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부(שובו)종교인 사립 초등 학교 취재기

1. 특징: 슈부에 속한 학교는 “세미 사립”이라고 불린다. 연 200세켈만 내는 공립 보다는 학비가 비싸지만(연 5000세켈-이 중 3000세켈은 스쿨 버스 운행비) 사립 학교(연 만세켈 이상)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1.2학년 때는 남.녀 합반을 하지만 3학년부터 분리 수업을 한다. 전교생 600명 중 이디오피아 유대인 자녀가 100명 정도 되는데 가정 교육 수준과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서 다른 아이들과 화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교사들도 이들을 ‘특별 관리’하지만 이디오피아 유대인의 문제는 이스라엘에서 새로운 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 학교가 속한 슈부 네트워크는 구소련이 무너지면서 알리야를 하는 러시아 유대인에게 맞는 유대교 교육을 하기 위해 세워진 네트워크이다. 이들이 오랫동안 공산주의 체재 하에 살면서 잃어버린 ‘유대인의 정체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학교라서 종교 교육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체스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과학, 영어, 수학 대회에서 상을 타는 등 세속인 학교들과 경쟁해서 뒤지지 않는 성과를 보이면서 학교의 위상이 높아져서 이 학교를 소개한 데켈과 같은 비 종교인 자녀의 입학도 늘어나는 추세다.

2. 학교에 들어서자 마자 아이들이 치즈 케이크를 들고 돌아다니는 게 눈에 띄었다. 지난 토.일요일이 샤부옷(오순절) 연휴라서(샤부옷에 유대인들은 치즈 케이크 등 유제품을 먹는다-편집자 주) 원래는 지난 주 금요일에 케이크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날씨가 37도까지 올라가 치즈가 상할 것을 염려한 교장 선생님의 배려로 일주일 연기해서 오늘 만들었다고 한다. 데켈의 딸이 치즈를 깜박 잊고 안 가져와서 교장 선생님이 직접 슈퍼에 가서 치즈를 사다 주었다. 이를 통해 교장 선생님과 아이들의 친밀감을 엿볼 수 있었다.


3. 학부모 데켈은 하레딤(정통 종교인)이 아니지만 자녀 둘을 이미 이 학교에 보내고 있으며 막내 딸 역시 올 9월부터 이 학교에 입학시킬 예정이다. 이는, 이 학교가 일반 공립 학교 보다 예의 범절을 잘 가르치고, 토라 공부를 통해 “유대인”의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시킬 뿐만 아니라, 일반 과목-영어, 수학, 예술 등-도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6학년인 데켈의 아들 갈은 모든 선생님이 만장 일치로 이달 말에 예정된 졸업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대표자로 선출되었다. 올 9월부터는 바로 이 초등 학교 옆에 붙어있는 슈부 네트워크에 속한 중.고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4. 이 학교 교장 선생님 밧세바와 인터뷰하는 동안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 듯 여러 무리의 방문객이 있었는데, 딸 둘을 이 학교에 보냈다는 엄마 미리엄과 그 딸이 군입대를 앞두고 인사를 드리러 왔는가 하면, 한 남학생도 입대 인사를 드리러 왔다. 또 한 예닐곱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울먹이며 들어와서 몇 마디 하니까 교장 선생님이 티슈를 빼서 주었더니 고맙다고 미소 지으며 나갔다. 알고 보니 흐르는 콧물을 주체지 못한 아이가 교장실에 들어와 하소연을 해서 티슈를 받아간 것이었다. 이는 거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국 학교 교장선생님이 외국인 취재단과 인터뷰가 있었다면 어떤 상황이었을까?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내가 아는 한국 분위기는 일단 교장실 앞에서 누군가 지키며 아이들은 물론 교사들의 출입까지 막으며 인터뷰를 ‘최대한’ 보호했을 터였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교장실 문은 열려있어서 교사. 학부모. 아이들 누구나 아무 때나 들어올 수 있었다. 이정도로 교장 선생님을 비롯 모든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가깝게 지내지만 대신 예의 범절을 엄격하게 가르친다. 다른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교장 선생님도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모두 “밧세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한창 인터뷰가 무르익어가는데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대 여섯명 되는 남자 아이들이 아이스바를 먹으며 종이 한 장을 가지고 들어 왔다. 알고 보니 교장 선생님께 드린다며 감사 편지를 들고 인사하러 왔다고 한다. 편지를 건네주고는 키파를 눌러 쓴 작은 머리를 조아리며 축복해 달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이들은 아브라함과 야곱을 비롯한 수많은 구약의 인물들처럼 어른들을 기쁘게 해드리고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대가로 축복을 요구한다. 특별한 날이냐고 물었더니, 밧세바 교장은 손사래를 치며 아무 때나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애정을 표시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기자가 “혹시 취재 온다고 아이들을 동원해서 연극한 거 아니냐?”고 농반진반 질문을 하자 주말엔 거의 이렇게 방문객으로 붐빈다며 오늘은 그래도 한가한 편이라고 답변한다.


