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만 불 든 007 가방

김삼성 선교칼럼 - 19만 불 든 007 가방


나는 입을 열었다. “성도 여러분, 기적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기초공사를 위해서 20만 불이 필요합니다. 누가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서 20만 불을 건축헌금 하시겠습니까? 할 수 있는 성도님이 있으면 헌금 하십시오.” 그리고 마지막 기도를 하고 집회를 끝냈다. 집회 후에 한 집사님이 면담을 요청했다. “목사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축복기도를 받으러 왔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집사님이 담임 목사님인 한기홍목사님도 동석하기를 원했다. 이 분이 말씀을 시작했다. “제가 연초에 하나님 앞에 약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만 불을 헌금하기로 약정했는데 무명으로 1만 불을 이미 드렸고 19만 불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제가 멕시코에 모자 공장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이 공장이 파산을 했습니다.”

나는 속으로 무슨 파산한 사업 이야기를 하려고 나를 불렀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용은 전혀 그게 아니었다. “파산한 공장을 다 청산하고 나니까 20만 불이 조금 넘게 남더군요. 몇 만 불 주고 아파트 한 채 구입하고 현재 19만 불이 남았습니다. 하나님께 헌금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 김목사님 말씀을 듣고 있는 중에 하나님께서 알마티에 헌금을 하라는 감동을 주셨습니다. 담임목사님, 헌금해도 되겠습니까?”

한기홍목사님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아이고, 김목사님. 하나님께서 금방 응답을 해 주시네요. 어서 가져가세요.” 나는 두 번 놀랐다. 집사님의 믿음에 한 번 놀라고 한목사님의 믿음에 두 번째 놀랐다. 어느 교회인들 19만 불이 필요 없겠는가? 나는 감사를 표한 후 현금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집사님은 내게 돌아가는 날짜가 언제냐고 물었다. 그 때가 토요일 밤 11시였고 나는 다음 날인 주일에 샌디에고에서 LA를 거쳐 알마티로 돌아가기로 돼 있었다. 불과 몇 시간도 안 돼서 어떻게 현찰로 19만 불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집사님은 “노력해 보겠습니다.”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 다음날 1부, 2부 예배가 마쳐가는데도 그 집사님이 나타나질 않았다.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고 애가 타는지....... 분명히 주신다고 했는데 왜 안 나타날까? 점심 먹고 출발시간이 다 돼 가는데도 그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그분이 19만 불 현금을 007가방에 넣어서 가져 왔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그 돈 가방을 20시간 이상 발로 꼭 밟고 갔다. 한잠도 못 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렇게 해서 19만 불을 알마티로 가져 왔다. 이것이 두 번째 기적이었다.


이번엔 30만 불


기초공사는 이렇게 마쳤다. 하지만 철골만 서 있고 그 다음 공사를 진행할 돈이 없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8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성전을 4층 꼭대기에 만들어 놓고 본격적인 공사를 진행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돈이 모자라서 중단하면 이도저도 안 되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0-40만 불이 더 필요했다. 아무리 기도해도 후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에는 물론이고 없고 미국에도 은혜교회 외에는 사정 이야기할 곳도 없었다. 때마침 처남이 우리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다가 목사 안수를 받게 됐다. 아직 결혼 전이라 누군가는 동행해서 축하해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미국까지 동행키로 했다. 비행기에 앉았는데 “옳거니, 이번에도 하나님께서 미국에 30만 불을 준비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좀 들떠서 ‘처남, 이번에도 하나님이 30만 불을 미국에서 준비하셨나봐.’하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회요청도 없었다. 처남이 목사 안수를 다 받고 알마티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다. 그때 홍석구장로님(당시집사)이 막 은혜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나에게 “선교사님, 부름 선교회라는 모임이 있는데 그곳에 오셔서 간증 한번 해 주세요. 말씀은 많이 들었는데 제가 알마티에 가보지 않았고 해서 간증 한번 듣고 싶습니다.”하고 청하셨다. 그래서 “그러지요.” 하고 응했다. 마음으로, ‘아, 하나님이 홍장로님을 통해서 물질을 준비하셨나보다.’하는 기대감이 컸다. 그 모임에서 선교 보고를 했더니 홍장로님이, “선교사님, 기도 제목이 있으시면 저희가 계속 기도할 테니 말씀해 주세요. 많은 도움은 못 되어도 기도라도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말했다.

당시 내 머리 속에는 30만 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념밖에는 없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지금 건축을 시작해서 기초공사를 마쳤습니다. 4층짜리 건물을 빨리 올려야 예배를 드릴 수 있는데 그 돈이 없어서 중단된 상태입니다. 30만 불을 놓고 기도해 주십시오. 누군가 하나님께서 준비해 두신 것 같습니다.”하고 기도제목을 내놓았다. 그랬더니 홍장로님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도하자고 하셨다. 다음날 주일예배를 드리고 나서 알마티 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30만 불은 마련되지 않았다. 하나님이 누군가를 통해서 예비하셨다고 믿었기에 실망은 몹시 컸다. 비행기 안에서 처남이 “매형, 실망하지 마세요. 알마티 공항에 도착할 때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오게 하실지 누가 압니까? 준비하셨을 겁니다.”하고 위로했지만,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돈은 안 왔다.

돌아와서 한 달 내내 30만 불을 놓고 기도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새벽기도 때마다 홍장로님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잊어버리려고 애쓰면서 “하나님, 30만 불을 빨리 만들어 주셔서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하고 기도에만 전념했다. 그런데 뜻밖에 기도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기도가 나왔다. “하나님, 홍장로님이 순종하게 해주세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게 해주세요.” 기도한 내 자신이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며칠 후 은혜교회의 부교역자인 강영철목사님이 팩스를 보냈다. 거기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김목사님, 기도가 참 세시군요. 하나님이 응답하셨습니다. 30만 불 받아 가세요. 홍석구 장로님이 30만 불을 알마티 선교센타 건축헌금으로 송금하셨습니다.” 도대체 내 눈을 믿을 수 없어 미국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으시는 홍석구장로님도 무슨 뜻인지 모를 말씀을 하셨다. “와 보세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다음날 나는 미국으로 날아갔다. 도착해서 홍석구장로님으로부터 들은 사연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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