고, 공동체 생활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직접 땀을 흘리고 농사를 짓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천천히 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이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 그렇게 변화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며 가까운 정류장으로 배웅하는 길에서, “보통 학교를 중퇴하고 정신이상이나 중독, 폭력적 사고에 빠진 아이들을 ‘youth at risk(문제아들)’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이 말을 싫어한다. 그들은 단지 올바른 환경에서 적절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일 뿐, 모두가 착한 성품을 가지고 있고 근본적으로 똑같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역할은 그들이 다시금 그 잠재력을 드러내고 그들의 성품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 뿐이다”라며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그의 말에서 다시 한 번 Kaima 농장의 따뜻한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

(Kaima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참고>

http://www.kaima.org.il/home

(► Kima 농장 홈페이지)

(► Kima 농장 소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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