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동사의 시제 (3)

지난 글에서 영어의 예를 들면서 상대시제 체계의 원리를 알아보았다. 본 글에서는 지난 글의 상대시제 체계의 원리를 히브리어에 대입해 보고자 한다.

히브리어 시제 형태는 크게 보면 2가지이다: 완료형(Perfect): קטל, 미완료형(Imperfect): יקטל

완료형은 말 그대로, 어떤 행위가 완료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미완료형은 어떤 행위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완료형은 항상 과거만을, 미완료형은 항상 미래만을 의미하는 것이 이니다. 완료형과 미완료형은 한 문장의 “상대적인 시간의 선후관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참조시간(Reference Time)이다. 성서 구절에서 두 개 이상의 동사들이 나올경우, 그 동사들의 상대적인 시간 순서에 따라 완료형 미완료형이 결정된다. 즉, 특정한 히브리어 동사의 시제는, 그 동사의 행위가 일어나는 시간(E)이 다른 동사의 행위가 일어나는 시간(R)에 대응해서 결정된다.

히브리 성서에서의 실례들은 아래와 같다.

왕상 13:9 왔던 길로 도로 가지 말라

위 한글 번역 성서 구절은 두 가지 동사를 갖고 있으며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오다”라는 동사를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E), 즉 기준점으로 잡으면, 다른 동사가 일어나는 시간은 참조시간(R)이 된다. 이 때 다음과 같이 시간 개념이 성립한다.

E(왔던) < S(담화시간) < R(가지)

이 구절의 히브리어 문장은 아래와 같다.

לא תשוב בדרך אשר הלכת

즉, 두 동사의 시간 순서에 따라 먼저 일어난 사건은 “완료형”(과거의미)으로 표시되고, 후에 일어난 사건은 “미완료형”(미래의미)으로 표현됨을 볼 수 있다.

아래의 다른 예를 보라.

룻기1:6 …. 그들에게 양식을 주셨다 함을 들었으므로 … 모압 지방에서 돌아오려 하여

룻기의 이 구절은 화자가 과거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담화시간은 가장 나중이 되며, “돌아오는” 행위보다 “들었다”는 행위가 더 이전의 사건이므로 앞의 동사는 과거분사(past perfect)가 되고, 뒤의 동사는 단순과거(past) 시제가 된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분석된다.

E(들었으므로) < R(돌아오려) < S(담화시간)

이 구절의 히브리어 문장은 아래와 같다.

ותשב משדי מואב כי שמעה … כי … לתת להם לחם

두 동사는 모두 과거의 사건을 서술하고 있지만, 상대적인 선후 관계가 있으므로 더 이전에 일어난 사건은 “완료형”(과거 완료 의미)으로 그 이후에 일어난 사건은 “미완료형”(과거 의미)으로 표현된다.

아래의 문장은 좀 독특한 시제 특성을 볼 수 있다.

창23:13 내가 그 밭값을 당신에게 주리니 당신은 내게서 받으시오.

위 구절에서 “주리니”와 “받으시오” 두 동사가 나타난다. 그러나 두 동사의 태(mood)가 다르다. 첫 번째 동사는 직설법의 동사형(indicative)이지만, 두 번째 동사는 명령형(imperative)이다. 이 문장의 동사들의 선후 관계는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S < E(주리니) < R(받으시오)

S = E(주니) < R(받으시오)

즉, 위 문장에서 첫 번째 동사는 두 가지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나는 "주다"라는 동사가 말하고 있는 현재의 담화 시간과 동일할 가능성이다(현재). 다른 하나는 "주다"가 현재 담화시간 이후에 일어날 가능성이다(미래). 현재의 담화 시간과 동일한 "현재"를 표현할 때에는 대개 히브리어에서는 "분사형 동사"(participle)를 사용한다.* 따라서 현재형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위 문장은 아래와 같이 히브리어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אני נותן כסף השדה קח ממני (지금) 내가 밭값을 주니 당신은 내게서 받으시오

그러나 위 구절의 히브리어 원문은 아래와 같다.

נתתי כסף השדה קח ממני

위 원문에서 “주다”라는 동사는 완료형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문장에서 완료형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담화시간과 행동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았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돈을 주면서 아브라함이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말이 끝난 다음 미래에 돈을 주겠다는 뉘앙스의 표현이다.

이처럼 히브리어 동사 시제의 미묘한 특성을 알면 성서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히브리어 동사 시제의 기본 개념에 대해 잠시 알아보았는데, 이 외에도 숙지해야 할 동사에 관한 많은 내용들이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들은 앞으로 성서 본문을 읽어가면서 필요할 때 언급하도록 하겠다.

------------------------------------------------------------

*분사형은 또한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예. 창19:1

ויבואו שני מלאכים סדמה בערב ולוט יושב בשער-סדם 두 명의 천사가 저녁에 소돔에 이르렀다. [그 때] 롯은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다.

*제 블로그(kimsbible.com)가 최근 새 단장을 했습니다. 오짜르에 올라오는 글 외에도 다양한 글을 업로드 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김경식 목사 감리교신학대 학부 및 동대학원 졸업. 히브리대 로스버그 졸업(성서학 및 고대근동 전공, M.A.) 바르일란 대 박사과정 중 (성서학 전공, Ph.D. Candidate)

#히브리어 #성서읽기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