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 이스라엘 아이들의 방학나기 : 케이타나(קייטנת)

지금 이스라엘 학교들은 여름 방학 중이다. 이스라엘은 겨울 방학이 없는 대신 여름 방학이 길다. 6월 20일경 이후부터 8월 말까지 두 달 넘는 기간이 방학이다. 이렇게 긴 여름 방학의 유래는 20세기 초반 사페드에 있는 한 교장 선생님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농사를 지었는데 추수기간이 되면 늘 일손이 부족했다. 교장 선생님은 추수 기간 아이들의 결석률을 우려해 아예 일을 도우라고 긴 여름 방학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긴 여름 방학이 부모님을 돕는 좋은 방법이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 이스라엘의 학부모들은 긴 여름 방학에 대해 불만이 많다. 방학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큰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방학이 끝나고 몇 주 지나지 않아 로쉬 하샤냐와 숙곳 연휴가 연이어 있기 때문에 쉬는 날이 너무 많다. 일부 학부모들은 여름 방학과 숙곳 연휴를 합쳐 8-9월에 방학을 하자고 온라인 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단 며칠 만에 23,000여명 이상의 서명이 이뤄졌다.


여름 방학 동안 부모가 돌봐 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생겨난 것이 ‘케이타나’ 여름 캠프이다.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방학 동안 의미 있고 교육적인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해주기 위해 브네이 아키바의 한 교사에 의해 시작되었다. 케이타나는 히브리어의 ‘작다’라는 의미의 ‘카탄’과 아람어의 ‘여름’을 뜻하는 ‘케이타(케이트)’가 합쳐져 생겨난 단어로 현재 이스라엘에는 수많은 종류의 여름 캠프가 존재한다. 6월 방학 즈음만 되면 교문 앞에서 각종 업체들이 케이타나 캠프 전단지를 나눠준다.

아이들은 다양한 캠프들 중 관심 있는 분야의 캠프에 2-3주간 등록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종 일정이 짜여있고 식사 제공도 된다. 나이, 분야, 장소(국내, 국외) 등에 따라 굉장히 다채로운 케이타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하루 종일 재미있는 여름 방학을 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댄스 케이타나의 경우 캠프 기간 동안 힙합, 왈츠, 삼바, 스포츠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전문가에게 직접 배운다.


케이타나가 재미있고, 창조적이며, 사회적인 활동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싼 비용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힘들어 한다는 보고가 있다. 사설 케이타나보다 20-40퍼센트 저렴하다는 한 커뮤니티 캠프도 3주에 2,395세켈로 최저임금 대비 한달 월급의 반이나 되는 비용이 든다. 일부 지방 자치 단체가 보조를 한다 해도 2000세켈 이상이라 여전히 보통 월급의 3분의 1선인 큰 금액이다.

커뮤니티 케이타나(공립 연계)의 경우, 전국적으로 세계적인 비영리 단체들이 주최하는 100개 이상의 케이타나가 열리는데 보통 3주간 하프 데이 캠프는 600-1800세켈 정도, 풀 데이 캠프는 1600-2500세켈 선이라고 한다. 커뮤니티 케이타나의 자리가 없을 경우 일반 사설 케이타나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부담은 가중된다. 케이타나에서도 부의 양극화는 나타난다. 수만 세켈을 내야 하는 해외 케이타나부터 가장 저렴한 커뮤니티 케이타나까지 처지와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케이타나를 못 보내는 상황이라면 긴긴 방학을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야 한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은 해외에서 지내다 오기도 한다. 한 예로 이웃 아이의 반에서는 반 아이의 3분의 1 이상이 해외 여행을 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이스라엘 아이들이 방학을 보내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케이타나 이마(엄마)’다. 이것은 엄마들이 모여서 팀을 짜서 만드는 여름 캠프라 할 수 있는데 이스라엘 부모들이 아이들 방학 때 많이 쓰는 방법이다. 현재 엄마 캠프를 하고 있는 7살 먹은 딸을 둔 엄마 ‘에이핫’과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이번 여름 방학에 저희 딸 친구 4명과 ‘5인방 엄마 캠프’를 만들었어요. 친한 엄마들이 모여서 각자 원하는 활동 시간을 한 타임씩 맡는 거예요. 어떤 엄마는 아트 프로젝트를 맡아서 만들기나 종이 접기 등을 하고, 어떤 엄마는 음악 시간을 맡아서 노래나 율동을 하고, 어떤 엄마는 게임 시간을 맡아서 보드 게임이나 활동 게임들을 해요. 간단한 요리나 베이킹을 하는 엄마도 있고요. 저는 과학도라 간단한 어린이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요.”

장소는 집에서 돌아가며 하고, 중간 중간 엄마들이 바빠서 시간이 빌 때는 TV나 영화 시청, 자유놀이 시간, 간식 시간 등을 넣어 운영한다. 또 어떤 날은 한나절씩 수영장을 가거나 박물관에 가서 놀기도 한다.

“보통 하루 8-10시간 정도 시간표를 짜서 운영하는데 자신이 맡은 시간을 제외하면 엄마들은 남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요. 쉬거나 집안 일을 하거나 장도 볼 수 있고, 직장 맘들은 일을 할 수도 있고요.”

엄마들 사정에 따라 장소나 시간 조절이 용이해 케이타나 이마는 파트 타임 직장을 가진 엄마들이나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엄마들에게 매우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보통 학교 캠프나 커뮤니티 캠프라고 해도 돈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 엄마들 캠프는 돈이 많이 들지 않아요. 자신이 맡은 준비물만 챙기면 되고, 간식은 각자 알아서 도시락을 싸가니까요. 엄마들 시간 활용에도 유익하고 아이들도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재미있어 하니까 일석삼조라고 생각해요. 물론 마음이 맞는 엄마들이 모여야 하고, 각자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맡은 활동을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 중요해요.”

편부 가정이나 아버지가 시간적 여유가 있는 가정일 경우는 ‘케이타나 아바(아빠)’를 열기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는 한국과는 달리, 이스라엘의 아버지들은 자녀 양육에 적극 참여하고 시간도 많이 할애한다. 비교적 엄마 캠프보다 몸을 더 쓰고 활동적인 내용이 많을 거 같은 아빠 캠프가 남자 아이들에게는 맞을 거 같기도 하다.


에이핫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다음 방학 때는 나도 '케이타나 이마(엄마)'에 동참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한국의 전업 주부 엄마들이 이런 캠프를 적용하여 자신의 묵은 전공이나 재능을 활용해서, 아이들 팀을 짠 후 함께 가르쳐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교육 #기획 #일반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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