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가족의 로쉬 하샤나 만찬

와인 부부는 70이 넘었지만 아직도 변호사와 피아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50년 전에 알리야한 유대인이다. 2남2녀 모두 컴퓨터 엔지니어, 의사, 그래픽 디자이너로 성공하여 이스라엘과 미국, 캐나다에 흩어져 살고 있는 전형적인 ‘중상류층 유대인’ 가족이다. 부부 모두 유대종교적인 가정 분위기에서 태어나 유대인으로 교육받고 캐나다에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았지만, 결혼 후 이스라엘로 함께 알리야를 했다. 젊은 변호사와 피아니스트로 캐나다에서 보장된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척박한 이스라엘 땅으로 알리야한 이유를 물었더니, “이곳이 바로 유대인이 살아야 할 땅이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50년 전 이스라엘은 캐나다에 비하면 여러가지로 환경이 열악해서 양가 부모님이나 친지들이 알리야를 반대했지만, 하나님의 축복으로 큰 어려움없이 정착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히브리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자녀와 손주들을 모두 부러워한다며 자신들의 결정을 자랑스러워 했다.

10월3일 저녁은 유대력 새해인 로쉬 하샤나 첫 날로 같은 회당에 다니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만찬을 한다길래 취재겸 도우미로 동참을 했다. 오후 3시가 되자 샐러드나 디저트 등 손수 만든 음식을 한 가지씩 들고 친구들과 두 자녀와 손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미 메인 디쉬는 와인 부인이 전날 다 만들어 놓아서 오븐에 데우기만 했다. 다음은 만찬 관련 축복 기도 내용이다.

  • 네 가지 음식-포도주, 할라빵, 사과와 꿀, 첫 열매-에 대한 축복 기도

  1. 포도주-모든 예식은 포도주를 마시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포도주를 마시기 전에 드리는 기도를 ‘키두쉬(קידוש;성결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라고 한다. 큰잔 두 잔에 포도주를 따라서 모든 사람이 조금씩 돌려가며 마시는데, 우리나라의 ‘술잔돌리기’의 기원이 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빵-빵을 축복하는 기도를 ‘하모찌(המוציא)’라고 부른다. 유대인들이 먹는 빵은 두 종류가 있는데, 샤밧이나 절기 때 먹는 빵은 ‘할라’, 평일에 먹는 빵은 ‘레햄’이라고 부른다. 할라의 모양은 벽돌 모양의 직사각형과 둥근 또아리 모양 두 가지가 있는데, 직사각형 모양은 우리의 기도가 하늘에 닿는 ‘야곱의 사다리’처럼 올라가기를 소망하는 의미가 있다. 특히, 로쉬 하샤나에는 둥근 또아리 모양의 빵을 먹는데, 이는 ‘일년 주기(1year cycle)’나 하나님의 통치를 상징하는 ‘왕관’을 의미한다. 할라 모양이 꽈배기처럼 꼬여있는 이유는 ‘연합이나 조화’를 의미하는데, 6일 간 세상 활동을 하다가 샤밧에는 집에서 휴식하며 하나님께만 집중하는 ‘평일과 샤밧의 조화’라고 한다. 꿀을 발라 만든 달콤한 할라를 ‘새해가 이와 같이 달콤했으면’하는 소망을 담아서 손으로 뜯어 먹는다. 이 의식을 지켜보며 왜 예수님은 구약의 예식인 ‘포도주와 빵’순이 아니라, ‘빵과 포도주 순으로’ 최후의 만찬을 하셨는지 그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나중에 메시아닉 쥬 목사님께 여쭤보았다. 구약에 나오는 예식(포도주->빵)과 예수님이 제자들과 나누신 성찬식(빵->포도주)은 다르다고 한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유월절 하루 전날 금식 후에 성찬식을 했기 때문에 포도주가 아닌 빵을 먼저 드셨다고 한다.

  3. 꿀에 찍어먹는 사과- 달콤한 할라빵과 마찬가지로, 새해가 꿀처럼 달콤하기를 기원하며 사과를 찍어 먹는다.

  4. 마지막으로 새해 수확된 첫 열매(석류, 감귤)-석류알을 손에 담아서 입에 털어 넣었고, 귤을 먹으면서 기도를 드리는데 이를 ‘세헤헤야누(שהחינו)’ 기도라고 한다. “우리를 살려주시고 건강하게 지켜주셔서 또 다시 새해를 맞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탈무드에 기록되어 이천년 이상 해온 기도라고 한다.


<이틀 동안 읽는 성경 구절>

  1. 첫 날: 창세기 21장 1~34절(이삭의 탄생에서 아비멜렉과 언약을 맺는 대목까지)/사무엘상 1장 1절~2장 10절(사무엘의 탄생까지)

  2. 둘째 날: 창세기 22장 1절~24절(이삭의 희생)/ 예레미야 31장 1~18절 까지

유대인은 분포 지역에 따라 아쉬케나지(중부유럽과 동유럽), 세파르디(스페인과 포루투갈), 미즈라히(중동지역)로 나뉘며, 풍속과 사용 언어 등이 다른 전혀 다른 문화권을 형성한다. 와인 부부는 모두 아쉬케나지 유대인으로 로쉬 하샤나 축하 의식 역시 전형적인 아쉬케나지 스타일이며, 세파르디 스타일은 더 많은 기도와 복잡한 의식이 따른다고 했다.

대부분의 게스트가 같은 회당을 다니는 노부부들인 까닭에 신년만찬 의식은 절도 있고 엄숙함마저 감돌았지만, 기도가 끝나고 식사를 할 때는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필자가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원에 다닌다고 소개를 하자, 대부분의 게스트가 ‘놀라움과 부러움’을 표시한 점이다. 이는 이분들이 ‘개혁 유대교(Reform Judaism)’에 속한 회당에 다니고 있어서 일련의 동료의식(Kindred spirit)을 느낀 까닭인데, 개혁파는 북미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여전히 소수파로 특히 여자 랍비 임용 문제로 정통 유대교인들과 알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들 앞에 서 있는 미래의 ‘개신교 여목사’가 그들 눈에는 신선한 충격인 듯 했는데, 이는 ‘여목사’란 단어에 눈살을 찌푸리던 대부분의 정통 유대교 랍비들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오랜 만에 명절상 차리느라 육신은 피곤했지만, 여러가지로 보람있는 로쉬 하샤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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