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파르 시몬 복지원 - 정소연 외 1명

크파르 시몬 복지원 - 정소연

오늘도 바구니 수업에 들어가 섬기는 일을 했다. 오늘은 기존에 담당했던 워커인 도릿이 오전에 출근을 안 해서 항상 도릿의 대타로 바구니 수업을 지도하는 에스텔이라는 할머니 워커와 함께 수업을 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난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각자 할 일을 배정해 주며 수업 진행을 했다. 약간 뭐랄까 습관처럼? 그렇게 딱딱딱 움직여졌다. 에스텔이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얘는 뭘 할 줄 알아?” 등의 질문이었다. 나는 그 질문에 다 대답을 해주며 일을 진행했다. 그랬더니 에스텔이 하는 말이 “네가 보스고 나는 그냥 보조 같다.” 말을 하며 껄껄 웃었다. (깊은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고 그냥 그렇게 얘기함으로써 나한테 일을 더 시키려고 하는 저의가 살짝 있는 것도 같긴 했지만...ㅋ아닐 수도 있고...ㅋㅋ) 그만큼 내가 바구니 수업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얘기인 것 같았다. 아이들의 능력치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수업의 진행 상황이나 전반적인 것들을 조금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새삼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어느새 이렇게 적응을 하고 크파르 시므온의 중심에 들어와 있게 되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괜히 묘한 기분이었다. 6개월 전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 버리한 외국인 봉사자였는데 지금은 비록 농담으로라도 저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신기하기도 하고 아무 능력 없는 소심하고 미련한 나를 이렇게 하나님이 이끌어 주셨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제는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자식을 낳아보지 않아서 모성애까지는 못 느끼더라도 마치 내 동생들처럼 예쁘다. 샤밧을 마치고 시설로 돌아올 때면 저 멀리 시설 정문에서부터 아이들 실루엣이 하나 둘씩 보이면 너무 반갑고 예뻐 죽겠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정말 후회 없이 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과 사랑을 주고 싶다. 이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서 가족과 같은 사랑과 관심을 주었던 소중한 첫 외국인 친구로 평생 기억되고 싶다.


세인트 빈센트 복지원 - 서시내

매니저가 바뀌었다. 이전 매니저 나임은 나에게 정말 친절했지만 무슬림이라는 편견이 있어서 그런가 난 그의 눈이 참 무섭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갑자기 그가 보이지 않았고, 한참을 지나서야 나는 왜 나임이 보이지 않느냐고 봉사자 아너미에게 물어보았다. 아너미는 설명하기 복잡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 옆에 있던 워커 조지에게 무슨 일이냐고 다시 물어보았는데, 조지는 '나는 그에 대해 말하기조차 싫어.'라고 말해 화제가 바뀌었다. 나중에 아너미가 대충 얘기해줬는데, 수녀님과 워커들과 트러블이 있었나보다. 뭐. 나에게 크게 중요한건 아니니깐. 그리고 기존 워커였던 에이드가 뉴매니저가 되었는데, 그는 크리스천이고 유일하게 담배를 피지 않는 워커였던 걸로 기억한다. 열심히 하고 친절한 사람인데, 내가 봤을 때 가장 어려운 타이밍에 그가 매니저가 된 것 같다. 지금 우리 시설은 일할 사람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워커들도 많이 그만뒀고, 봉사자들도 갑자기 쑤욱 빠져버렸다. 어떨 때는 한 워커가 새벽 6시부터 밤 8시까지 일하기도 하고, 한 워커가 12명의 아이들을 관리해야 할 때도 있다. 매니저 에이드는 워커였다가 매니저가 되다보니 워커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가 쉽지 않나보다. 그는 요즘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하드워킹 중이다. 이번 성지순례로 휴가를 받으려고 했는데, 매니저가 되자마자 몇 안되는 워커와 봉사자들로 스케줄을 짜는게 어렵나보다.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조정해볼게.'라고 말했는데 스케줄을 보니 정말 휴가가 없어서 살짝 속상했다. 그런데 에이드가 나를 찾아와서는 휴가를 못줘서 미안하다고 최선이었다면서 대신에 하프휴가를 더 줬다고 말했다. 사실 진짜 속상했는데, 저렇게 애쓰고 있는 에이드를 보니 차마 불평을 할 수가 없었다.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여기도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가는 공동체이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을 위해 일한다. 나는 봉사자이니깐, 조금 더 나에게 유익한 방향이나 욕심을 부릴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그저 매니저에게도 워커들에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내가 성실하게 내 자리에 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면 충분 한 것 같다. 그리스도의 향기는 내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나타낼 수 있는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세인트 빈센트에서의 봉사는 휴가부족과 일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만족도가 참 높은데, 함께하는 사람들이 참 따뜻하고 좋아서 그런 것 같다. 말도 안통하고 종교도 다르지만 우리는 만나서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아이들을 위한 하나의 마음이 있다. 그래서 더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요즘은 내가 더 건강한 상태로 왔더라면 이브닝도 도와주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서로가 배려해주면 좀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소망을 조금 배웠다.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봉사 #비아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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