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레딤( חרדים -초정통파) 밧세바 교장 가정 방문기

새벽 5시에 일어나 목욕 재개를 하고, 평소 잘 안 읽는 레위기로 묵상을 하고, 머리를 정갈하게 뒤로 묶고, 내 옷장에서 가장 얌전한 옷을 차려 입고 내 방을 나섰다. 오늘은 바로 그 이름도 거룩한 ‘하레딤(실제로 히브리어로 '하나님의 말씀 앞에 두려워 떠는 자'라는 뜻)’ 가정을 내 평생 처음으로 방문하는 날인지라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부엌에서 마주친 스페인 출신 유대인으로 현재 대법원에서 변호사 인턴쉽을 하고 있는 플랏 메이트 패트리샤에게 인터뷰 건에 대해 잠시 설명을 했더니 기겁을 한다.

"너 그렇게 입고 그 동네를 간다는 거야? 거기가 얼마나 유명한 종교인 동네인데… 치마색이 너무 화려하고 앞은 너무 파였고, 소매 길이도 팔꿈치를 덮어야 하는데 너무 짧아!"

자신이 브네이 브락에 사는 하레딤 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 입는 복장을 빌려준다고 꺼내왔다. 우리 개화기 여성들이 입던 검정 통치마에 흰저고리를 연상 시키는 평소에 그녀가 입는 옷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너무 크다고 거절을 하고 대신 스카프와 긴 팔 카디건을 챙겨서 집을 나서는데 ‘발가락이 다 보이는 샌들도 걱정이라’는 잔소리가 뒤로 들려왔다.

‘에고, 오짜르 취재가 점점 험난해지는구나 ……’

벤 예후다에서 9번 버스를 탄 지 한 십 분이 지났을까, 검은 양복과 통치마를 입은 남녀가 버스에 하나 둘씩 타기 시작했다. 버스가 급격하게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슬쩍 둘러보니 화려한 여름옷을 입은 이 ‘이방 여인 ’을 검은 옷차림의 모든 승객이 노려보고 있었다. 예루살렘에서 하레딤 동네로 유명한 키리얏 마테르스도르프(מטרסדורף ‎‎קרית)는 뉴욕, 부루클린에 살던 유대인들이 많이 정착해서 ‘작은 부루클린’ 이라고 알려져 있다. 버스에서 내리니 벤 예후다와는 완전히 다른 나라 같았다. 이 동네 ‘드레스 코드’에 맞추기 위해 카디건을 입고 스카프를 둘렀다. 오늘 예보된 바깥 온도는 37도 였다.

현관 문이 열리자 밧세바의 며느리가 유창한 영어로 나를 반갑게 맞았다. 하레딤은 대부분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영어권에서 이스라엘로 시집 온 며느리가 분명했다. 아리엘라는 20년 전에 뉴욕, 부루클린에서 밧세바의 셋째 아들과 결혼을 하고 이스라엘로 왔다. 아스돗에서 시부모님과 샤밧을 지내기 위해 오늘 오전에 왔다는 그녀는 이제 겨우 서른 여덟인데 이미 자녀가 일곱 명 있다. 밧세바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와 같은 조직인 “슈부”에 속한 초등 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 중이고, 남편 역시 예시바 선생님이다.

거실 중앙에 샤밧 테이블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테이블 셋팅에 사용된 촛대를 비롯 칼과 포크를 모두 은제품으로 준비한 이유를 물었더니, 은은 ‘하나님에 대한 순결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늘 주 메뉴인 할라(샤밧 때 먹는 빵)와 치즈 케잌, 생선 구이를 내일 먹을 분량까지 다 준비했으며, 7시쯤 샤밧을 알리는 사이렌과 함께 샤밧 디너를 시작할 예정이다. 밧세바 교장은 7남매를 모두 18세에서 20세 사이에 결혼 시켜서 손주만 48명이라며 가족 앨범을 보여주었다. 직계 가족만 60명이 넘어서 전체 가족 사진은 찍지 못했다며 자녀들 결혼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7명 모두 하레딤 가족과 중매 결혼을 시켰다. 하레딤은 대부분 ‘전문 중매쟁이’를 통해 혼사를 치르며, 결혼식은 신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올리는 점이 우리 전통 혼례식과 닮았다. 밧세바 교장을 비롯 혼인한 일곱 자녀 모두 6~7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이는 하레딤의 평균 자녀 수 6~7명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하레딤 인구는 이스라엘 전 인구의 10%를 웃돌고 있으며 인구 수가 급증하고 있어서 세속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먼저 아리엘라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런 무더위에 그렇게 입고 있으면 덥지 않은가? 여름에 해수욕도 하는가?

- 하레딤은 유아원에 가는 나이인 세살 때부터 ‘하레딤식 복장’을 시작한다. 특히, 딸은 여름에도 무릎을 덮는 치마에 타이즈를 입고, 팔꿈치를 덮는 소매 길이의 옷을 입는다. 윗도리 역시 쇄골이 드러나지 않는 둥근 네크라인이나 칼라가 달린 옷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늘 이렇게 입기 때문에 특별히 덥다고 느끼지 못한다. 머리는 결혼한 여자는 삭발을 하고, 가발을 쓰거나 머리 두건을 쓴다. 나와 시어머니 모두 삭발을 했다. 삭발한 민머리는 남편만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우리도 하레딤 전용 수영장에 가며, 우리만 입는 수영복 디자인이 따로 있고, 남.녀 분리된 곳에서 수영을 한다. 바닷가에도 ‘하레딤 전용 수영 구역’이 있다.


하레딤으로 사는 것이 행복한가?

