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바 노암 엘리에젤의 랍비(Yitschak Naki) 이츠학 나키

랍비 이츠학을 처음 만난 때는 지난 7월 필자가 다니는 교회에서 거리찬양 연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검은 옷의 종교인이 불쑥 들어오더니 ‘이것이 바로 예언의 성취’라며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여러분을 축복한다’고 “아론의 블레싱”을 우리에게 해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교회 찬양 팀이 시온 광장에서 찬양을 할 때 누군가 시끄럽다고 신고를 해서 경찰이 출동했는데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의로운 이방인을 해롭게 하지 말라’며 적극 변호를 해준 사람도 바로 랍비 이츠학이었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벤 예후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을 때 ‘어디서 왔냐며,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너희들을 하나님이 축복하신다’고 했던 종교인도 알고 보니 이 랍비였다!


대체, 왜 이토록 한국인을 ‘졸졸 따라 다니며’ 축복하는 지 궁금해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 약속 장소인 벤 예후다에 있는 까페 이층으로 들어서는 랍비 이츠학은 가는 줄무늬가 쳐있는 짙은 곤색 양복에 화려한 넥타이까지 매고 있어서, ‘노타이에 하얀 셔츠와 검은 양복’을 입는 종교인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인사를 나누자 마자 “랍비가 이렇게 입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이 정도는 괜찮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다음은 랍비 이츠학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사진설명:1. 랍비의 아내와 딸 2. 부채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 3. 거리찬양 연습하는 한국인에게 '아론의 기도'로 축복하는 모습 4. 책가방 수령증 5. 랍비가 지은 책-이스라엘의 산들 6. 가난한 집 자녀에게 나눠줄 책가방들>

이방인에게 이토록 관심이 많고, 다른 랍비와는 달리 이방인을 환영하는 이유는?

나는 메아 쉐아림(예루살렘 내 정통 종교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다른 종교인처럼 이방인들과는 말도 안하고 대면을 피해왔다. 그런데 우연히 마주친 한 이방인에게 ‘자신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성경의 예언이 성취되고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우리 유대교인들도 메시아의 도래를 알리는 징조 중의 하나가 ‘이방인들이 이스라엘로 찾아 오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바로 그러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유대인들은 이방인들이 이스라엘을 찾아올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지나가는 이방인에게 인사도 하고 친근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랍비들도 많았다. ‘기독교인들에게 아직은 관용을 베풀 때가 아니라며’ 나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노암 엘리에젤이 무슨 뜻이고, 무엇을 하는 곳인가?

노암은 3년 전에 세상을 떠난 넷째 아들의 이름인데, 태어나자 마자 뇌에 물이 차서 장애아로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이 아들을 키우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메아 쉐아림에 있는 아주 낡은 회당을 수리해서 예시바를 만들었고 그 예시바 이름을 아들 이름 노암과 내가 존경하는 랍비 엘리에젤 이름을 따서 “노암 엘리에젤”이라고 지었다. 이곳은 예시바일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구제 기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전에는 식료품을 사서 각 가정에 직접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도왔었다. 그런데 어떤 가정에서 배달된 식료품을 받으러 나오는 것이 부끄러워 화장실에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또 밤 12시에 몰래 가져다 달라는 주문을 받으면서 자신들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식료품 가게와 연결해서 외상으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가져가면 나중에 정산 처리해 주는 방식으로 돕고 있다. 그리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내가 직접 고른 최고급 제품의 책가방에 학용품을 가득 채워서 가난한 집 자녀에게 선물한다. 종교인 자녀들은 초등학교 자녀 학비 보조금으로 매월 1인당 15세켈을 받는데 이 돈으로는 노트 한 권 사면 바닥이 나서, 그들 형편으로는 구입이 어려운 최고급 학용품을 선물하고 있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올 가을 새 학기 때 나눠주려고 700개의 가방을 준비했으며, 책상 위에 놓여있는 리스트에는 책가방 배급이 필요한 아동들의 명단과 수급 여부가 적혀 있었다-필자 주)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인 동시에 하나님을 믿는 자들만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구제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하나님의 축복이 더 풍성하게 임하시는 경험을 많이 했다.


랍비가 된 이유는?

