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다 현장취재

이스라엘의 성장 원동력에는 탄탄한 기초과학 ​교육을 빼 놓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그것을 학문적으로 결집시키기 전에 먼저 체험과 실습활동을 통해서 어린 나이부터 과학에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스라엘 과학 교육의 강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데라 지역 아이들에게 과학, 기술 분야의 방과 후 학습과 특별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테크노다 과학기술교육센터(Technoda Science and Technology Education Center)는 이 지역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이상의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특별 교육 기관이다. 인근 지역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단체 견학이나 방과 후 수업 등을 통해 테크노다를 방문해 과학기술 교육을 받으며, 이곳 주민들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상설 과학 체험관에 방문하기도 하는 등 이 곳의 문은 언제나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활짝 열려 있었다.




우리가 테크노다에 방문한 날도 마찬가지였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날이 수콧(sukkot, 장막절) 기간이었는데, 매년 수콧 기간에 맞춰서 센터에서는 모두가 참여 가능한 특별한 과학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올해는 특별히 “과학으로 세계 여행하기(Science around the world)”라는 테마로 다양한 나라를 컨셉으로 한 체험 부스들이 아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 휴일을 맞아 부모님의 손을 잡고 센터를 찾은 인근 지역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각 부스들은 흥미로운 과학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예를 들어서 아이슬란드 부스의 경우 드라이아이스와 얼음의 차이를 알아보는 실험을 한다든지, 하와이는 젓가락, 찰흙, 플라스틱, 비닐 등의 재료 등으로 보트를 만들어 띄움으로써 부력의 원리를 알아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각 나라의 컨셉에 맞춰서 꽤나 어려운 과학 원리들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아이들과 같이 온 부모들이 아이들의 체험 활동을 지켜보면서 때로는 힌트를 주거나 때로는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이 곳의 분위기가 마치 놀이공원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이곳의 선생님들이 말하는 테크노다의 교육 철학 또한 우리가 축제에서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테크노다의 선생님들은 “만지고, 경험하고, 이해한다(Touch, Experience, Understand)”라는 세 가지 키워드 아래에서 아이들이 과학을 머리로 배우기보다 손으로 느끼고 눈과 귀로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곳에서 31년간 재직한 Shlomo 선생님은 “테크노다를 찾는 학생들은 보통 학교 체험 활동을 통해 단체로 견학을 오거나, 방과 후 교육을 받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과학에 대한 흥미를 최대치로 끌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때문에, 이곳의 선생님들은 우스갯소리로 ‘과학을 가르치되, 과학에 대해 말하지 말자(Let’s do science, and not talk about science)’라는 말을 하는데, 그만큼 앉아서 공부하고 배우는 과학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고, 실험하고, 만지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법이란 일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체험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테크노다의 가치는 이곳에 있는 상설 과학 체험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센터 일층에 실내, 실외로 조성된 상설 과학 체험관에는 태양 에너지의 원리, 소리가 발생하는 원리 등의 기초 과학 원리를 알아보거나 중력의 원리나 망원경과 현미경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체험 기구들이 상설로 운영되고 있었다.