- 하나님의 축복이라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도 하레딤으로 살 것이고, 우리 자녀들도 모두 하레딤으로 살기를 바란다. 주변에서 하레딤 자녀 중 한 두 명이 세속인으로 돌아가는 예를 목격하는데, 그것은 하레딤으로 사는 것에 행복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행복하다고 믿고 있으며, 이 중 누군가 세속인이 된다면 내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이 될 것이다.


가정 교육은 어떻게 시키는가?

- 우리 집에는 컴퓨터나 TV가 없다. 아이들 성장에 해악이 더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들들은 남편과 함께 토라나 게마라 공부를 하고, 딸들은 나와 함께 요리를 배우거나 영어 공부를 한다. 하레딤은 세살 때부터 히브리어와 함께 이디쉬어(동유럽 출신 아쉬케나지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독일식 히브리어)를 배우는데, 이제 두 돌이 지난 우리 아들도 영어까지 3개 국어로 간단한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


이때 음식을 내오겠다는 밧세바 교장을 따라 부엌으로 들어가서, 치즈 케잌과 감자와 버섯 푸딩을 준비하는 동안 부엌을 꼼꼼히 살펴 봤다. 종교인들은 성경 말씀(염소 새끼를 어미 젓에 삶지 말라-출23:19)에 따라 고기류와 유제품 요리를 절대로 섞지 않기 때문에, 코셔 식당은 ‘유제품류’ 와 ‘고기류’ 로 분리해서 음식 주문을 받는다. 일반 가정도 식기, 씽크대, 조리기구, 심지어 오븐까지 각각 두 개씩 준비해서 철저하게 두 식자재가 섞이는 걸 방지하는데 여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할라빵을 두 개 만든 이유를 물었더니,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생활할 때 하나님께서 만나를 주시며 ‘안식일 전날은 이틀 분을 준비하라’는 명령에 따라 빵도 이틀 분량인 두 개를 준비한다고 했다.


다음은 밧세바 교장에게 들은 하레딤의 가정 교육 원칙 몇 가지

가) 탈무드는 신이 남자에게 주신 것으로 여자는 알 필요가 없다. 여자는 샤밧 때 “딸들에게 주는 아버지의 가르침”( מסכת אבות פרקי א ות )을 공부하는데 여자의 도리와 예의 범절, 자녀 양육 등이 주요 내용이다. 남편이나 아들이 탈무드 읽는 소리를 들을 때면 여자는 탈무드의 깊이를 절대로 깨달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신이 여자에게는 다른 부분을 주셨다.

나) 약혼한 커플은 결혼 전에 전문가로부터 결혼에 대한 교육을 남녀가 따로 받는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녀는 다르게 창조되었기에 그 차이를 잘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요리나 교육법을 배우러 다닌다.

다) 하레딤은 어렸을 때 중매로 결혼하지만 세속인에 비해 이혼율이 훨씬 낮다. 교장 자녀 7명 모두 18~20세 때 중매로 결혼을 했는데 지금 모두들 행복하게 산다. 딸 역시 초등학교 교장이고, 며느리들은 그래픽 디자이너, 공인회계사, 선생님 등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하레딤은 일반 대학이 아닌 하레딤 교육 기관에 가지만 일반인과 경쟁해서 동등한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교장은 바르 일란 대학 세미나(선생님 교육을 시키는 교육 대학을 지칭-편집자 주)에서 교사 자격증을 땄다.

라) 세상이 유대인을 미워하는 이유는 유대인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유대인 역시 세상에 대해 빗장을 내걸고 너무 폐쇄적으로 살아서 오해를 산 까닭도 있다. 우리 가족은 대대로 하레딤이지만 다들 열린 마음으로 살았고 세속인들과도 친하게 지내왔다. 여자도 모두 사회에서 일하도록 교육을 받았고, ‘어울려 사는 세상’에 익숙하다. 일주일에 두 번 오는 인도 출신 청소부가 현재 2주간 인도에 휴가를 갔는데 국제 전화를 두 번이나 벌써 했을 정도로 인종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다 어울려 지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과 같이 ‘열려있는’ 하레딤은 많지 않다.

학교 취재 때도 느꼈지만 밧세바 교장은 정말로 정이 많고 지혜로운 ‘젊은 할머니’였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이나 집에서 자녀를 대하는 모습이 똑같아 보였다. ‘시어머니가 너무 좋아서 뉴욕에 있는 친정 엄마가 별로 그립지 않고’, ‘며느리 네 명이 서로 샤밧에 시댁에 오려고 싸운다’는 아리엘라 말이 믿어질 정도로 고부 관계가 좋아 보였다. 아이들도 모두 밝고 예의 바르고, 부유하고, 다복한 이 가정은 하레딤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기에 충분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전체 하레딤의 극히 일부일 뿐, 많은 하레딤 가정이 ‘가정 폭력과 가난’으로 인해 불행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통계가 자주 이스라엘 신문에 보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왜 밧세바 가족은 하나님께 이런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남편과 자신의 집안은 조상 대대로 단 한번도 이스라엘 땅을 떠나본 적이 없어서 홀로코스트 같은 비극도 피할 수 있었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하레딤의 신앙을 잘 지켜오고 있는 게 그 이유” 라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러한 ‘유복한 하레딤’은 예수님을 영접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한 하레딤 남자는 이방 여인과는 눈도 마주치면 안 되는 전통 때문에, 이 집 남자들은 전부 이층으로 ‘피신해서’ 결국 하레딤 남자라고는 두 돌 지난 요엘만 보고 왔다. 초대받은 이번 장막절 취재 때는 발행인과 윤기자를 대신 보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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