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빈 이스라엘 복지원 - 김예란 외 2명

엘빈 이스라엘 복지원 - 김예란


시온이가 쇼발에 돌아왔다. 하필이면 돌아온 첫날에 샤케드의 레지던트들이 전부 밖에 나가버려서 시온이의 시간이 붕 떠버렸다. 프라힘에 놀러와 함께 앉아있는데, 워커가 토바를 돌보아 줄 수 있겠냐고 부탁해 함께 하닷사 그룹으로 갔다. 나 역시 하닷사에서 머물러보기는 처음이다.침실로 들어가니 토바가 방 안에 혼자 서 있다. 전해 듣기로는 모든 것을 쥐어뜯고 행동이 과격하다고 했는데, 가만히 서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워커에게 토바는 어떤 액티비티를 좋아하냐고 물으니 음료수를 마시는 것, 밖에 나가는 것, 음악을 듣는 것 등이 있다고 한다.

곧 음료수를 한 캔을 컵에 따라주는데, 우리 가스트로 레지던트가 식사대용으로 먹는 캔이었다. 겨우 한 컵에 가득 찬 컵을 들고 있으니, 양이 정말 없다. 이걸로 우리아이들은 식사를 하는구나. 그마저도 아침 저녁만 먹는 친구들도 있다. 컵에 따라놓으니 양이 정말 가벼워 가스트로 아이들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토바에게 먹여주니 좋아하며 잘 마신다. 지금 밖은 구워지기 너무 좋은 날씨라 산책은 못하고 기타를 가져와 토바 앞에 앉았다. 복도로 통하는 침실 문만 닫아놓고 독방 문을 열어주었는데, 한동안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거나 서 있었다. 듣기로 기타를 치고 있을 때에는 기타 줄을 쥐어뜯는다고 하여 조금 쫄아 있었지만 가만히 있어주는 모습에 참 고마웠다. 주영언니가 토바 앞에서 기타를 치시고 오카리나를 불러주셨던 영상이 기억이 났다. 그렇게 과격해 가만히 앉아 있질 못했던 친구가 이렇게 얌전해지기까지 언니께선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 주셨던걸까.

무엇이던 처음은 열정으로 새롭고 신이 난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봉사 초기에 그랬었다. 다만 롱런하는 방법은 결국에 인내와 끊임없는 사랑인 듯하다. 나는 잘 모르지만 토바를 인내해주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오늘이 예전보다 조금 더 나아져왔듯이, 나 역시도 당장 바뀌는 것이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 힘 안에서 사랑과 노력을 심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라마단이라 워커들도 몸이 처져있는데, 나 역시도 계속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몸과 함께 마음이 축 처져있었다. 봉사를 향한 마음가짐을 다잡기가 쉽지 않다. 일을 신나게 하고 싶은데, 매일매일 기다려지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데 처음의 그 열정을 퍼올리기가 정말 정말 쉽지 않다. 다시 한 번 깨달아 지는 것은 나는 주님의 사랑을 먼저 맛보아 알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섬기기 결코 어려운 사람이다. 스스로 사랑을 퍼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엔 말씀 안에서 기도 안에서 친밀감 안에서 회복이 되지 않으면 누군가를 돌아 보는 것에 번 아웃이 되는 건 당연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해결방법이 내게 없어서 참 다행이다.



베이트 타마르 복지원 - 이수정

요르단에 다녀온 뒤 여독을 풀 여유조차 스스로에게 주지 않고 바로 봉사를 시작했던 지난 주. 주말엔 크파르 사바에도 잠시 방문하고, 걱정처럼만 여겨졌던 에일랏에도 드디어 다녀왔다. 그리고는 종일 꼼짝할 수도 없을만큼 병이 난 채로 샤밧을 보냈다. 금요일 하루는 침대에만 꼬박 누워있었다. 말 그대로 '샤밧 샬롬'. 식사조였는데, 함께한 사람들 모두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휴, 이제야 비로소 바쁘고 분주했던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에일랏은 '인생'이란 무엇인지 속성으로 볼 수 있었고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한 이 에일랏 여정은 내게 봉사 3개월 만에 찾아온 위기이기도 했다.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다, 하루도. 짐이고 뭐고 그냥 바로 비행기표 사서 서울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무척이나 더운 날씨 덕에 짜증은 더욱 늘었고 여실히 드러난 내 밑바닥을 내 스스로 마주하는 것이 정말 쉽지가 않았다. 걱정을 사서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에 배의 걱정이 현실로 펼쳐졌고, 또한 고통도 배였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여러 가지 관계의 문제,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운 날씨와 컨디션, 돌발적인 많은 상황들이 우리를 둘려 쌓았던 3박 4일이었다. 소위 이곳 이스라엘에서 표현하는 '발라간'의 연속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멀미가 심한 편인데 계속 꿀렁거리는 도로 위에 버스를 타고 움직였던 것부터가 첫날부터 쉽지 않았다. 전동휠체어를 쓰지 않는 아이들은 리프트에서 내리면 우리 손으로 밀고 다녀야했기에 체력 소모도 만만치가 않았다. 지난 번 예루살렘 시내 티울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과 훨씬 더 먼 곳이었기에 늘 긴장하며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잠도 에티와 한 방에서 자야했다. 원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들어주어야 하는 밤낮이었다. 실상 내 수고보다는 지수의 수고가 더 컸다. 상대적으로 우리 시설에는 남자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화장실 한 번 가고 싶다고 하면 6명을 지수가 다 데리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다(물론 워커도 있긴 했지만). 지수의 이름이 정말 닳겠다 싶었다.

