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트 타마르 복지원 - 이수정 외 1명

베이트 타마르 복지원 - 이수정

로쉬 하샤나가 지나갔다. 로쉬 하샤나 내내 시설은 조용했고 너무 조용해서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지나다니는 길에 불도 다 꺼져있어서 꼭 긴 터널을 지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새해로 들어가던 첫 날밤, 호다야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은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 어쩌면 괜찮지 않은 게 당연했던 건데. 집에 가지 못하고 시설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내 편의만 생각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으로 그날 밤 잠에 들었다. 다음 날, 호다야가 울어 마음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워커에게 꺼내자 뜻밖의 이야기가 되돌아왔다. 내가 굳이 알지 않아도 될, 어쩌면 내가 듣지 말았어야 할,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워커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쏟지 말라고 했다. 쏟아도, 되돌아오는 건 거짓뿐이라고. 앞에서는 사랑한다 말하지만 뒤에선 일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 말하는 게 이곳 아이들이라고. 마치 이간질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걸 내가 알아두면 뭐가 좋을 거라고 내게 말을 했는지. 차라리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돌보는 시설에 있는 봉사자들이 잠시나마 부러워질 정도였다. 지극히 관계 중심적이고 의미지향적인 나라서 더 그럴 테다. 무엇이든 지니고 있는 못된 습관이 있어서인지 그 이야기들도 꾸욱 지니고 있을 뻔 했다. 어쨌거나 아픈 아이들이기에. 진실함에서 누릴 수 있는 평안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기도하는 것을 내 자신이 더욱 선택하기를 스스로 바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사랑은 해야지. 사랑, 해야지. 사랑하자, 끝까지. 한국 다시 갈 때까지. 사랑하자.


크파르 시므온 복지원 - 이상훈

로쉬 하샤나 이스라엘 명절을 끼고 한 주를 보냈다. 우리에게도 달콤한 휴일이었다. 비록 주일날 아침에 직원이 부족하다는 말에 토요일 밤에 시설에 와서 아침에 봉사를 했지만 그 후로는 우리에게도 자유시간이라 휴식을 만끽했다. 친구들도 주일날 점심부터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오후 늦게부터 시설에는 와이프와 나 단둘만 있게 되었다. 느낌이 참 묘했다. 늘 친구들의 소리와 워커들의 소리로 가득 찼던 곳이 아무 소리 없이 조용해지며 오직 둘만 있는 공간이 되니 한편으론 안정감이 있었고 한편으론 낯설기도 했다. 그렇게 시설에서 쉬다가 저녁에 매니저 오릿의 초대를 받고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동안은 몰랐는데 종교인 집안이여서 샤밧과 같이 저녁부터는 운전이나 티비, 핸드폰 같은걸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도를 드리러 회당을 가기도 했다. 우리도 궁금해서 같이 따라가서 회당 분위기가 어떤지 느끼고 돌아왔다. 당연히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열심은 알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오릿은 우리를 태워줄 수 없어서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따로 우리를 시설까지 태워다 주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또 다른 워커인 피터 아저씨가 우리와 함께 온천을 가자고 하셔서 따라가게 되었다. 피터 아저씨는 여기서 스포츠수업을 담당하는 워커이다. 친구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워커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까지 무섭게 하시진 않는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이스라엘로 오신 거라 언어가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 영어도 하시지 못하시고 오직 러시아어랑 히브리어만 하신다. 그런데도 우리를 데리고 온천에 오신 게 참 신기했다. 더구나 가족 누구와 같이 온 것도 아니고 딱 세 명(나, 와이프, 피터)만 왔다. 말도 안 통하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가끔 침묵만 흐를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것저것 우리와 함께 먹을 음식이랑 음료수 여러 가지 준비해 오신 것들을 보면서 참 감사했다. 우리가 뭔가 타지에서 봉사며 시설에만 있는 모습이 안쓰러우셨는지 마치 아버지처럼 자식 챙기듯 해주셨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다가오시는 모습은 느낄 수 있었다. 그 후에 로쉬 하샤나가 끝나고 봉사가 시작한 수요일에 사무실 앞에 피터와 미술 담당하는 네보가 있었다. 그리고 네보는 영어로 소통이 좀 가능해서 한국을 돌아가면 뭐 할 거냐, 언제 돌아 가냐 얘기를 하는데 피터아저씨가 궁금했는지 네보와 히브리어로 물어보고 나와 대화한 내용을 전해줬다. 그러고 이제 우리가 4개월 정도 남았다는 말을 듣고선 나름 아쉬워하시는 모습이 느껴졌다. 참 느낌이 묘했다. 우리가 이제 곧 간다는 말을 한 두 사람에게 하고 다니는 게 조금 마음이 찡했다. 너무나 여기서 친구들과 보낸 시간도 있지만 그 만큼 워커 분들도 우리에게 마음을 주신 게 너무 많다는 걸 느끼게 됐다. 이곳에선 봉사자를 또 처음 받았고 우리도 그런 곳에 처음 오게 되었고 모든 게 서로에게 처음이다 보니 그 관심과 정도 많이 오고 갔던 것 같다. 이스라엘의 새해가 시작된 한 주여서 그런지 이전까지 여기서의 삶을 잠깐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참 감사하고 감사하다.

#봉사 #비아이스라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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