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망의 건축허가

김삼성 선교칼럼 - 난망의 건축허가


부목사님이 발렌스타인이라는 유태인 설계사 한명을 만났다. 그가 와서 대지를 훑어보더니 하는 말이 “목사님, 7천명까지 되겠습니다.”고 했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되묻기를 “아니, 다른 설계사들은 2천명에서 아무리 많이 잡아도 3천명밖에 들어 갈 수 없다고 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7천명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오?‘하고 물었다. 그는 내 앞에서 그림을 그려보였다. 선교센터에 세워진 건물 가운데 한쪽 끝에 있는 조그마한 건물을 변경하면 7천명은 들어 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멘.’했다. 그는 3-4만 불의 설계비를 청구했다. 나는 믿음으로 설계를 의뢰했다. 설계를 의뢰하고 건축업자를 물색해야 한다기에 업자를 찾았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알마티에서 제일 큰 건축회사가 있었다. 그 건축회사 관계자들은 현장을 보고는 욕심을 냈다. 그 당시 소련이 자본주의로 체제 전환을 하고 있었기에 회사마다 파산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에 수주를 맡았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이번에는 건축회사 사람들이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귀띔을 해줬다. 설계도가 완성돼도 건축허가를 받지 않으면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옳은 소리였다. 하지만 건축허가를 받는다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이야기 듣기로는 60년 이상 된 현지 러시아 침례교회가 60년 동안 시에서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는데 못 받았다. 모슬렘 국가에서 누가 개신교회 건축허가를 내주겠느냐? 기도를 하다가 기가 막혀 버렸다. 내가 일을 시작했지만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제일 큰 홀이 서울의 세종문화회관 정도 규모의 레닌 홀(지금은 공화국 홀로 이름이 바뀌었다)이다. 이 홀의 최대 관객 수용 능력이 3천5백 명이다. 이 홀보다 더 큰 교회를 짓는다는 게 가능이나 한 소리인가?

아무도 허락을 안 할 거라고 입을 모았다. 나 역시 누가 건축허가를 내주겠느냐 하는 의문이 생겼다. 기적이 아니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건축을 위해서 기도할 때 하나님이 내게 ‘절대로 뇌물을 쓰지 말라.’는 원칙을 주셨다. 하나님의 성전이기에 그분의 기적으로만 이 일을 행하라고 요구하셨다. 하나님의 능력만을 의지하고 법대로, 정확하게 이 일을 수행하라셨다. 선교를 처음 시작하는 지역일수록 검은 돈을 요구한다. 이런 거래 없이는 건물 하나 렌트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한 푼의 뇌물도 주지 말라고 하셨다.

다음날 건축회사 사장이 나를 찾아왔다.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이 지혜를 주시기를, ‘건축회사 사장으로 하여금 건축허가를 받게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사장에게 담대하게 말했다. “생각 좀 해보시오. 이 건축 수주를 받으면 당신들은 파산을 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오. 당신들이 건축하기를 원하면 당신들이 허가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 두시오.” 라고 했다. 사장은 완전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목사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건축허가를 받아줘야 우리가 건축을 하는 거지요.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못을 박듯 다시 다짐을 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에게는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당신이 허가를 받으면 시작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 두세요.’ 사장은 한번 시도해 보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허가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3주 후에 사장이 나를 찾았다. 2만 불만 달라는 것이었다. 그 돈을 들고 시에 찾아 가서 ‘천5백 명 정도 들어가는 홀을 지는데 필요한 건축허가를 달라.’고 말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나는 어떻게 받든지 허가를 받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검은 돈은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이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해 주었다. 하나님은 의롭고 정직하신 분이기 때문에 부정부패에 동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정말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목사님, 현실을 아셔야죠,”하고 사장이 말하기에, “아닙니다. 내가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를 해 줄 테니 하나님의 축복으로 일을 해 보세요.”하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 불신자 사장을 붙들고 기도를 했다. 그는 단순해서인지 조용히 기도를 받고 돌아갔다.