집안 대대로 정통 유대인 가정이기는 했지만 아무도 랍비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토라와 탈무드가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공부하다 보니 랍비가 되어 있었다. 22세 되던 1983년에 랍비가 되어 지금 거의 30년 째 랍비를 하고 있다. 모든 랍비들은 베냐민 지파나 유다 지파 자손들이라고 하지만, 사실 모든 민족과 섞여졌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도 어느 지파의 자손인 지 확실하게 알기가 어렵다. 내 자녀들에게도 각자 원하는 길을 가라고 격려한 탓인지, 큰 딸은 ‘종교인 법대’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로 일할 예정이고, 아들 중에도 랍비가 되겠다는 아들이 없다. 매일 하루에 세 번씩 기도하고 거의 매일 서쪽벽에 가고, 매일 탈무드와 토라를 공부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 랍비가 된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방인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요즘 한국인을 비롯한 전세계 많은 크리스천들이 이스라엘을 축복하고, 이스라엘에 오는걸 보며 고마운 마음과 함께 다소 걱정스런 생각도 든다. 그들이 유대문화와 토라를 잘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문제점이 보이기 때문인데, 특히 ‘샤밧과 절기’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서 그와 관련된 책을 쓰려고 구상중이다.(현재 “이스라엘의 산들-천국의 맛(The Mountains of Israel-Taste of Heaven)”이란 책이 시판 중-필자 주) 우리 유대인에게는 이방인에게 제대로 토라를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이방인들이 샤밧과 절기를 지키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는 하지만, 유대인과 이방인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는 엄연히 다르다. 특히, 샤밧은 모세를 통해 유대인에게만 주신 계명이 아니라, 천지창조 후에 아담에게 주신 명령이었기 때문에 전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유대인에게 샤밧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절대절명의 계명인데 반해, 이방인에게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즉, 샤밧을 지키면 복이 되고, 안 지키면 그 복을 놓칠 뿐이다. 따라서 유대인처럼 지킬 필요는 없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지금이 메시아가 다시 오시는 ‘마지막 때’라고 믿는다. 유대교의 관점은 어떤가?

우리 역시 이방인들이 유대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이스라엘을 다시 찾는 것이 ‘마지막 때’의 징조 중 하나라고 믿고 있으며, 이 마지막 때가 바로 메시아가 오는 때이기도 하다. 다만, 하나님은 홀로코스트 이후 메시아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유대인들을 축복하실 것으로 믿기 때문에, 더 큰 ‘환란이 올 거’라는 크리스천들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제 3성전 건축은 메시아의 도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데, 일부는 성전이 먼저 건축된 후 메시아가 온다고 믿고, 또 다른 일부는 메시아가 와서 성전을 건축한다고 믿고 있다. 나 역시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다. 메시아는 인간이지만,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significant)’ 모습으로 올 것이다. 메시아가 지금 당장이라도 올 수 있다는 사실에는 모든 유대교 랍비가 동의를 해서, 많은 랍비들이 메시아가 오면 재빨리 갈아입고 알현할 수 있도록 ‘하얀 셔츠를 비롯한 깨끗한 옷’을 가방에 늘 지니고 다닌다.


랍비 이츠학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가지 궁금증을 다소나마 해갈할 수 있었던 것은 좋았지만, 우리와는 달리 기부 문화(쩨다카)가 발달한 유대교 랍비답게 노골적으로 ‘기부’를 강조해서 좀 마음이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유대교인들에게 ‘자선’은 3대 의무-테슈바(회개), 트필라(기도), 쩨다카(자선)-중 하나로, 유대 현자들은 쩨다카를 행하지 않는 것을 우상 숭배와 동일시 했을 정도로 강조했다. 따라서 랍비는 처음부터 이 인터뷰를 통해 노암 엘리에젤을 홍보해서 기부를 많이 받아 가난한 사람들을 더 많이 돕는 것이 목적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중요한 절기가 한꺼번에 모여있는 10월은 많은 유대인에게 자선을 베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쩨다카를 하는 자를 하나님께서 축복하신다는 토라의 약속을 믿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당당하게’ 자선을 요구하고 구걸을 한다. 가급적 돈 얘기는 피하고 보는 한국의 정서와 문화와는 많이 다르다고 좀 기도하며 기다리라고 설명을 드렸더니 알아들으신 듯 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랍비는 아래 성경 구절을 보여주면서, 이 구절은 “로쉬 하샤나 때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는 것에 대해서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설명과 함께, 현재 핀란드 등 북유럽과 아프리카에 초청 강연을 자주 다녀서 많은 기부가 들어오고 있는데 이 글을 읽는 한국 독자들도 이 ‘거룩한 일’에 동참하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느헤미야가 또 그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가서 살진 것을 먹고 단 것을 마시되 준비하지 못한 자에게는 나누어 주라 이 날은 우리 주의 성일이니 근심하지 말라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 하고-느헤미야 8:10


* 노암 엘리에젤 홈페이지: http://www.noameliezer.com/donate/

* 기부를 원할 때

Noam Eliezer Institution

Bank Hapoalim

Account Number: 343135

Branch: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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