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 아비브 교육부 국장 인터뷰

텔 아비브와 중부 지역을 담당하는 교육부 국장 아비 마토키와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 5월 9일 텔 아비브에 다녀왔다. 그날은 마침 10일 현충일(욤 하지카론)과 12일 이스라엘 독립 기념일(욤 하아쯔마웃)을 앞두고 초등학생들의 미술전시회가 빌딩 로비에서 열리고 있었다. 홀로코스트에서 희생된 가족들의 사진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많았고, 자유를 상징하는 나비 역시 눈에 많이 띄었다.

이와는 별개로 그의 사무실로 연결된 복도나 벽이 온통 미술품으로 전시되어 있어서 마치 거대한 아트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딱딱한 분위기의 한국 정부 청사와는 비교가 되었다. 키파를 쓴 할아버지 모습의 마토키 국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는 부모님 모두 이라크 출신의 ‘미즈라히 유대인’으로 이스라엘 북부 아풀라에서 출생하고 교육을 받은 종교인이다. 고등학교에서 타나크와 히브리어를 20년 넘게 가르친 후 교육 공무원으로 22년 째 근무하고 있는 그야말로 이스라엘 교육의 산 증인이다. 그의 주요 업무는 “고등학교 학습 계획(syllabus)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군대 학습 프로그램과 교육 가치관”을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스라엘 교육 관련 일문일답이다.

이스라엘 교육의 주요 목적이 무엇인가?

국장: 하나님과 이웃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또한 티쿤 올람(תיקון עולם-미쉬나에서 나온 말로 “유대인은 친절과 사랑으로 온 세상을 더 낫게 고쳐나갈 책임이 있다”는 뜻)의 정신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라고 교육한다. 유대인 교육은 기본적으로 평생 교육이다. 공부를 사랑하게끔 인도해주고,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며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우수한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유대인 교육의 성공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장: 세가지를 들 수 있는데, ‘탈무드’와 ‘하부르타’와 ‘쩨다카’이다. 먼저, 유대인 가정은 자녀가 세 살때 부터 가정에서 탈무드를 가르치며 자녀들에게 질문을 통해서 호기심을 채워주는 교육을 시킨다. 특히, 종교인은 매일 성경 읽기를 생활화하고 탈무드를 공부한다. 탈무드에서 발견한 의문점을 서로 토의하는 ‘하부르타’(חברותא)를 통해 지혜가 생기고 두뇌가 발달한다. 세속인은 탈무드 공부는 안 하지만, 타나크(토라(오경), 네비임(예언서), 케투빔(성문서))를 학교에서 공부하기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자신은 신을 믿지 않는 세속인이라 할지라도 그 조상들은 종교적인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성공 요인 역시 타나크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유대인들은 ‘쩨다카(구제)’를 통해 하나님의 일에 동참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구제금을 모아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고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이야말로 창조주의 파트너로서 '티쿤 올람'(תיקון עולם)에 참여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자선과 구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려서부터 가르치며 생활화 시킨다.


한국에서는 후츠파(חֻוצְפָּה) 정신을 유대인 성공의 배경으로 믿고, 관련 서적이나 교육법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장: 절대 아니다! 유대인은 5세부터 샤밧에는 아버지와 함께 회당에서 토라를 읽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법을 배우는데, “후츠파”는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토라의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 이는 유대인 정신과는 맞지 않는 사상으로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사람을 “사브라(צבר)”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 하며, 유대인을 다소 폄하시키려는 의도가 들어있는 주장이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부정적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이 용어가 다른 나라에서는 ‘이스라엘의 창조정신’이라며 긍정적으로 사용된다니 아이러니하다.

이스라엘 교육을 취재하면서 한국에서 알고 있는 정보와 이스라엘 현지의 실상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지만, 이날의 취재는 그 사실을 더욱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유대인의 티쿤 올람 사상은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고 있어, 다시 한번 구약과 신약의 가르침이 표현만 다를 뿐 ‘동일한 하나님의 말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교육의 진면목을 맛본 귀한 시간이었다.


보충설명(편집자 주)

1. 후츠파(חֻוצְפָּה): 후츠파는 이디쉬어(유럽 중.동부에 살던 유대인이 쓰던 고대히브리어와 독일어의 혼합어)로 좋게는 “담대함”, 나쁘게는 “무례함”을 뜻하며, 비즈니스 용어로는 “패기, 성취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오늘날 후츠파 정신은 어려서부터 형식과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며, 때로는 뻔뻔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밝히는 유대인 특유의 도전정신을 뜻한다. 이스라엘에서는 운전 중에 끼어들거나 난폭하게 운전하는 상대방에게 ‘후츠파'라고 욕설을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수평적인 군대문화와 사회조직 형성과, 페이스북의 창시자 주커버그의 도전정신, 스티븐 잡스의 창조정신 역시 후츠파 정신이 깔려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2. 티쿤 올람(תיקון עולם): 유대인의 신비주의인 카발라에서 온 티쿤 올람은 '세상을 개선하라’ 또는 ‘영생을 만들어 간다’는 뜻의 전통적인 유대교 사상이 들어있으나,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대 유대교 학자들은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건설적으로 행동하라는 명령’으로 해석한다.

3. 쩨다카(צדקה): 공의라는 뜻이지만 자선, 기부라는 말로 많이 쓰인다. 히브리어로 저금통이라는 말은 따로 있는데, 저금통의 이름을 쩨데카로 붙이기도 한다. 탈무드에서는 "그에게 속한 것은 그에게 주라. 네 소유 중에 그의 것이 없나 살펴보라."고 가르친다. 구약성경에는 구제에 해당하는 전문용어가 없었는데, 랍비들이 미쉬나 탈무드 시대를 거치면서 쩨다카라는 말을 구제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공의'에 해당하는 쩨다카라는 말을 구제라는 용어로 사용한 근본적인 이유는, 구제는 공의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의무라고 믿기 때문인데, 가난한 자를 돕고 필요한 이들을 돕는 것이 곧 공의라는 의미다.

4. 사브라: 원래 짜바르(צבר)라 불리는 선인장을 일컫는 말로서, 겉에는 가시가 돋아 접근이 어려우나 속은 달콤한 맛을 지닌 그 열매의 특성이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모진 어려움을 딛고 성공한 유대인과 닮았다고 해서,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을 ‘사브라’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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