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노부부의 ‘샤밧’ 예찬론 -하-

이방인 노부부의 ‘샤밧’ 예찬론-하-

영국 티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 후에 할머니께서는 준비해 놓으신 샤밧 디너를 차려내 오셨다. 유월절 마지막 날 샤밧 디너 상에 오른 음식은 재미있게도 해표 김, 고추장, 멸치볶음, 미역 된장국, 계란말이와 영국식 샐러드에 향신료를 넣은 유대식 밥이었다! 한국어는 거의 알지 못하지만 신기하게도 ‘호박, 미역, 멸치’ 같은 어렸을 때 먹었던 한국 음식들과 그 한글 이름을 아직까지 기억하시고 남편 역시 좋아하시기에 자주 해 드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말씀을 하시거나 식사를 하시는 도중에 자주 말을 멈추시고 눈을 지긋이 감으시고 방언으로 기도하시며 하나님의 음성을 구하시는 듯 보였다.

‘이스라엘에는 어떻게 오시게 된 걸까?’ 궁금했다. 영국에서 샤밧을 지킨 지 7년쯤 지났을까? 갑자기 예수님과 사도 바울이 유대인이었고 샤밧을 지켰다는 사실이 깨달아지면서, 히브리어 성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응답인 듯 일주일 후에 히브리어 성경을 선물로 받아 들고 두 부부가 함께 성경을 연구하는데 재미를 붙이셨고, 급기야는 유대인들이 모여 사는 런던 북쪽 ‘골더스 그린’에 가셔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셨다. “엘로힘 이타흐(אלוהים איתך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뜻)”라는 말과 함께 신약 성경을 나눠주었는데, 놀랍게도 80% 이상은 미소 지으며 받아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이 신약 성경을 받자마자 북북 찢으며 다시는 이 동네에 오지 말라고 호통 치는 걸 딱하게 지켜 보고 있는데, “이스라엘로 가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려 왔다고 한다. 그 이듬해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성지순례를 오셨고, 이년 전에는 아예 짐을 꾸려서 이스라엘에 정착을 하셨다.

이스라엘로 오기 전 날 밤에 기도를 하는데 “에브라임 지파의 지경을 위해 기도하라”는 음성을 들었고 더 이상 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이곳 ‘메바세렛 찌온’은 ‘예루살렘’과 세례 요한의 고향인 ‘엔 케렘’ 등 예루살렘 근교까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서 기도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유대인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데 방언으로 기도하는 할머니 입에서 “실로, 베델, 벳호론, 게셀…“등이 나왔지만 무슨 뜻인지는 몰랐다. 며칠 후에 영국에서 같은 교회를 다니다가 알리야를 한 유대인 엠마 자매의 집을 방문하여 기도 제목을 나누었더니 엠마 자매는 할머니를 기도 방으로 데려가서 벽에 붙어있는 대형 지도를 보여 주었다. 놀랍게도 그 지도에 “에브라임 지파의 지경을 위해 기도하라”는 제목과 함께 에브라임 지파가 받은 지역이 확대되어 있었는데 그 도시들이 전부 할머니 입에서 나왔던 이름과 똑같은 게 아닌가! 유대인들은 에브라임 지파가 전 세계에 흩어진 잃어버린 열 지파로 이들 역시 이스라엘 땅으로 알리야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샤밧 디너 후에 곧 이어 성찬식을 했다. 포도 주스 한 잔과 마짜 한 개를 떼어 먹고 주님께 머물며 받은 말씀을 서로 나눠주고 격려했다.

어슴프레 어둠이 쌓이면서 오랜만에 ‘참 어른’께 받은 감동을 한 가득 안고 집을 나섰다. 두 분도 산책할 겸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 주신다며 우리가 걷는 길에 대해 설명 하셨는데, 이 길이 바로 “예루살렘에서 정확히 이십 오리(7마일) 떨어진 성경에 나오는 그 ‘엠마오’(눅24:13)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다. 주님께 엠마오가 맞냐고 여쭈었지만, “쓸데없는데 신경 쓰지 말고 나에게 집중하라”는 핀잔만 들으셨다고 한다. 내가 버스에 올라타고 차가 떠날 때까지 지켜보시다가 뒤돌아서 집으로 향하시는 두분 모습이 마치 엠마오로 가는 그 두 제자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서 계신 예수님이 얼핏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오늘은 또 예수님께서 두 분에게 무슨 말씀을 해 주실까...’

#향유옥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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