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 사본의 대가 임마누엘 토브(טוב עמנואל) 인터뷰

7월 19일 히브리 대학 휴머니티 건물 5층, 쿰란 동굴만큼이나 은밀하고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 임마누엘 토브 교수 연구실을 찾았다. 지난 20년 간 사해 사본 출판 책임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히브리대 명예 교수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검소한 두 평 남짓 되는 방은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한국에서 열린 사해 사본 세미나 포스터 두 장이 방문을 도배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반바지를 입고 취재진을 반갑게 맞으시는 ‘소탈한 동네 할아버지’ 모습의 토브 교수는 전세계 언론과 수많은 인터뷰를 한 탓인지 인터뷰용 ‘정장 바지’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다. 필요하다면 사진 촬영을 위해 갈아 입겠다는 걸 만류했다. 인터뷰에 앞서 사해 사본과 관련된 학구적인 내용만으로 이뤄진 종전의 인터뷰와는 달리 좀 더 ‘개인적인 내용’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의사를 조심스럽게 표했다. 선물로 드린 자개 장식의 명함집이 마음에 든 덕분인지 필자의 인터뷰 방향을 흔쾌히 수락해서 한 시간 반에 걸쳐 이뤄진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아이폰에 손녀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한 것을 보여주는 토브 교수>

토브 교수는 2007년 첫 방문 이후 지금까지 4~5회 정도 한국에 다녀왔다. 지난 7월3일-7일까지 서울 연세 대학에서 열린 SBL(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세계 학회와, 제자 김하연 박사가 코디네이트 한 세개 기관(동남성경연구원, 고신 총회 성경연구소, 대경목회연구원)에서 공동주최한 세계 석학 초청세미나에서 강의한 후 지난 주에 귀국했다. 지금까지 길러낸 한국인 제자 세 명 - 민영진 박사(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김하연 박사(대구 삼승교회 담임), 김경래 박사(뉴욕 거주) - 모두 한국과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자랑스럽다며 한국인이 유대인보다 성경 공부에 더 열심을 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진지한 학생들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다른 나라 유학생과는 달리 한국 학생들 중 단 한 명도 중도 탈락자가 없이 박사 학위를 따냈다며 그 이유로, 성경에 대한 열의와, 교수를 공경하는 태도와, 겸손한 자세를 꼽았다. 특히, 민영진 박사는 본인과 비슷한 연배 임에도 불구하고 ‘스승을 이기는 누를 범하지 않으려고’ 자신과의 탁구 경기에서 일부러 져준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승부욕이 강한 유대인 학생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한국인의 어른을 공경하는 미덕을 칭찬했다.


토브 교수는 독일 점령 아래 있던 네덜란드 출신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의 위기감을 느낀 부모님에 의해 태어난 지 일년 만에 크리스천 가정에 맡겨졌다. 네 살 때 숙부 댁으로 옮길 때까지 크리스천 가족과 함께 지내서 자신은 목숨을 건졌지만, 부모님께서는 모두 홀로코스트 때 돌아가셔서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20세 되던 해에 이스라엘로 오기 전까지 숙부와 숙모를 부모님이라고 호칭하며 함께 생활했다. 아주 어리긴 했지만 크리스천 가족이 자신을 따뜻하게 돌봐준 기억이 있고, 독일을 비롯 전세계에 많은 기독교인 친구가 있다며 기독교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독일을 용서했냐는 질문에, 기독교와는 달리 ‘유대교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용서할 수는 없고 용서는 오직 하나님의 주권이다’는 말로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또 14세 때 회원 오백 명 규모의 “청년 시오니즘 운동” 단체에 가입해서 18세까지 리더 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시오니스트’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이스라엘은 그가 있어야 할 “조국이며, 꿈의 실현 장이며, 모든 유대인의 소망”이라며 히브리 대학교 보다 훨씬 더 좋은 대우를 제시하는 유명 대학이 많았지만 전부 거절했다는 말로 조국애를 표시했다.

