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파르 시므온 복지원 - 정소연 외 1명

크파르 시므온 복지원 - 정소연

이번 주간에도 똑같은 평범한 생활을 하였다. 그 속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들을 이야기 하려 한다. 샤밧 기간을 예루살렘에서 보낸 후 시설로 다시 돌아가서 처음 보게 된 새로운 변화는 내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시키는 레지던트 중의 한 명인 ‘싸필’이 단정하게 단발머리로 머리를 자르고 왔다. 원래 싸필은 긴 머리의 소유자였는데 지난 주말에 집에 가더니 싹둑 단정하게 자르고 돌아왔다. 얼굴이 예쁘게 생긴 아이라 단발머리도 잘 어울리고 너무 예뻤다. 그리고 매일 샤워를 시켜야 하는 나로서는 반갑기도 했다. 아무래도 긴 머리는 머리를 감기고 묶어주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편리해진 것이 좋았다.

그리고 요즘 나에게 맡겨진 임무는 매일 아침 식사 후에 노아에게 테이블을 행주로 닦고 청소직원이 청소하기 편리할 수 있게끔 식당 의자들을 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게 시키고 감독하는 일이다. 노아는 늘 얘기했던 것처럼 무질서하고 제멋대로인 아이라 매니저가 공공의 편의를 위한 이런 일들을 하나씩 가르치고 맡겨서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 같다. 비록 노아가 틈만 나면 행주를 팽개치고 도망가려 하고 식당의 음식을 훔쳐 먹으려고 호시탐탐 엿보는 것들 때문에 쉽진 않지만 그래도 옆에 딱 붙어 다니며 감독을 해보니 테이블을 닦고 의자들을 올려놓는 일들을 나름 머리를 써서 어떻게 의자를 배치해야 할지 파악하고 놓는 모습을 보니 “아~얘가 머리가 좋구나~ 영악하네~”라고 생각하며 감탄하곤 했다. 당분간 이 일은 계속 하게 될 것 같다.

지난주에도 언급 했었던 자미르는 이번 주에도 폭력성이 폭발했다. 적응 하는 듯싶다가도 다시 뒤집어지고 왔다 갔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주엔 혼자 앞뜰 구석에 가서 “왜! 왜!” 소리치면서 엉엉 울더니 (아마도 본인이 왜 자기 집이 아니라 여기에 와서 살아야 하는 지가 납득이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돌멩이들을 주워서 레지던트들과 워커들이 앉아서 쉬고 있는 장소까지 급박하게 뛰어가더니 그 돌을 바닥에 던져 내리치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돌멩이가 바닥에 부딪혀 깨지면서 자미르의 정강이 쪽에 돌조각이 튀었는지 정강이에서 피가 꽤 많이 철철 흘러나왔다. 이번에도 내가 다가가서 달래보려 했지만 자미르의 기분이 정말 별로였는지 효과가 없었다. 연거푸 돌을 주워 와서 던지고 깨트리기를 반복했다. 너무 안타까웠다. 내가 힘이 되어줄 수 없고 도움을 줄 수 없어서 더 안타까움이 컸다. 가족들과 분리 되어서 살 수 밖에 없는 처지도 너무나 안쓰럽고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어서 참 기분이 복잡했다. 가족들이 주는 사랑과 내가 주는 사랑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고 자미르에게나 또 다른 레지던트들에게도 가족이 주는 사랑만이 최상의 만족을 줄 것이란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그 영혼의 한 구석이라도 따뜻하게 채워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이 아이들에게 난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세인트 빈센트 - 서시내

누르가 이로 혀를 깨물어서 늘 피가 났었는데, 드디어 수술 날짜가 잡혔다. 전에 봉사를 했던 마를레나는 떠나는 날까지도 누르를 걱정하면서 갔고, 지난 주에 세인트 빈센트를 잠시 방문 했는데 그 때도 누르의 수술은 아직도 진행되지 않은 거냐고 물었다. 마를레나가 떠나고 바로 다음 날 누르는 수술을 하러 갔다. 아침에 파란색으로, 양말까지 예쁘게 코디해서 병원을 보냈다. 그 날 아침은 이상하게도 누르가 너무 깨끗하니 예뻤던 것 같다. 그리고 5시쯤 되어서 누르가 돌아왔는데, 방에 있는 누르의 휠체어를 보고 반가워서 '오 누르!'를 외치며 방으로 들어갔는데, 진짜 맙소사... 누르의 입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나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누르의 이를 모두 뽑았다고 했다. 환자복을 입고 피를 흘리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누르를 보는데 나는 뭘 어떻게 해줘야할지 몰라서 발만 동동 굴렀던 것 같다. 매니저나 간호사도 내게 찬물로 닦아주라는 말만 하고 나갔다. 세인트 빈센트에 와서 처음으로 속이 너무 상해서 화가 났다. 언어가 안 되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누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신경써주고 있을 테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를 전부다 뽑고 온 그 날까지도 누르를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는 것만 같아서 너무 속이 상했다. 옷을 갈아입히고 피를 닦아주고 얼굴을 씻어주고 싶은데, 누르는 다른 사람 손이 얼굴 근처에만 가도 경기를 일으키며 울어서 마음을 다잡고 아주 조심스럽게 씻겨 주었다. 하지만 누르는 계속해서 울었다. 속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 수술을 하고 온 뒤로 누르는 그 전보다 더 안기고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틈이 나면 늘 누르를 안고 있는다. 누르가 사람의 온기로 조금이나마 안정을 취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주일이 지난 지금 누르는 많이 좋아졌다. 얼굴이 부었던 것도 가라앉았고 고통은 확실히 덜 한 것 같다. 입 주변에는 피가 응고되어서 계속 굳고 있어 닦아줘야 하는데 여전히 근처만 가도 난리 난리다. 오늘은 처음으로 누르한테 소리를 쳤다. 안 닦아 줄 수는 없어서 누르를 팔을 꽉 잡고 닦아 줬는데 세상 이렇게 마음이 아플 수가 없다. 내가 엄마도 아닌데, 이렇게 마음이 아프다니... 이 수술이 누르에게 최선이었으면 좋겠다. 완전히 아물었을 때 누르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기를 기도해야겠다.

#비아이스라엘 #봉사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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