늘 언급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에일랏에서도 여전히 육체적인 노동보다 정신적인 노동이 컸다. 무엇보다 도와주러 온 엘빈 사람들 그리고 채민언니에게 많이 미안했다. 에일랏이라는 곳을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한 채 돌아가게 한 것이 아직도 마음이 많이 쓰인다. 그러나, 순간순간 즐거움과 기쁨이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에 또 아이들의 즐거움에 어쩌면 우리의 노고는 싹 가셨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노고를 가시게 한 것 중 하나는 리오르의 재치였다. 리오르는 내가 하는 한국말을 곧잘 따라한다. 예를 들면, "아, 진짜 웃겨.", "졸려.", "따라하지마." 등. 재롱 아닌 재롱을 피운 리오르 덕에 웃으며 차에 오르고 내릴 수 있었으며 노고도 가시는 기분이었다. 다음 티울은 언제 또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괜스레 미리 걱정부터 되는 마음은 왜일까? 인생을 속성으로 배운 3박 4일의 에일랏의 기억은, 아마 내 삶에서 지울 수 없는 문신과 같은 일로 이미 남은 것 같다.



엘빈 이스라엘 복지원 - 정시온

오랜만에 아비카이와 리지와 사라를 만났다. 내가 탈에 있는 동안 이 세 친구들은 이페와 함께 산책을 했다. 다리에 힘을 길러야 하는 이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아비카이는 중심을 잘 잡지 못해 아비카이와 산책할 때는 나의 몸도 함께 긴장을 하게 된다. 언제 어떻게 한쪽으로 중심이 쏠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지는 걸을 때 다리가 아파서 인지 걷는 걸 힘들어하고 싫어한다. 산책을 나가자고 일으킬 때면 몸을 뒤로 빼고 젖히면서 일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산책을 나가기 전에 다리 마사지를 해주고 리지의 기분을 좋게 한 다음 휠체어를 태우고 나가서 걷기 운동을 했었다.

사라도 다리의 힘이 약하고 걸을 때마다 힘겨워 한다. 그래서 산책을 데리고 다닐 때면 소리를 지르고 싫어했다. 그리고 사라도 걸을 때 온 몸의 중심을 나에게 기대어 걸어서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날도 정말 덥고... 이 친구들과 함께 산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친구들을 위해서 산책을 나가야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가장 처음 아비카이와 산책을 했다. 아비카이와 함께 산책을 하는데 어찌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만 향해 하는지 위태롭게 걸으며 길이 아닌 곳으로 자꾸 걸어가려고 했다. 날이 더워 아비카이가 그럴 때 마다 정말 힘이 들었다. 아비카이가 넘어지지 않게 잡고 다니느라 내 몸은 긴장할 대로 긴장은 되어 있고 온몸에 땀이 흘렀다. 그렇게 아비카이와 산책을 마치고 리지와 함께 산책을 했다. 오늘은 웬일인지 한번에 나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리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잔디밭과 그늘이 있는 곳으로 갔다. 리지를 천천히 일으켜 세워 잔디밭으로 걸어갔다.

리지는 리지의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나의 양손을 잡고 걷기를 시작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았나 보다. 아비카이 때문에 조금 힘들었었는데 리지의 웃는 얼굴을 보니 힘듦이 조금 덜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해가 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리지와 즐겁게 걷기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리지와 산책을 끝낸 뒤 사라를 데리러 갔다. 이제 사라는 발에 보조기를 끼우지 않고 산책을 했다. 걷는 것을 싫어해 운동화를 신을 때 마다 앓는 소리를 내고 짜증을 냈었는데 스스로 운동화를 신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사라의 그 모습에 놀랐고, 또 사라의 다리에 힘이 많이 길러져 있어 놀랐다. 나의 손만 잡고 걷는 것이었다. 그동안 이페와의 꾸준한 산책 덕분이었던 것 같다. 산책 중에 짜증내는 소리를 전혀 내지고 않고 계속 미소를 띄며 기분이 좋아보였다. 사라의 기분이 좋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산책을 데리고 나올 때 마다 짜증을 내서 이렇게 사라가 좋아하지 않는데 산책을 데리고 나가야 하나 생각 했었는데, 이젠 사라가 산책을 더나가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니 기쁜 마음으로 함께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했다. 산책을 통해 걸음걸이와 다리의 힘이 길러지는 변화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니 걷기 산책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된 것 같다. 이 세 친구들의 건강을 위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산책을 해야 겠다.


#에피소드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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