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빈센트 복지원 - 서시내 외 1명

세인트 빈센트 복지원 - 서시내

아침 6시 30분부터 일이 시작된다. 샤워실을 옆방과 돌아가면서 쓰기 때문에 보통 조금 일찍 가서 아이들 샤워시킬 준비를 한다. 보통 누르는 우리 방 아이들 네 명 중에 세 번째나 마지막에 씻기곤 했는데, 요즘 가스트로가 너무 느려서 학교에 9시 간신히 맞춰서 보내는 상황이 몇 번 반복된 후로는, 누르를 첫 번째나 두 번째 씻기고 가스트로를 일찍 연결해 놓는다. 그래서 오늘도 두 번째로 씻기려고 누르한테 가는데, 간호사가 ‘누르가 매일 말썽이'라면서 짜증을 확 내며 매니저랑 오더니 누르 피를 뽑아야 한다고 다른 사람부터 씻기라고 했다. 하난을 씻기면서, '생각보다 피를 오래 뽑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세인트 빈센트 대장 수녀님 파스칼이 ‘라! 라! 라!’를 외치시면서 방으로 들어가셨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방을 보니, 방바닥에 피가 잔뜩 떨어져 있고 간호사가 급하게 침대시트를 가져다 닦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침대에 대충 눕혀서 피를 뽑았는데 누르가 발버둥을 쳤나보다. 갑자기 사람들이 우리 방에 우르르 몰리더니 아주 정신이 없어졌다. 하난을 씻기면서 누르가 너무 신경이 쓰여서 방을 들여다보니 이제는 누르를 의자에 앉혀서 파스칼 수녀님과 매니저가 누르를 잡고 피를 뽑고 있었다. 다른 남자 워커는 파스칼 수녀님의 지휘로 깨끗하게 바닥의 피를 닦았다. 하난 샤워가 끝나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누르의 양쪽 팔에 주사 바늘 자국과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아... 그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아려왔다. 애가 무슨 죄야...

샤워를 시키려고 누르를 안고 욕조에 올려놨는데, 애가 세상 그렇게 서럽게 울 수가 없다. 자고 일어나서라 눈곱에 침에 피에 얼룩덜룩한데 그 모습으로 훌쩍 거리면서 우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샤워를 좋아하는 누르를 위해 얼른 물을 틀어주고 깨끗하게 씻겼다. 그리고 예쁘게 옷 입혀서 의자에 앉히고 가스트로를 꽂아 주었는데, 애가 눈이 빨개져서는 기운 없이 밥을 먹고 있는걸 멍하니 보고 있노라니 너무 안쓰러우면서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역시 제 눈에 콩깍지인가보다. 여기 있는 간호사도 워커도 누르를 애물단지 취급하는데... 깨끗하게 씻겨서 노란옷을 입고 다시 기분이 조금 좋아져서 흥얼거리는 누르가 나는 너무너무 예뻤다. 그리고는 간호사가 다시 와서 주사를 놓고 갔는데, 내가 하난을 이것저것 돌보고 누르를 보니 누르가 그 사이에 혀를 깨물어서 피가 나고 있었다. 아... 애가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면 또 혀를 깨물었을까... 나도 모르게 가서는 머리를 꼭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볼도 쓰다듬어주고 ‘괜찮아 괜찮아 끝났어’라고 말해주는데 마음이 아프고 너무 속상했다. 하난 머리를 말려주는데 감사 기도가 툭 나왔다. ‘주님, 내게 누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이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정말 너무 다행이에요. 이 아이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르를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기도해야겠다. 누르가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도록, 아무 것도 모르는 저 아이가 어른들 때문에 상처받지 않도록. 내일 드디어 누르가 혀 수술을 받으러 간다. 아이에게 정말 최선이 되기를 기도한다.



네베 므낫세 복지원 - 이상훈

한국 지인들과 함께 한 주의 휴가를 보내고 돌아왔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우리 시설에 꼭 한 번 데리고 오고 싶어서 지난주 수요일 오전에 북부로 이동하기 전에 이곳에 들렸었다. 비록 이틀 정도 보지 못했는데 그 잠깐의 순간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지인들에게 소개시켜주면서도 마치 내 아이들을 소개시켜주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친구는 무얼 잘하고 얼마나 귀엽고 재밌는 친구인지 모른다’ 하며 자랑을 하는 나의 모습이 신기했었다.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그렇게 짧은 시간을 지난주에 보고 다시 봉사의 현장으로 들어온 우리는 어김없이 아침부터 일어나 하루를 맞이했다. 우리가 없었다 해도 여기는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친구들도 자폐증을 앓고 있기 때문에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아 오랜만에 나타난 우리를 보고서 큰 반가움이나 그런 표현은 없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친구들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환경에 편안했고 좋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이젠 여기가 정말 우리의 안식처가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 중에서 나의 가장 베스트 프렌드인 ‘톰’이 있는데 늘 나와 마주치면 내가 양 팔을 벌리고 톰은 다가와 안아준다. 그리고 ‘키스’하면 양 볼에 뽀뽀를 하는 유럽식 인사를 나와 나눈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와서 샤워를 시키게 된 친구인데 내 이름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어 매일 샤워할 때마다 ‘마 하쉠 쉘리’ 하면서 내 이름이 뭐냐고 하고 ‘후니’라고 하며 늘 상기 시켰다. 그래서 이제는 내 이름을 항상 부른다. 그런데 요 근래 아침 샤워는 다른 친구들을 씻기느라 톰을 아침마다 보지 못했는데 수요일 아침에 직원이 부족하다며 톰이 있는 건물에 가서 샤워를 시키게 됐다. 오랜 만에 톰과 아침에 보게 되어 좋았는데 무슨 일인지 톰의 왼쪽 눈두덩이와 관자놀이 쪽이 피멍이 들어있었다. 저녁에는 항상 톰을 씻기기 때문에 그 전날에도 봤었지만 그런 상처가 없었다. 그래서 밤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우선 샤워를 시키면서도 괜찮냐며 물어봤는데 톰도 항상 아파도 자기표현을 하지 못한다. 누구한테 맞은 건지 가끔 눈두덩이에 알레르기처럼 빨갛게 올라오는 건 있었는데 멍이 든 건 처음 보게 되어 안타까웠다. 그렇게 샤워를 시키고 아침을 먹는 사이에 매니저 일란이 와서 모두한테 인사를 하는데 일란도 톰의 상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저녁과 아침에 누가 샤워를 시켰는지 찾길래 ‘내가 샤워를 시켰는데 전 날에는 없었고 아침에 보니 다쳐있었다.’고 말을 해주었다. 그러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톰에게 괜찮냐며 물어보며 걱정해주었다. 자칫하면 눈이 다칠 뻔했는데 그래도 눈 두덩이까지만 상처가 나서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또 어김없이 톰을 불러 허그를 해주고 볼에 뽀뽀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부디 상처가 빨리 아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즘엔 ‘사랑해’를 가르치고 있는데 샤워를 시키면서도 그냥 한국말로 ‘나 잊으면 안돼’ 하면서 괜스레 얘기하곤 한다. 그리고 ‘사랑해’ 하면서 마무리 하는데 내 마음이 톰에게도 잘 전달이 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나도 아마 톰은 늘 잊지 않고 마음에 담아 놓을 것 같다.

#비아이스라엘 #봉사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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