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트 비람(Beit Biram) 고등학교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학교를 꼽으라면 ‘레알리 학교’를 빼놓을 수 없다.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한참 전인 1913년, 전 세계의 시오니스트들이 미래 이스라엘을 이끌어 갈 인재 양성을 위해 하이파 지역에 설립한 사립학교로, 현재까지 명문 사립으로써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레알리 학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 전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베이트 비람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어렵사리 취재 허락을 받고 약속 당일 찾아간 베이트 비람 고등학교에서 레알리 총괄 교장, 교감과의 만남을 가졌다. 쇼시 총괄 교감은 레알리 역사 박물관으로 안내하여 학교 역사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1913년 레알리 학교 설립 후 고등학교로 만들어진 베이트 비람 학교는 1933년 영국 군대에 의해 압수되어 군시설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에는 이스라엘 방위군(IDF) 학교로 사용되다가 1953년, 드디어 베이트 비람 고등학교로 재운영되기 시작했다고 한다(IDF 학교도 현재 함께 운영 중이다). 그녀는 본인도 역사관에 진열되어 있는 교복을 입고 레알리를 다녔다며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나타냈다. 역사관에는 기증을 받아 당시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놓았고, 실제 수업에 사용되던 교구들과 기구들을 진열해놓고 있었다.

<쇼시 교감>

역사관을 둘러본 후 고등학교 건물들을 돌며 실제 학생들의 수업 모습과 학교 생활을 살펴보았다.

베이트 비람 고등학교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고등학교 중 하나이다. 10-12학년 전체 학생수가 1700여명에 달하고, 1학년 24반, 2학년 26반, 3학년 28반이 운영 중이다. 학교 교정은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킬 만큼 넓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아트 센터, 커뮤니케이션 연구관, 비람관, 언어환경관, 환경인류사회관, 도서관, 컴퓨터관, 과학관 등, 단과 별 건물이 따로 존재했고 학생들은 시간표에 따라 건물을 옮겨가며 수업을 들었다.

교과목은 과학 과목들-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컴퓨터공학, 로봇제어학, 의학생물학, 약학-과 인문 과목들-영어, 아랍어, 문학, 역사, 사회학, 지리학, 문학, 시민학, 중동학, 그리고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학생이 관심이 있고 원하는 수업을 학기초에 신청한 뒤 듣는 방식이었다. 8시부터 1교시 수업이 시작하여 45분간 수업을 진행하며 1시-1시30분까지 점심시간이었다. 평일에는 4시, 금요일은 1시에 끝났다. 학비는 매달 1455세켈로 저소득층 장학금, 특기자 장학금 등 다양한 교내 장학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직접 살펴본 교실 모습은 흡사 대학교 강의실과 같았다. 약 30여명 되는 학생들은 자유로운 포즈로 앉아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중간중간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한 학생의 질문이 나오자 학생들간의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사와 학생간 상호 소통하는 모습과 학생이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베이트 비람 고등학교의 특별한 점으로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 – based learning)’이라는 수업에 있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학생들이 그룹을 만들어 본인들이 관심이 있고 원하는 것을 주제로 자발적인 학습을 하는 수업시스템을 말한다. 즉 학생 내면에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를 일으키는 의미 있는 학습 전략으로 학습자 중심의 학습 과정 참여 방식으로 인해 가장 최적화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과제에 대해 기본적 원리들을 배우는 전통적 학습 방식과, 어려운 차원의 과제들에 도전하여 이루어내는 방식을 두 축으로 한다. 선생님은 가이드로서 중간중간 모니터링하며 전체적인 그림과 방향성만을 제시해주고 나머지 모든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진행한다. 과학 과제 두 개와 인문 과제 두 개가 보통 한 학기에 이루어지는데 학교는 이를 위해 디지털화 된 교실, 전문화된 기구들, 레알리야다 시스템(배우고 가르치는데 필요한 소스제공 시스템)을 지원한다고 한다. 배우고, 깨닫고, 이해하고, 실제 기술들을 익히는 것이 조화를 이루는 학습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3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프로젝트 선정: 학습자와 연구 대상 혹은 일반인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최종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장기 과제를 선정하여 그룹원 각자의 연구 분야를 정한다. 프로젝트에 관련된 기본 기술을 배워야 하고, 기반 지식들을 알아서 숙지하여야 한다.

-연구 및 정리 과정 : 학생들이 직접 조사하고 연구하여 모은 방대한 자료 가운데 과제를 위해 의미 있는 지식들을 뽑아내 총 정리하는 과정이다.

-배움을 위한 발표 : 학생들이 부분적 혹은 완성된 과제를 선생님들과 관련자들 앞에서 발표한다. 선생님이나 관련자들이 평가하고 그것을 피드백 해 준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다시 배우고 과제에 반영하여 최종 발표를 진행한다.

<프로젝트 수업중>

<영화 제작 프로젝트 방. 벽에 제작했던 영화 포스터들이 있다.>

이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실예로 ‘로보틱 프로젝트 팀’의 다나와 우리 학생을 만나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7살 다나 학생이 팀장을 맡고 있는 로보틱 프로젝트 팀은 로봇제어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만들어진 프로젝트 팀이다. 22명으로 시작한 팀은 현재 35명으로, 2016년 이스라엘 로보틱 경진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전세계 로보틱 대회인 ‘로키’대회에서도 대상을 수상했다. 로보틱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탐구해가던 학생들은 더 어려운 과제-로보틱 경진 대회-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한다. 경진 대회 준비를 위한 6주간,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12시간 씩 합숙을 하며 로봇을 만들었다. 로봇을 만들며 여러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학생들은 구글 동영상을 찾아 피톤과 캐드 프로그램을 익히며 로봇을 완성해갔다. 로보틱 프로젝트 팀의 교실은 대학교 기계과와 전자전기과의 시설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기계들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로봇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올해도 새로운 로봇을 만들어 대회에 나갈 거라며 포부를 다졌다. 담당 교사 우지 씨는 자신은 ‘학생들 관리’만 했다며 학생들이 좋아서 한 프로젝트 수업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15살 우리 학생은 3D프린터 컴퓨터 작업을 분주히 하다가 벌써 다른 과목 수업 시간이 되었다며 급히 가방을 챙겨 떠났다.

<로보틱 프로젝트 팀 방>

<로보틱 프로젝트 팀, 우리(15), 다나(17) 학생>

<대상을 수상한 로봇>

<교사 우지 씨와 로보틱 프로젝트 팀의 단체사진>

이러한 베이트 비람의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해외 학교들은 물론 이스라엘 공립 학교에서도 방문이 잦다고 한다.

학교 교정을 지나며 마주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넘쳐 흘렀다.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탐구해서 배워가는 앎의 즐거움이 이러한 활기를 낳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고등학교 교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교육 #기획 #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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