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유대인이 있는 곳에 치유하는 한국인이 있다!

지난 5월 16일 히브리대학교에서 ‘한국의 날’이 열렸다. 한글을 배우는 유대인 학생들과 함께 한식 시식, 한복 입어보기, 제기차기, 한글 이름 붓글씨로 써보기 등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던 순서는 유대인과 한국인 사범이 함께 시연한 ‘태권도 시범’이었다.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기본동작’으로 보였지만, 학생들은 태권도 시범을 케이 팝 공연을 보는 것 만큼이나 환호하며 좋아했다. 시범 후에는 아버지뻘 되는 ‘그랜드 마스터’ 이승재 관장을 마치 케이 팝 스타처럼 둘러싸고 사진을 찍으며 ‘멋있다!’를 연발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스라엘 내 태권도의 인기를 실감하고 오짜르 창간 후에 이승재 관장에게 취재 요청을 했다.

관장은 열 살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으나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중1 때 주재원으로 파견된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가면서 태권도의 매력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언어 장벽과 문화 충격으로 인한 사춘기 위기를 태권도로 이겨낼 수 있었다. 태권도를 통해 인종 차별도 극복하고 친구도 사귀었을 뿐 아니라, 태권도가 국위선양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매진한 끝에 태권도 공인 8단 ‘그랜드 마스터’가 된다.

2014년에 이스라엘에 와서 태권도를 선교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도록 기도를 드리다가 ‘러브 153’ 사역과 연결이 되었다. 죠이스 정 선교사가 대표로 있는 러브 153은 이디오피아에서 알리야하는 유대인들의 정착을 돕는 긍휼 사역 단체이다. 현재 “예루살렘 힐 치유 학교”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태권도 교실 두 반이 열리고 있다. 이 학교는 가정과 사회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덜 똑똑한’ 아이들이나 ‘결손가정’ 아이들이 다니는 특수 학교로 정신적으로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사회적응훈련과 학교 정규교육을 받는 곳이다.

특히 필자가 취재를 한 10일은 방학이 되었지만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 레크레이션’이 있는 날이었다. 30여명의 학생을 반으로 나누어 공작 시간과 태권도 교실을 열었다. 러브 153에서 공작시간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선물까지 준비해서 이 ‘환영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격려하고 위로해 주었다. 평소에 남들의 관심과 사랑에 목말라 있던 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인 봉사자들에게 직접 만든 공작물을 자랑하며 칭찬을 구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공작 시간을 마치고 봉사자들이 ‘아주 먼 옛날~’을 부르며 축복해 주자, 가사 내용은 몰라도 봉사자들의 사랑이 전달된 듯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응답해 주었다.

태권도 교실에는 상급반 학생들이 주로 모였는데, 세 명의 태권도 사범의 시범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다가 큰 박수로 경이감을 표했다. 한국어로 ‘하나, 둘, 셋…’ 세며 체조하는 모습이나, ‘시작 ’등 한국어 구령을 하며 사범을 따라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있었다.

“태권도를 배우며 분노를 조절하게 되었다.”는 요시, “태권도를 배우는 걸 알고 친구들이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자랑스레 주먹을 쥐어 보이는 모세, “한국에 가서 태권도 시합을 해보고 싶다 ”는 모르드카이의 소감을 들으며 태권도가 이들에게 어떤 치유 도구가 되고 있는 지 엿볼 수 있었다. 본인이 태권도를 통해 사춘기를 무사히 넘기고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아이들 역시 태권도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전인격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이승재 관장의 소망이다.

상처 입은 유대인을 한국인들이 치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비아 이스라엘의 봉사자들이나, 마약 재활원에서 섬기는 선교사들, 러브 153 사역, 이 외에도 이스라엘 전역에서 유대인과 아랍인을 치유하는 일에 한국인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학교 홍보 담당 이사, 쉬라는 “한국인의 성실하고 헌신된 모습은 아이들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교직원들 까지 감동을 시킨다.”고 감사를 표했다.


* “예루살렘 힐 치유 학교”에 대한 심층 취재를 위해 9월 1일 개학식 때 재 방문하기로 했다.

< 관련 동영상>

#유대인 #이야기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