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프로그램아 고마워!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한지 3일쯤 되었을 때, 하교한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어땠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등교 첫 날부터 집에 오자마자 '엄마. 한국 초등학교 다니고 싶어.'하던 아들이 조금 걱정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는 활짝 웃으며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 전날과는 반응이 너무 달라서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더니 손에 들고 온 것을 보여준다. 아이 손에는 환영 메시지가 쓰여 있는 그림과 사탕이 들려 있었다.

이것은 그 학교 6학년 생인 다니엘 형이 준 것인데, 형이 오늘 자신을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학교를 안내해주고 설명도 해주고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함께 놀았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 초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멘토 프로그램’이다. 유치원에서 자유롭게 놀기만 하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새내기들에게는 학교 시스템이나 분위기 등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기만 할 것이다.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들어야 하고 갑자기 지켜야 할 규율과 규칙이 생겼다. 처음 만난 선생님도 조금은 어색하고 어려운 존재이다. 이러한 큰 변화를 맞은 신입생들에게 멘토 프로그램은 그들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는데 상당히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보였다.

멘토 프로그램은 새학기가 시작하면 6학년 교사가 신입생인 1학년 생과 6학년 생을 한 명씩 매치 시켜 준다. 6학년 생들에게는 교과과정도 아니고 필수도 아니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 참여한다고 한다. 매치 된 1학년 생과 처음 만나면 자기 소개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학교를 돌며 곳곳을 안내해주고, 그 후 2주간 매 쉬는 시간마다 함께 만나 시간을 보낸다. 주로 함께 놀고 학교에 대해 궁금한 점에 대해 이야기도 해준다. 때론 어려움을 들어주며 잘하고 있다고 격려도 해주고 준비한 작은 사탕이나 초콜릿, 카드, 선물 등을 주기도 한다.

“사실 매 쉬는 시간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가야 되서 가끔은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민석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저도 1,2학년 때 형들이 그렇게 해줬는 걸요.”

등교 때 교실에서 만난 다니엘 군에게 힘든 점은 없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1학년 교실에 일부러 찾아와 우리 아이에게 오늘 하루 잘보내라며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 우리 아이에게 확연히 보였다. 부모나 선생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야기 하면 지루한 규칙이 되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형이나 언니들이 이야기 하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법이다. 아이들에게는 형이나 언니들이 하나의 롤모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5살 밖에 안 되는 친구 딸도 벌써 부터 ’00언니처럼 옷을 입혀달라’거나, 그 언니가 한 행동이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니 말이다. 가까운 나이대에 형성되는 자연적인 친밀감은 두려움 없이 자신을 오픈하고 노출하게 하며,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들 만의 언어를 사용하여 소통한다. 형, 언니들의 모습은 긍정적인 형태의 모델로서 아이들이 초등학생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하며 더 나아가 초등학교를 잘 다닐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까지 선사한다. 멘토 프로그램은 어쩌면 교사와 학교 커리큘럼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멘토 시스템은 6학년 생에게도 교과서 밖의 교육 효과를 톡톡히 발휘 하고 있었다. 그들은 타인을 위한 배려와 공감 능력, 책임감, 인내와 관용, 놀이를 통한 창의성, 타인과의 차이점에 대한 수용력 등 많은 가치들을 배우고 있었다.

학교마다 그 운영 방법과 시간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6학년 학생과 1학년 학생, 5학년 학생과 2학년 학생의 멘토 프로그램이 있었다. 첫 2주 간은 매일 쉬는 시간마다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하고, 그 후 한 달에 한 두번 씩 교실에서 만나 함께 만들기나 그리기, 이야기 만들기, 보드 게임 등 여러 활동을 함께 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며칠 전에도 작은 장난감 차를 받아 와서 무슨 보물이라도 되듯이 가지고 놀기도 했다.

이제 아이는 학교가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큰 스트레스나 어려움 없이 학교에 잘 적응하여 다니는 모습을 보며, 멘토 프로그램이 한 역할을 해준 거 같아 다니엘에게 미리 감사 카드를 보냈다.

#향유옥합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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