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의 임신 출산기 02. 출산과 입퇴원

집에서 계속 걱정 반, 기대 반 기도하고 있었고, 얼마 후 돌아온 남편은 카르멜 병원의 원무과 직원 세 명이 모두 비투왁 레우미로 커버가 된다고 걱정말라며 바로 수술 의사 예약을 잡아줬다고 했다.

우리는 바로 짐을 싸서 병원으로 갔고 그날 저녁 5시,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의사는 보통 오전에만 수술을 하지만, 내 임신 주수를 보고는 급했는지 특별히 저녁에 수술진들을 다 소집해 수술을 해주었다. 10여분 지나자 앙앙 거리며 우는 아기 소리가 들려왔고, 20분도 안 되서 수술은 마무리됐다. 반신 마취라 상반신은 멀쩡한 상태의 내 눈에 울고 있는 건강한 사내 아이가 보였다.

회복실에서 마취했던 다리의 감각이 돌아오자 나는 2인 1실 병실로 옮겨졌다. 그 때가 밤 9시 좀 넘은 시간이었다. 남편은 신생아실에 있던 아기를 데려와 내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얼마 후 충격적이게도 경비원이 와서 병실에 밤 10시 이후는 외부인 출입 금지라며 보호자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수술한지 얼마 안 되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를 남겨 두고 남편은 집으로 가야 했다. 한 시간쯤 지나서, 비어 있던 옆 침대에 쌍둥이를 수술로 낳은 유대인 산모가 실려 들어왔다.

그날 밤, 아픔을 무릅쓰고 아기를 데려와서 수유를 하고 다시 신생아실에 데려다 주고, 깼다 잤다하며 선잠을 잤다. 새벽 5시, 간호사가 오더니 나보고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서 샤워를 하라고 했다. 깜짝 놀라 재차 확인하는 내게 간호사는 수술 부위의 감염을 줄이기 위해 수술 8시간 뒤 샤워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노하우라고 했다. 나는 부축도 안 해주려는 간호사의 팔을 부여잡고 샤워실로 겨우 걸어갔다. 물을 붓고 서 있는 나에게 간호사가 수술 부위에 비누칠을 해서 박박 씻어야 한다며 비누를 짜준다. 참, 한국인인 내 사고방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아침 6시, 병원 개방 시간인지 남편은 미역국과 밥을 싸들고 집에서 왔고, 죽과 빵, 잼, 샐러드, 커피 등으로 이루어진 병원 식사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회진 시간에 수술 의사가 와서 보고는 수술이 잘됐다고 했다. 운동을 해야 회복이 빠르다고 해서 남편을 잡고 중간 중간 복도를 걸어 다녔다. 걸으며 보니 산부인과 병동에는 모두 종교 유대인을 포함한 유대인 산모들만 보였다. 그들의 병실에는 축하객들이 많이 방문했고 꽃과 풍선들이 가득했다. (이스라엘은 축하의 의미로 풍선을 많이 준다.) 나는 이스라엘의 환자를 강인하게 만드는 독립적인 군대식(?) 간호를 3일간 경험하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퇴원하기 전,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해서 병동 끝에 있는 사무실을 갔더니 거기 직원이 신청을 해주다가 유대인이냐? 아니면 직장인이냐? 물었다. 둘다 아니고 남편이 학생이라고 했더니 유대인도 아니고, 둘다 직장인(work visa 소유자)도 아닌데 어떻게 비투왁 레우미를 받았느냐며 깜짝 놀랐다. 비투왁 레우미는 학생들에게는 발급이 안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직원은 다시 연락을 주기로 하고, 우린 서류를 받고 퇴원을 했다(참고로 이스라엘의 출생 관련 서류는 모두 모계 중심이다). 그 다음 주가 되자, 전화와 함께 병원비 독촉 편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금액은 수술비와 입원비를 포함한 3만 쉐켈 정도였다. 떼어 먹을 수는 없으니 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되나 머리를 싸 쥐었다. 그러던 몇 주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그 직원은 ‘하 콜 베세데르’라며 병원비 문제가 다 해결되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비투왁 레우미를 외국인 학생이 가입한 적이 없어, 그 혜택의 범위에 대해 기관 측과 병원 측의 논의들이 있었는데, 결국 처리해주기로 결정되서 나의 출산 비용이 다 커버된 것이었다. 현재는 아쉽게도 학생은 비투왁 레우미 가입이 안된다고 한다.

낯선 땅에서 셋째를 낳으며 이스라엘의 의료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그 과정 가운데 일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돌보심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갈멜 병원에서 태어난 셋째는 이제 만 세 살이 되었고 9월부터는 유치원도 다닌다. 막내를 볼 때마다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신뢰가 되새겨진다. 그 분을 의지하며 오늘도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향유옥합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