마침 미국에서 집회요청이 왔다. 워싱턴, 포틀랜드, LA, 샌디에고 등 4 교회에서 집회요청이 온 것이었다. 집회요청을 받자마자 내 마음속에 ‘하나님이 미국에 공사 대금을 준비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목사님은 건축허가를 받아도 기초공사만 하는데 20만 불이 든다면서, “목사님, 20만 불을 꼭 마련하셔서 오셔야 이 공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하고 애원조로 말했다.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미국에 돈을 준비시켜 놓으셨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금식하고 기도만 하라고 했다. 첫 집회 는 포틀랜드에 있는 한 한인교회에서 열렸다. 전교인 수양회를 인도했는데 은혜를 많이 나눴지만 건축헌금에 관한 말씀을 안 하게 하셨다. 두 번째 집회는 LA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열렸다. 거기에서도 차마 건축헌금을 부탁한다는 말은 안 나왔다. 입이 안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워싱턴으로 갔다. 거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명 정도가 출석하는 교회였는데 20만 불 헌금에 대한 말이 입에서 나오질 않았다.

마지막 집회는 샌디에고 갈보리교회에서 열렸다. 수, 목, 금, 토요일까지 집회를 하는데 토요일 밤 10시쯤 넘어 집회가 거의 끝나 갈 때쯤 마무리 기도를 하려고 섰다. 그 때 불현듯 성령님께서 감동을 주셨다. ‘이 교회에서 20만 불 헌금 이야기를 꺼내라.’ 나는 그 짧은 순간에 20만 불 헌금 이야기를 했다. 포틀랜드에서 집회를 하고 있을 때 부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사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뇌물을 주었냐고 했더니 ‘돈이 어디 있느냐?’고 되레 반문했다. 사연은 이렇게 된 것이다. 그 날 건축회사 사장이 축복기도를 받고 집에 가서 곰곰이 고민을 했다. 수주를 따내기는 해야 될 텐데 아무리 생각 해봐도 건축허가를 받을 길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한 가지 생각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그 건축회사는 알마티 시로부터 기백만 불의 채권이 있었다고 했다. 시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이 회사에 부탁하고는 몇 년간 돈을 못 갚았다. 다음날 건축회사 사장이 시장을 찾아갔다. 그 당시 알마티 시장은 대통령 후보요 상당한 정치적 역량을 지닌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건축회사 사장들은 정치인과 선이 닿아 있었다. 건축회사 사장은 시장에게 가서 건축허가를 내달라고 했다.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개신교회인 줄 뻔히 아는데 어떻게 건축허가를 내 줄 수 있소. 허가 해줬다간 나중에 무슨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사장은 이 말을 이렇게 되받아쳤다. “시장님, 건축 수주액이 2백만 불입니다. 전액 외국에서 들어오는 돈이므로 시의 재정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시장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 때 사장이 쐐기를 박았다. “그러면 시장님, 우리 회사에 빚진 돈을 빨리 주십시오. 회사가 파산될 지경입니다.” 시장은 지금 돈이 없으니 올해까지는 힘들겠다며 곤란해 하더란다. 그래서 사장은 따지듯 말했다. “당신, 돈도 안 주고 건축허가도 안 주고, 도대체 우리더러 건축업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오! 우리가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당신이 도와주어야 하는 거 아니오?” 시장은 그 자리에서 건축허가를 내줬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면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시장이 사인을 해도 그 밑에 건축담당 부시장이 사인을 하고 또 그 밑의 국장이 검토하는 식으로 그 과정이 엄청나게 길다고 한다. 그 과정을 다 거치면 6개월 이상이 걸리고, 또 그렇게 걸린다 해도 된다는 보장이 없는데 시장의 지시에 의해 단번에 허가가 떨어졌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부목사님은 이 말을 잊지 않았다. “목사님, 이제 20만 불만 있으면 건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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