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 긴스부르그 고교 현장 취재기

이 학교에서 28년 째 영어 교사로 재직 중인 오스낫을 따라 교장실로 들어서자 검은 쫄바지에 박스 티셔츠를 입은 교장 리낫이 반갑게 맞는다. 이스라엘이 넥타이 맨 정장 차림을 찾아보기 어려운 ‘격식없는’ 나라라는 사실은 기업 통역을 하며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학교 교장의 옷차림으로는 좀 파격적이었다.

이스라엘 중부 도시 야브네에 35년 전에 세워진 오렌 고등학교는 16년 전부터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 현재 중학생 627명, 고등학생 500명이 공부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가장 수가 많은 일반 공립학교로 시에서 운영하는데 야브네 시 자체가 가난해서 예산이 작은 학교 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5년과 2013년에 “최우수 고등학교”로 선정되었다.

교장에게 이 학교 성공 비결과 교육 철학을 묻자, “획일화된 교육을 하지 않고 그들의 개성을 존중해주며, 교장실 문을 항상 열어놓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격려해 주고, 뉴스나 신문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유도한다. 가장 큰 비결은 선생님들의 헌신도에 있다. 방학 때도 자발적으로 나와 학업이 부진한 학생을 지도해 주고 계속 모니터하며, 문제 발생 시 즉각 학부모와의 면담을 통해 해결점을 모색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교장을 통해 알아낸 이스라엘 공립학교의 특징을 정리했다.

1. 독특한 교장 선출 방식과 교장의 역할: 정치학을 전공한 교장은 25년 전 오스낫과 함께 평교사로 출발해서 “윤리”를 가르쳤으나 5년 전에 교장 선거에 출마해서 전체 교사 투표에서 최다 득점을 차지해 교장으로 선출되었다. 이스라엘 교장 선출 방식은 한국과는 많이 다른데, 평교사 중 희망자가 이력서를 시 교육위원회에 제출하면 검토 후 교사들의 투표에 의해 최종 결정된다.

  • 또한 교장 역시 평교사와 마찬가지로 수업을 하는데 리낫 교장은 현재 “성역할(Gender)”을 가르친다. 이 과목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오직 세 개의 고등학교에서만 가르치는데, 여권 신장에 관심이 많은 교장은 여성들의 동등한 권리에 중점을 두고 동성애 문제도 언급하고 있다. 리낫 교장을 포함해 많은 세속인 교장들이 동성 결혼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과목은 선택 과목이기는 하지만, 대입 학력고사인 바그룻에 포함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이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올해 처음으로 남학생 세 명이 이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주입식 강의가 아닌 워크숍 형태로 진행하며 학생들의 열띤 토론을 유도해서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가르친다.

  • 또 한국에는 없는 제도가 이스라엘에 있는데, 중.고등학교 교장 위에 이 둘 보다 지위가 더 높은 한국의 “장학사”와 같은 교장이 있다. 잠시 인사를 나누었는데 여자(이스라엘의 우먼 파워는 대단하다. 두 교장을 비롯 장학사까지 모두 여자가 독식하고 있다!) 장학사(Orit Gur-Cohen)는 현재 독일과 “자매 결연(school exchange)”을 맺고 교환 방문을 하는데 결과가 좋다면서 한국 학교도 연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장학사의 역할은 두 교장을 관리 감독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임무를 띄고 있는데, 학교 예산을 갖고 학교를 규모있게 운영하는 “안주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학교 발전을 위한 대외 업무를 맡아서, 외국 학교와의 자매 결연이나 오보텍같은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학교 발전 기금도 유치하는 등 교장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

2. 학교의 문제점: 학생들의 생활 수준이 다양하여 빈부격차가 큰 편으로 이에 대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가정 문제에 학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편이다.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또 하나의 방편으로 학생들은 모두 교복을 입는데, 몇 가지 샘플 중 원하는 티셔츠를 학생들이 직접 골라서 학교 로고를 새겨서 입는다. 하의는 남자는 바지, 여자는 바지나 무릎 길이의 스커트를 입을 수 있다. 중학생은 짙은 화장이나 매니큐어는 금한다. 다만 피어싱은 귀 이외에 하나 정도는 허용한다. 학교 내에서는 흡연과 음주가 금지되어 있는 등 학교 규율은 엄격한 편이다. 생활이 어려운 학우를 돕기 위해 바자회나 모금 운동을 자주 열고, 또 이 학교 출신으로 테러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군인 가족들을 돕기 위한 티셔츠 판매도 하고 있다.


3. 학생 구성: 알리야한 학생이나 외국인이 거의 없고, 순수 이스라엘 태생 유대인으로 구성되어 다른 학교와는 달리 에티오피아 유대인을 둘러 싼 인종 갈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스라엘 법률상 16세 이상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이 학교 고등학생 70% 정도는 용돈벌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나이에 따라 임금은 차이가 있으나 평균 시간당 25세켈을 번다. 학교 출석이나 성적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학교에서는 눈감아주고 있다.

4. 커리큘럼: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공통 과목은 역사, 유태인 연구, 히브리어 및 문학, 사회, 영어, 과학, 수학, 체육이며, 선택과목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및 제2외국어 등이다. 이 외에 특별 활동으로, 영어 회화반, 미디어, 음악, 미술, 생물학 실험반이 있고, 다른 학교와는 달리 종교 과목은 토라와 종교 비판을 함께 가르쳐서 알리야한 러시아 크리스찬 부모를 둔 학생들을 배려한다. 대학 입학 시험은 바그룻과 싸이코메트리(psychometric exam : 우리나라 수능과 비슷한 대학입학시험)의 결과로 결정되는데 이 학교 졸업생 90%가 대학에 진학한다.


5. 기타: 이 학교의 자랑이 과학 실험실을 통한 ‘과학 영재’ 육성인데, 이들은 모두 우수 학생들로 졸업 후 테크니온이나 텔아비브 대학교 등 최고 공대에 진학한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마침 학생들이 6개월 만에 완성한 “당구치는 로봇”으로 전국 과학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날이었는데, 상패와 로봇의 시연을 보여주며 모두들 자랑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이 외에 학생들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과, 3년 전에 오픈한 영어 방송국도 있다. 또, “오멧츠”(용기라는 뜻의 히브리어)라는 ‘문제아’들을 위한 특별 반을 운영해서 이들의 학습 향상을 도와주고, 미래에 대한 설계를 돕는다. 매 학년 한 반은 오멧츠로 구성하는데 12학년 반에는 현재 22명의 학생이 있다. 이스라엘 청소년들의 가장 큰 문제는 ‘마약’이며, 신기하게도 왕따나, 학내 폭력은 거의 없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리낫 교장에게 이스라엘 교육의 약점을 묻자 “20년 전에 ‘엘리트 교육 강화’ 목적으로 기술학교를 폐지했는데, 현재 단순 기술자 양성 과정의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테크니션 부족 현상을 낳고 있다”며, “기술 교육을 무시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자성이 일고 있어, 기술 학교의 재도입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또 현 교육부 장관인 납달리 베넷이 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지시해서 현재 이스라엘 공교육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공교육은 이스라엘 국가 특성인 이민자의 비율과 특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스라엘 공교육은 늘 ‘개혁 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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