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자연과 소통하는 열린 사람을 키운다

이스라엘의 교육 현장을 취재하며 실제 그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들 중에는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교육자로서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25년 째, 지나 온 반평생을 유치원 교사로서 어린 아이들을 길러낸 나아맛 유치원 ‘야파 아이젠’ 선생님이 그 중 한 명이다. 머리카락은 희어지고, 주름은 늘었지만 그녀의 교육적 열의와 연륜은 더 깊어지고 있었다.


“교육은 그대의 머리 속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씨앗들이 자라나게 해주는 것이다. - 칼릴 지브란”



아이들이 좋아서 걷게 된 유치원 교사의 길

“저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에게 그냥 마음이 끌렸어요. 아이들과 놀아주며 저 또한 어린 아이처럼 순수해지는 것 같았고, 실제적으로도 아이들을 잘 돌봤지요. 자연스럽게 진로를 결정할 나이가 되었을 때 유치원 교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스라엘 유치원에는 정식 교사(Ganenet)와 보조 교사(Sayaat)가 있다. 그녀는 정식 교원 자격 과정을 이수 후 실제 아이들 교육 세계에 뛰어 들었다.


힘들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

“유치원 교사라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았어요. 사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부 부모님들 때문이었어요. 저희를 단순히 베이비시터처럼 생각하시고 유치원 관리 부분이나 교사로서의 아젠다 문제까지도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물론 모든 부모님들이 아이들 교육에 있어 어떤 것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나친 간섭이 오히려 교육에 방해가 되기도 해요. 저는 부모님의 참여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교사를 믿어 주시고 함께 하길 원합니다.”

유대인의 교육열은 한국 못지 않게 뜨겁다. 어떤 학부모들은 뭔가 마음에 안드는 선생님이 있을 경우 학부모 회의를 열어 교사를 강제 퇴출시키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35명 학생들의 학부모들 입맛에 맞게 일일이 다 들어주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녀는 진심은 통한다고 믿고 자신의 신념대로 밀고 나갔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교육의 힘, 그 벅찬 감동

“아이들의 변화를 볼 때 여러 힘듦을 덮을 만큼 큰 보람을 느껴요. 많은 문제들을 가진 아이들이 저희 반에 들어와서 본인도 힘들고 다른 사람들도 힘들게 해요. 그렇게 1년 내내 그 문제들을 가지고 함께 씨름하다가 어느새 졸업식을 할 때가 되면 아이가 어느 정도 그 문제를 극복해내는 것을 많이 보았어요. 그 아이의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죠. 그 변화에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큰 감동이고 기쁨이지요.”

정식 교사를 칭하는 히브리어 Ganenet은 그 뿌리가 정원사(Gardener)에 있다고 한다. 나무를 가꾸고 돌보며 아름답게 만드는 정원사처럼 그녀는 교육이라는 가위를 들고 아이들이라는 나무를 가다듬고 있었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스라엘에는 어린이 교육에 관한 다양한 방법들과 다른 견해들이 있어요. 이것은 이스라엘 유치원 교육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과도 통하지요. 뭐가 좋고 뭐가 옳고가 아니라,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존재하는 거예요. 이스라엘 모든 지역에 걸쳐 자신들의 교육 방법과 교육 방식을 실현시키는 여러 유치원들이 있습니다(특히 사립 교육기관들). 부모님들은 본인들의 교육관(가치관)에 맞는 스타일의 유치원을 선택할 수 있어요.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로 유대인 아랍인 간의 반목과 함께 전세계에서 알리야해 온 유대인들을 이스라엘 국민으로 통합시키는 사회 통합과 화합 문제가 하나의 과제였다. 공교육에 있어 기본적으로 '유대교'라는 큰틀로 묶어주지만, 각자의 교육 철학과 방법론에 대해서는 활짝 열려 있다. 야파는 금요일 오전에 토라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샤밧 미팅을 한다. 모든 준비와 마무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한다.


"그 중 제가 지지하는 교육철학이라면, 이미 많이 알려져 있겠지만, 다양한 자극에 노출시키는 것, 그리고 아이에게 여유로움과 독립심을 많이 키워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주변의 모든 것을 가지고 스스로 배움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과 활동들을 짜서 돕고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할 수 있도록

“제가 저희 반 아이들에게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은 다양한(다른) 가치들을 지닐 수 있도록 교육 시키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 때에는 잘 흡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이 나이 때에 인간적이면서도 환경적인 가치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반 아이들도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여러 나라의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각자의 전통 용품들을 가지고 와서 소개도 하고, 여러 나라의 놀이나 춤을 같이 배워보기도 하지요. 재활용 ​품으로 작품을 만들고 동·식물을 키워보기도 하고, 교육이란 아이들의 삶에 가치가 자연스럽게 배어들게 하는 것이죠.”

유치원 벽을 장식하고 다양한 주제의 알림판들, 아이들과 함께 추는 에티오피아의 민요와 춤, 교실 한켠에 아이들이 직접 키우고 있는 동식물 등. 유치원 교실에서도 그녀의 교육 철학이 여실히 묻어났다.


나와 모두를 생각하는 열린 사람으로 자라거라

“앞으로 교사로서의 바램이 있다면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면서, 겪어 갈 수많은 경험 속에서 많이 배우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늘 배움의 열망과 함께 자신의 꿈을 향해 살아간다면 참 기쁠 거 같습니다. 그 아이들이 자신과 다른 것들을 경험하며 사람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고, 모든 영역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가까운 사람들과 멀리 있는 사람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과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히브리어로 ‘아름답다. 예쁘다’는 뜻인 ‘야파’.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람의 교육을 향한 올곧은 외길 인생이 내 가슴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았다. 그녀의 바램처럼 아이들이 다른 이들과 또한 자연과 상생하는 사람들로 자라나서 이스라엘의 미래가 되길 소망해본다.



#교육 #기획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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