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의 임신 출산기 01. 보험과 임신 기간

이스라엘에 온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생각지도 않았던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 의료 보험도 없고 이곳의 병원 시스템도 모르던 때여서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했다.

학생으로 연구 과정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던 남편이 여기 저기 알아보더니 ‘비투왁 레우미(Bituach leumi)’라는 이스라엘 국민건강보험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유일하게 임신과 출산을 모두 보장받는 보험이었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한국에 가서 출산을 하거나, 베들레헴 프랑스 병원에서 출산을 했고 주위에도 이 보험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 없어서 남편은 서류 준비부터 신청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비투왁 레우미 사무실에서 신청서를 쓸 때 우연히 민원 때문에 왔던 유대인이 친절을 베풀어 일일이 히브리어를 영어로 해석해주며 신청서 작성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또한 여러 가지 첨부할 서류도 비투왁 레우미 직원이 자세히 설명해주며 준비하도록 일일이 도와 주었다.

그렇게 신청을 마치고 기다리자, 비투왁 레우미 가입이 완료되었고 우리는 가장 병원이 많다는 ‘클라리트(Clalit)’를 선택하여 드디어 산부인과를 방문할 수 있었다(이스라엘 국민건강보험은 국가의 비투왁 레우미에 가입 후 5개 큰 메디컬 그룹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출산율이 높아서 그런지 예약을 한 후 2달 정도 기다렸던 거 같다. 임신 17주차에 처음 담당 의사를 만나 상담을 했고 앞으로의 진료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후 5-6주에 한번씩 의사를 만났고, 주차에 맞게 정밀 초음파와 기형아 테스트, 임신 당뇨 테스트 등을 했다. 담당 의사는 테스트를 할 때마다 진료 소견서를 써 주었고, 간호사가 예약 시간을 잡아주었다(내가 다닌 병원은 모든 검사를 할 수 있는 메디컬 센터여서 편했는데, 메유하데(Meuhedet) 소속 작은 산부인과를 다닌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긴 모든 테스트들을 하려면 본인이 직접 큰 병원에 연락을 해서 예약을 따로 잡은 후 검사를 받고, 그 결과서를 담당 의사에게 갖다 줘야 했다고 한다).


임신 중반기에 받는 정밀 초음파 때, 초음파 전문의가 아기의 뇌간 사이즈가 크다며 정밀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이스라엘에서 한대 밖에 없다는 태아 MRI를 찍어야 한다고 텔아비브 수레스키 병원 예약을 잡아주었다. 동시에 아기가 장애아로 태어날 소지가 있으니 그 후속 절차를 상의할 장애아 전문 상담의와도 시간을 잡아주었다.

가슴 졸이며 생전 처음 이스라엘의 가장 큰 병원에서 MRI도 찍어보고 장애 상담의와 상담도 했다. 그녀는 이스라엘이 민족적으로 유대인끼리 결혼해 온 근친 결혼들이기 때문에 기형아 출산율이 높다고 했다. 출산 후 장애아이면 여러 부분의 지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MRI 촬영 후, 판독 의사는 태아 뇌간의 크기가 딱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수치에 걸려 있다고 했다. 본인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낳아봐야 안다고, 그러나 아들일 경우는 보통 여아보다 뇌간이 크기 때문에 이 정도 수치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주었다.

앞서 2명을 출산하면서도 전혀 기형아 걱정은 해본 적이 없던 나는, 갑자기 장애아 운운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남편과 기도하며 주시는 대로 감사하며 키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막 달이 되서 산부인과 의사를 방문한 날, 그는 출산 병원에 예약하라며 의뢰서를 써 주었다(이스라엘은 임신과 출산이 분리되어 있어, 임신 담당 의사와 출산 담당 의사가 다르다). 나는 이미 둘을 제왕절개로 낳은 터라, 셋째는 이스라엘 법 상,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출산 예정일을 앞 둔 일주일 전, 수술 예약을 위해 내가 살던 하이파 시에서 가장 큰 람밤 메디컬 센터를 찾았다.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원무부에서 우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비투왁 레우미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여기 병원에서는 출산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자그마치 수술비만 12,777 쉐켈(한화 약 4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남편과 나는 막막해졌다. 아기는 곧 나올 텐데 그것도 수술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남편은 하이파에서 두 번째로 큰 병원인 클라리트 소속 카르멜 메디컬 센터를 방문해보겠다고 나갔다.

#향유옥합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