언어학자이기도 한 토브 교수는 네덜란드어가 모국어로 히브리어, 영어, 독어, 불어는 모두 외국어처럼 배웠으며, 언어학자로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스페인어를 꼽았다. 5개 국어를 구사하기는 하지만 그 어떤 언어도 능통하지는 못하다며, 한국인이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아시아 학생들에 비해 히브리어나 영어 발음이 좋은 것을 주목하고 한국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유대인들은 모세 오경 중에서도 출애굽기와 레위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데, 토브 교수는 의외로 ‘창세기’ 를 꼽았다. 본인은 키파도 쓰지 않고, 코셔도 ‘골라서 지키는’ 등 ‘편리한 유대인’이지만 하나님을 믿는다고 했다. 창세기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학자로서는 믿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신자로서는 전부 다 믿는다며, ‘출애굽기와 레위기에 나오는 율법은 지루하고 오히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방해하는 면이 있지만,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하나님과 더 가깝게 만들어 준다’며 개신교인 같은(?) 얘기를 했다. 또 구약 39권 중 사해 사본에서 유일하게 에스더만 발견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이는 ‘소책자이다 보니 분실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제안을 일축했다. 많은 신학자들이 성경을 연구하다가 오히려 믿음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에 대한 토브 교수의 의견을 구하자 ‘다행스럽게도 자신은 신학자가 아니라며, 사해 사본 연구가 믿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학문과 믿음의 경계를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많은 개신교인들이 “사해 사본에 예수님이나 신약의 흔적이 발견 되었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몇몇 학자의 주장과는 달리 “발견된 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서 ‘오히려 예수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면 더 큰 신학적인 논쟁에 빠졌을 거’라며 발견되지 않은 것이 기독교에 더 유익하다고도 했다. 이스라엘 박물관, “책의 전당”에 전시된 사해 사본은 이사야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진품이라고 하기에, 이사야서 진품의 행방을 질문했더니, “본인 서재에 숨겨두었다”고 농담을 하셨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이사야서와 스펠링 몇 개와 소소한 문법 차이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히브리어로 쓰여진 그야말로 이스라엘의 국보와 같은 이사야서는 도난이나 훼손 방지를 위해 ‘모처’에 고이 모셔두고 이 장소는 대외비로 지켜진다고 한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김치와 조미김과 전통한과를 꼽은 이 세계적인 석학은 요즘도 거의 매일 사해 사본을 연구하며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고 한다. 삼남매가 낳은 네 명의 손녀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이 중 아무도 사해사본에는 관심이 없지만 뭘 하든지 본인이 행복하면 그만”이라며 자신의 책은 도서관에 남겨둘 것이라고 했다. 전통한과를 구하게 되면 연락 드리겠다는 약속과 함께 교수실을 떠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저수하심(低首下心)’의 표본을 만난 듯 했다. 자신의 조국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거인을 만난 여운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사해 사본이 이스라엘 독립 1년 전인 1947년에 발견된 것은 이스라엘 땅을 물리적으로 회복시키기 전에 말씀을 먼저 회복시키신 하나님의 섭리라고 말한다. 사실 필자의 관심은 ‘세계적인 석학 토브 교수’보다는 ‘유대인 임마누엘 토브’에 더 있었다. 그의 성 토브( טוב )는 히브리어로 ‘좋다 ’는 뜻이고, 이름 임마누엘( עמנואל )은 우리가 너무나 잘아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의 예수님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 유대인 아기는 태어나자 마자 크리스천 가정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지만 부모는 모두 죽임을 당하고, 그가 6세 되던 해, 1947년에 사해사본이 쿰란 동굴에서 발견이 된다. 그 후 이스라엘로 돌아온 지 30년 만인 1990년부터 거의 20년 간 사해 사본 프로젝트 수석편집장을 역임하며 성서 용어 색인(Bible concordance) 두 개와 사해 사본 출판 시리즈 33권을 출판하는 위업을 이룬다. 이 외에도 ‘히브리어 성경의 텍스트 비평(Textual Criticism of the Hebrew Bible)’을 비롯 14권의 책을 저술하고 50권 이상을 편집했으며, 2백 편 이상의 연구논문을 썼다. 또 구약성서 사본학, 특히 마소라 텍스트와 사해사본 그리고 70인경 분야에서의 탁월한 업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Emanuel_Tov)


그를 ‘학사 에스라 ’에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20세기 3대 성서고고학적 발견 중 하나로 평가되는 ‘사해 사본’을 맡기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그의 삶에 개입된 것은 부인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 쿰란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다음 주 부터 토브 교수님의 "사해 성경 사본들(The Biblical Dead Sea Scrolls)"이 게재될 예정입니다. 번역해 주신 김하연 박사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말씀과땅 #사해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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