축제를 비롯해 상설 과학 체험관 등을 둘러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 와중에, 아직 센터의 주요 교육 프로그램들은 살펴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먼저 센터의 가장 낮은(?) 수준의 교육 기관인 유치원(Hetz Center)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테크노다에서 지역의 소외 계층 아이들을 위주로 운영하는 이 직속 유치원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과학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유치원 한복판에 있는 미니어처 사이즈의 우주선이 그 사실을 증명하는 듯 했다. 테크노다 유치원을 담당하고 있는 Mose선생님은 “실제로 아이들이 이 우주선에 들어가서 별자리와 태양 주기 등을 배우는데 아이들이 이것을 매우 좋아한다”며, “우리 유치원에서는 한 학기에 5개가 넘는 학부모 참여형 워크샵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주제들로 재미있는 과학 연구를 할 수 있게 유도하는데, 많은 곳에서 우리의 독특한 프로그램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 곳을 방문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에는 한국의 유치원에서도 연락이 와 프로그램을 수출하기 위해 자료들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 다음으로 방문한 특수 의료교육시설(Medical Simulation Unit)은 흥미롭다 못해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신선했다. 전 이스라엘에서 오직 테크노다에만 있는 이 특수 의료교육시설은 실제 병원의 응급실과 유사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해부 실습부터 응급 상황 조치, 의료 기계 사용법 교육, 수술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서 특수하고 전문적인 의료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의대나 병원 부속기관 등 전문의료기관 이외에는 이와 유사한 의료교육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유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9년 전, 이 의료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전담하고 있는 Benny katsir는 20여 년 동안 응급 구조요원으로 일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자신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의료 교육의 핵심을 담아내기 위해 지금도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의 출산 과정을 교육할 뿐 아니라 통증이 심한 산모의 무통 분만을 유도하는 수술을 간접적으로 실습해 보고, 태어난 아이의 맥박을 재서 건강상태를 확인해 보는 등 실제를 방불케 하는 의료 실습을 할 수 있다. 물론 의료용 마네킹을 가지고 하는 실습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 동물의 장기를 넣어서 실감나는 해부를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실제 수술을 보는 듯이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이 외에도 이곳에서는 엑스레이나 CT 사진을 판독하는 방법, 초음파 기계를 이용해 심장의 이상을 확인하는 방법뿐 아니라 야외에 항시 대기 중인 응급차를 타고 응급 환자(마네킹)을 실제 병원에까지 이송하는 수업을 하기도 하니, 이보다 더 살아있는 교육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프로그램들이 이렇다 보니, 이곳은 고등학생 이상의 학생들뿐 아니라 군의관,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일반인들까지 방문해 교육을 받을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의료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Benny는 “이 수업은11살(5학년) 이하의 학생들의 참여를 금지시키고 있을 만큼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의료 교육 컨텐츠를 담고 있는데, 이 중에서 위급상황 시 응급처치나 임신과정 체험 등의 프로그램 들은 꼭 의대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알아 두면 좋은 지식”이라며 의료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짧으면서도 긴 듯한 의료교육시설 방문이 끝나고, 우리는 드디어 테크노다의 특별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영재반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학생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일괄적으로 전체 3%에 해당하는 영재를 가려내는 특별한 시험을 친 뒤, 지역별로 지정되어 있는 영재 교육 센터에서 심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영재교육이 체계화되어 있다. 테크노다는 그중 하데라 지역에서 선출된 30명의 영재들을 담당하는 영재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이 곳에 모여서 예술, 수학, 과학, 기계, 컴퓨터 등 다양한 관심분야 중에서 자신의 관심사에 해당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1:1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우리의 취재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무언가에 깊이 집중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복잡하게 조립된 로봇이었다. 영재반 전담 선생님인 Yitzhak Kedem은 “3달 뒤에 레고로 기계를 만들어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로봇 대회가 있는데, 지금 아이들은 모두 이 대회 준비에 빠져 있는 상태”라며, “가끔 아이들이 만들어 낸 로봇을 보면 나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서 놀랄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재교육의 핵심은 선생님이 학생에게 지식을 가르치고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더 알기 원하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 과정을 “아이들과의 동등한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휴일인 수콧 기간에도 자발적으로 센터에 나오고자 하는 아이들 덕분에 휴일까지 반납하고 끌려 나왔다고 말하며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과학을 정말로 즐기는 아이들과 그것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과학시설과 프로그램으로 중무장하고 있는 테크노다의 연간 방문객 수는 3만명을 웃돈다. 센터에는 물리학, 생물학, 의학, 전자, 로봇, 항공, 천체학, 수학 등 과학기술 전문 분야에 정통한 100여명의 교사들이 있으며(파트타임 교사까지 포함하면 150여명), 과학기술 특별 교육 기관답게 이스라엘에서 두 번째로 큰 천체 관측소, 컴퓨터 교육실, 과학 도서관 등 첨단 과학 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다.

테크노다의 교감선생님은 “테크노다의 설립 취지는 저소득층이나 장애우 아이들, 그리고 에티오피아와 러시아 등에서 이민 온 아이들과 같이 경제적, 인종적으로 사회 소외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학생의 경제수준에 따라서 수업료를 다르게 받거나 장학금이나 후원을 통한 무료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며, “과학 발전의 계보를 잇는 최고의 방법은 학생들이 즐거운 체험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평등하면서도 재미와 질을 잃지 않는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이 테크노다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 임에 틀림 없어 보였다. 나아가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라도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이곳 선생님들의 모습을 통해서 교육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금 되짚어보며, 취재를 끝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마치 많은 선물을 얻어 가는 것처럼 뿌듯했다.

#교육 #기획 #현장취재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