5. 이 학교는 슈부에 속한 26개 학교 중에서도 모범 학교로 선정돼서 많은 방문객이 다녀가는데, 지난 달에는 유명 작가가 취재를 와서 아이들과 인터뷰를 했다. 장래 희망을 묻자, 아이들 모두 “의사, 교수, 법관, 과학자” 등 전문직 종사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해서, 이 또래 다른 학교 아이들은 모두 “축구 선수, 연예인, 경찰”이라는 대답이 많았는데 비결이 뭐냐며 놀라움을 표했다고 한다.

교육의 특징: 통지표에 점수로 각 과목을 평가해서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게 한다. 매주 교사 회의에서 학생 평가를 하고 기록하며, 문제가 있을 시엔 즉시 학부형에게 알리고 상담을 하는 등 학생 평가가 철저하게 이뤄진다. 토라는 일주일에 두 번씩 남.녀 모두에게 가르치고, 탈무드는 미쉬나(‘반복하다’는 뜻의 미쉬나는 구전 율법의 수집본)는 5학년, 게마라(랍비와 학생들이 미쉬나를 탐구하고 토론한 것)는 6학년부터 남학생에게만 가르친다. 장학사들이 게마라 수업에 들어와서 이 학교 아이들의 게마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답변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하레딤 학교는 종교 교육만 많이 시켜서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슈부 학교들은 나이에 맞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세속 교육’을 병행 한다.

6. 인터뷰 말미에 한국 관련 미담을 교장이 나누어 주었는데, 하레딤 커뮤니티에서 들었다고 한다. 2주 전에 19세의 종교인 청년이 간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한국에 있는 모병원이 이분야 수술에 세계 최고라고 알려져 있어서 부모와 랍비 등 8명의 하레딤 일행이 한국에 갔다고 한다. 이들은 올해 장막절 10월 중순까지는 이스라엘에 돌아올 수 없으리라 믿고 한국에서 장막절을 지내기 위해 쇼파르까지 준비해 갔다고 한다. 그런데 수술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이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 이달 말에는 귀국할 수 있게 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한국의 높은 의술과 의료진의 친절한 태도에 대해 모두 칭찬했다고 한다. 하레딤들은 외국에서 수술을 받는 걸 꺼림직하게 여기기 때문에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내 하레딤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이 소식을 다 들었다고 한다. 한국은 이미 탈무드를 사랑하고 마음이 따뜻한 이스라엘의 친구로 하레딤들에게도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렇게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서로를 돕는 것이 바로 “티쿤 올람(תיקון עולם: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건설적으로 행동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7. 이 학교의 성공 요인을 무엇보다도 학생과 학부모와 학교를 하나로 묶어주는 “사랑”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학교를 믿고 맡기는 학부모의 신뢰와 항상 문을 열어 놓고, 문턱을 낮추며 “학교에 있는 엄마”로 자처하는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의 헌신과 사랑을 아이들이 체감하고 잘 따라와 준다고 한다. 그래서 이 학교는 현재 종교인과 세속인의 비율이 6대4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 학교 교육 방침과 교사들의 헌신이 소문이 나서 학비를 조금 더 내더라도 이 학교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학교 운영의 성공 비결을 묻는데, 성경에서 배운 “사랑”이라는 대답에 다들 실망한다며 웃는다. 하레딤 여성 역시 구약 성경을 통해 ‘사랑’을 배웠고, 그 사랑을 삶에 적용해서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은, 하레딤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 잘못된 건 아닌지 자문하게 만든다.

8. 이 학교 교장으로 17년 째 재직 중인 밧세바 교장은 바로 이 사랑스런 아이들 때문에 예루살렘에서 매일 한 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통근을 하고 있다. 몇 년 전 예루살렘에 있는 집 근처 학교로 발령이 났지만 전근을 거부해서 모두가 놀랐다고 한다. 밧세바는 전통적인 하레딤 가정에서 자라나 하레딤 집안 남편과 스무살에 결혼해서 7남매를 낳아서 모두 출가시키고 48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다. 밧세바 교장의 자녀 교육과 종교 생활 등 가정 생활과 관련된 인터뷰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고 따뜻한 포옹과 함께 아쉬운 이별을 나누었다. 교장실을 나서며 얼핏 둘러 본 수업이 끝난 교실에 걸상이 책상에 가지런히 올라와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는 한국에서 필자가 고등학교 때까지 했던 일이라며 신기해 하자, 수월한 청소를 위해서 아이들은 모두 걸상을 위에 올리고 하교하도록 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그래…유대인과 한민족은 형제가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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