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뻣뻣한 백성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남기고, 사람들에게 칭찬받으며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것에 우쭐해 하고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하는 말이 있다. “그러다 목 부러지겠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표현을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교만함’을 떠올리게 된다. ‘목을 뻣뻣이 세우며 힘주고’ 다니는 사람은 교만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자신이 무엇인가 이룩하고 그만큼 사람들이 인정해주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목에 힘이 들어가면서 뻣뻣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반대로 ‘겸손함’은 ‘고개를 숙인다’는 표현을 쓴다.


성경에서도 ‘목이 뻣뻣한’, ‘목이 곧은 백성’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히브리어로는 עם קשה עורף (암 카쉐 오레프)이다. 문자 그대로 목이 뻣뻣한, 특별히 목의 뒤쪽에 힘을 주어서 고개가 움직이지 않은 상태임을 말한다. 그러나 그 표현의 쓰임이 원어로 볼 때, 우리의 느낌과 다르다.


출애굽기 32장에서는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계명을 받고 있는 사이, 아론을 위시한 이스라엘 백성이 금송아지를 만드는 장면에서 나온다. 하나님은 8절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명령한 길을 속히 떠나’ 일을 저질렀다고 하신다. 그리고 9절에서 이 백성을 ‘목이 뻣뻣한 백성’이라고 표현하신다. 신명기 9장과 10장에서도 표현이 또 등장한다. 9장은 출애굽기 32장과 같은 내용이고, 신명기 10장 16절에서는 여호와께서 백성들에게 요구하시는 것을 모세가 설교하는 장면이다. 12절에서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들에게 원하시는 것은 주를 경외하고 사랑하며 섬기고, ‘그의 길을 따라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14, 15절에서 여호와가 어떤 분이심을 알려주며, 16절에서 ‘그러므로 너희는 마음의 할례를 행하고, 더 이상 목을 곧게 하지 말라’고 한다.

한글로 성경을 읽으면 이스라엘 백성은 목이 곧은, 즉 교만을 떠는 백성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러나 성경은 교만함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의 ‘고집’을 말하고 있다. 히브리어 관용적 표현으로 ‘목이 곧다’라는 것은 고집이 센, 고집불통인, 말을 듣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말을 듣지 않는 가축을 생각해보면 된다. 소나 말의 목에 굴레를 채우고 주인이 가자는 곳으로 끌 때 순순히 따라오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자기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고 주인이 끄는 반대 방향으로 ‘목에 힘을 주어’ 버티는 녀석들도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우리도 주님 앞에서 여전히 목을 뻣뻣하게 하며, 주님이 이끄시는 반대방향으로 가려고 애쓰고 있지는 않는가? 내 길이 맞는 것 같고 주님 앞에서 완고함을 부리고 싶을 때에는 신명기 10장 12절에서 16절을 묵상하며, 주님께 다시 한 번 엎드리자.

#묵상 #히브리어 #윤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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