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포에게 영어를 가르치려고 한글을 배우는 “아야!” 이야기

작년 이맘때 즈음, 텔 아비브 대학에서 한글 그룹 과외를 마치고 버스 정거장에 서 있었다. 유대인 아가씨가 다가오더니, “혹시 한국 사람 아니세요?”하며 유창한 한국말로 말을 걸어왔다. 이름은 ‘아야’며 아야는 히브리어로 새 이름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며, 예루살렘에 있는 한국 문화원에서 한글을 배웠고 한국에서 몇 개월 한글 연수도 했다고 했다. 한글을 배우는 목적이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이고, 현재 한국 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곧 버스가 와서 아쉬운 작별을 하고 버스에 올랐다. ‘연락처라도 물어볼 걸…’하면서도 왠지 또 만날 것만 같았다.

이달 초에 문화원에서 한글 과외 선생을 찾는 유대인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고 보니 ‘아야!’였다. 그 특이한 이름을 어찌 잊으리… 우리 집에서 첫 수업을 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 관련 기관’을 몇 개월 전에 그만두고 새 직장을 찾는다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는 한국은 사랑하지만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는 이해할 수 없어요. 이스라엘과는 너무 달라요…”했다. ‘사람 위에 사람 없는 수평문화’인 이스라엘과 아직도 관료주의가 강한 한국의 조직 문화 사이에서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늘 북한과 관련된 동영상이나 신문 기사를 보고 필자에게도 ‘장마당 세대’와 같은 북한 관련 신조어를 가르쳐주고, 북한말을 한국말로 바꿔주는 사전 ‘글동무’도 소개해주는 아야는, 한글 선생 4년 만에 만난 ‘가장 특별한’ 학생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케이팝이나 한류때문에, 혹은 비즈니스 목적이나 유학을 위해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십 년째 북한의 탈북자를 돕겠다는 의지 하나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처음 만났다. 한국을 떠난 후 지난 17년 간 그야말로 이스라엘에 ‘꽂혀서’ 거의 잊고 지낸 내 형제들 이야기를 유대인에게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참혹한 북한 실상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같이 보며 좀 거북해 하는 내 모습에 아야는 마치, ‘선생님 형제의 고통은 외면하면서, 웬 이스라엘 문제에 관심이 많냐’고 질책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감당하기 어렵고, 좀 거북스럽기까지 한’ 이 유대인 학생 아야를 미워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음은 한글을 배우는 이유에 대해 아야가 직접 한글로 쓴 글을 올린다.

“제가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내가 군인이었을 때 처음으로 관심이 북한에게 쏠렸다. 왜 그런지 기억할 수 없는데 곧 북한에 대한 (기사를)찾고 있었고, 기사와 책을 계속 읽었다. 갑자기 북한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고 그곳에 대해 다 알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북한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통과하는지 알게 돼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유엔하고 다른 국제적인 기관은 왜 제대로 도와주지 않고, 다른 나라들이 왜 북한의 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지 이해 못했다. 그런 사람들은 이유없이 죽었고, 그들의 고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찾고, 꼭 돕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 한국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제대할 때까지는 대학교에 못 가서, 그 때문에 나 스스로 공부하자고 결정했다. 북한의 지도를 보면서 한글을 배웠다. ‘평양’하고 ‘함흥’으로 모음을 배웠다. ‘사리원’으로 ‘ㄹ’은 ‘r’소리로 바뀔 수 있는 사실을 배웠다. 그리고 ‘신의주’로 ‘ㅅ’은 소리가 ‘s’와 ‘sh’ 두가지가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대학생 때 동아시아학과를 전공했다. 텔아비브 대학교에 한국어 수업이 없어서 예루살렘의 한국문화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한국어를 차근차근 배웠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이제는 한국어를 계속 공부하고 싶고 앞으로 한국으로 가서 탈북자들에게 어떻게든지 해서 도움을 주고 싶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하겠다.”


* 내년 2월에 한국에 가기 위해 돈을 모은다는 아야는 현재 영어 강사를 하고 있는데, 더 나은 직장을 구하고 있다. 아야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


<동영상: '아야와의 한국말 수다' 시리즈>

1. 아야가 한글을 배우는 이유

2. 아야, 바가지 써 본 적 있어요?

3. 아야, 한국에서 팁 해본 적 있어요?

4. 한국어와 중국어의 차이점

#유대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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