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베 므낫세 복지원 - 강소리 외 1명


네베 므낫세 복지원 - 강소리

9월이다. 이스라엘 올 때만 해도 9월이 까마득했었는데 벌써 9월이다. 많은 게 변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좀 컸나, 내가 남긴 건 무엇인가, 내가 얻은 건 무엇인가 돌아본다. 엄마는 집에서 나 없는 6개월을 버텼다. 내 계획은 그대로 이뤄진 것이 별로 없지만 기적 같은 기회들과 경험들이 내 6개월을 채웠다. 사람을 많이 얻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아직도 미래는 불확실하다. 여전히 사랑이 고프지만 아무나는 아니게 되었다. 멋진 내면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경험했더니 눈이 높아졌다. 공동체 생활을 해봤더니 관계에 너무 많은 감정을 소비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외국인들과 생활을 하다 보니 예전엔 고민하고 부딪혔던 걸 이젠 부딪혀보고 나아간다. 여러 사람들에게 칭찬도 받고 인정도 받고 사랑도 받다보니 나도 모르게 의지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어쩌다 한 번 나쁜 소리, 싫은 소리가 여전히 아프고 힘들지만 견디게 된다. 그리고 이젠 내가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는 걸 확신한다. 사람의 인생을 의지하거나 사람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말하는 사람보단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었는데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항상 듣고 싶었던 성숙하다는 말도 듣게 되었다. 나는 한국나이로 21살, 여기 나이로 20살. 아직도 너무 너무 어리다. 따지고 보면 나는 성인이 되고 겨우 8개월만 세상을 제대로 본 거다. 아주 작은 사람의 마음 하나로 여러 열방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여전히 하나님의 헵시바가 되고 싶고 내 꿈은 여전히 가난한 자, 궁핍한 자, 고아와 과부를 돕는 거다. 더 이상 삶과 죽음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 지혜를 얻었다. 이게 내 2016년 9월이다. 음...잘 컸군. 만남과 이별에 익숙한 사람이고 싶은데 아직 그게 잘 안되나 보다. 네베 므낫세를 두고, 비아 이스라엘 사람들을 두고 한국에 가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나 같이 어리광쟁이에 이기적인 사람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눈높이를 맞춰주고 솔직하게 사랑해준 사람들이 있다. 행복하다.


베이트 타마르 복지원 - 이수정

봉사 시작 후 한 시간 뒤 즈음 흘렀을까. 갑자기 하우스 마더가 장을 보러가자고 했다. 이미 몸이 지쳐있던 상태였지만 함께 따라나섰다. 일주일 치 장을 보는 것인데도 양이 어마 어마 하다. 무거운 카트를 끌어야 할 뿐더러 담고 또 나르고의 반복이라 장을 보고 오는 날이면 평소 시설 안에 있던 것보다 체력 소모가 더 하다. 장을 다 보고 냉장고에 넣어놓고 또 정리하고 소파에 앉아있는데 에티가 지쳐있는 내게 와 기저귀를 갈아 달라 부탁을 했다. 새로운 봉사자도 있는데 왜 그 사람에게는 부탁하지 않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나마 내가 익숙하기 때문에 부탁하는 것이겠지만 기저귀를 가는 일이 사실 아직 내게 익숙하지는 않다. 능숙하게 해낼 수는 있어도 익숙하지는 않다. 그러다 내가 참 사랑하고 존경하는 한 사람으로부터 여러 깨달음의 말들이 전달되어졌다.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 내가 없으면 그만큼 불편하고 힘들 것이라는 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뭔가 불편할테고 또 어색할 것이라는 말. 기저귀 가는 부끄러운 일이 또 새로운 이에게 보여야 하고 맡겨져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나는 그 사람에게 선택 받았다는 말. 누군가에게 나는 큰 도움이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고 타인에게 기쁨이 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는 말. 만족하기 어렵겠지만 이곳에서 흘린 땀과 고생을 하나님이 다 기억하신 다는 말. 글을 보자마자 부끄러워 주님 앞에 도저히 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여전히 나만 생각하며 사는구나 싶었다.

사실 에티가 베이트 타마르를 떠날 날이 별로 남지 않았다. 곧 살게 될 아파트를 점검하며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듯하다.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왜 난 그 모냥이었을까. 참 많이 회개했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맡겨주신 영혼 잘 섬기지 못해 죄송합니다...' 비단 에티와의 문제만은 아니다. 재잘재잘 만날 내 앞에 와서 떠드는 호다야에게도 어느 순간 마음을 쏟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은 나도 이곳에서의 모든 것을 다 받아낼 여유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비로소 9월이 시작 되었다. 이곳에 온지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아이들도 개학을 맞이해 더불어 새벽 봉사도 시작되었다. 오전 6시부터 아이들이 마실 음료를 준비하고 쿠키를 가져다주었다. 걱정하던 엘리란도 드디어 학교에 보내졌다. 새 아침이 밝은 것.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내 심령에 이르기를 여호와는 나의 기업이시니 그러므로 내가 그를 바라리라 하도다 기다리는 자들에게나 구하는 영혼들에게 여호와는 선하시도다 사람이 여호와의 구원을 바라고 잠잠히 기다림이 좋도다." 아멘. 모든 지침과 어려움과 우울함과 또 슬픔을 뒤로하고, 아버지의 성실함으로 인하여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기로 선택하게 된 아침. 이 말씀이 내게 주어져 정말 참 다행이다.


#봉사 #에피소드 #비아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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