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교육 탐방 02. '유치원' : 카나리트 유치원

이스라엘 교육을 바로 알리기 위한 ‘오짜르 교육 시리즈’ 그 두 번째로 하이파에 위치한 카나리트 유치원을 찾았다.

카나리트 유치원은 전형적인 공립 유치원으로 이스라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개인 운영 형태의 소규모 유치원이다. 주소에 맞게 찾아왔는데도 유치원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내가 서 있는 곳 바로 몇 걸음 앞인데 골목 안쪽에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작은 유치원 간판과 철 대문 안쪽으로 펼쳐진 놀이터가 보인다. 인터폰을 눌러 이야기를 하고 안으로 들어 갔다.

유치원은 주택을 개조해서 교실로 사용하고 있었고, 마당은 놀이터로 사용하고 있었다. 약 20평 되는 공간에 장난감들, 교구 및 블록들, 각종 게임들과 책들, 책상과 의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벽에는 여느 유치원들처럼 그림과 게시판들이 가지런히 장식되어 있었다. 만 3, 4세를 한 반으로 운영 중이며 35명 정원이었다. 원장 선생님은 운영자이자 담임교사였고 그 외 보조교사 2명이 더 있었다. 한국과는 달리 모두 40-50대의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이었다.

원비는 국가가 지원한다. 이스라엘에서는 만 3세부터 고교 졸업까지 의무 교육으로 학비가 무료이다. 학부모는 활동비와 교과서비 등만 내면 되는데 이 유치원의 경우는 일년에 500세켈 정도를 내면 되었다. 또한 외국인들-여행비자 체류자까지도-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 예방접종도 여행객들까지 전액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을 보면, 이스라엘에서는 교육을 건강만큼이나 인권과 기본권으로 중요시하는 거 같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다면 가까운 교육부 사무실에 방문하여 등록하면 된다. 방문 시 아이, 학부모 여권과 주소지를 입증할 수 있는 편지나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학비 지원은 자동으로 되며 개인부담금은 나중에 유치원에 직접 내면 된다.

카나리트 유치원의 하루는 7시 30분경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이 하나 둘 부모님 손을 잡고 등원하면 각자 바닥에 앉아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다른 놀이들을 하며 논다.

8시 30분-9시 사이 의자를 놓고 원으로 모여 앉아 조회를 시작한다. 조회는 10시까지 정해진 프로그램 대로 진행되는데 절기나 국가 행사 등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이 때 미리 공지한다. 10시 부터 식사 시간으로, 아이들이 의자에 앉아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서 먹는다. 아이들이 음식을 흘리거나 안 먹어도, 선생님들은 '억지로 먹이는 것은 폭력과 같다'고 말하며 그냥 내버려 둔다. 유치원에서 아이들 밥먹는 문제로 빈번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한국의 유치원 보모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보통 간단한 샌드위치나 생야채 샐러드로 이루어진 아점을 먹고 나면 다시 한 시간 정도 그리기, 만들기, 율동, 책 읽기 등의 교과 활동이 진행된다. 그 후는 바깥 놀이터로 나가 자유롭게 노는 시간이다. 마당을 개조한 놀이터에는 미끄럼틀, 작은 모래사장, 타는 기구들, 장난감들이 있었다. 공립 유치원은 2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부모님은 그전까지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야 한다. 금요일은 보통 12시 45분에 마친다.

공립 유치원은 식사 제공이 안 되는데, 이스라엘 아이들은 대부분 아침을 먹지 않고 등교한다. 그래서 좀 이른 시간인 오전 10시에 아점으로 도시락을 먹는다. 1시경 바깥 놀이터에서 놀 때 가끔 오이나 당근을 잘라서 간식으로 주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점심은 2시 이후 집에 가서 먹어야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오전 활동으로 망치와 못을 가지고 판에 박아 모양을 만드는 활동이 있었다. 세 네 살 꼬마들이 책상 위에 우드락 판을 놓고 작은 못들을 박아 그림을 만드는 모습들이 여느 예술가 못지 않게 진지해 보였다.

카나리트 유치원에서는 두 가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첫째는 아이들이 생야채를 과자 먹듯 아주 잘 먹는 것이 그랬고, 둘째는 선생님들이 망치와 못을 아이들 손에 맡기고 도와주지 않고 멀찌감치 지켜만 보는 것이었다. 왜 도와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말한다. “이스라엘 교육은 아이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것과 자율성에 기초합니다. 아이들이 잘 못한다고 해서 방해하고 어른 마음대로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하고 스스로 책임지도록 내버려 둡니다. 그러면서 배워가는 것이지요.”

취재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는데, 원장 선생님은 작년에 한국 아이가 다녔었다며 졸업 앨범을 보여주었다. 보고 싶은 듯 싱긋 웃고 있는 여자 아이의 사진을 쓰다듬는다. 20년 긴 세월 동안 같은 자리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며 만나 온 수많은 아이들. 그 아이들이 그녀에게는 삶의 자랑이자 보람이라 말했다. 선생님의 따뜻한 웃음 속에서 시간과 인종을 초월한 스승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래는 카나리트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엄마와의 일문일답이다.

Q. 왜 카나리트 유치원을 보냈나?

A. 우선 집 바로 옆이라서 보냈다. 그리고 첫째가 이미 이 곳을 다녔기 때문에 선생님들과도 친숙하다. 만약 유치원에 대한 정보가 없을 경우 교육부 사무실을 찾아가면 주소지 근처 유치원을 알려 준다. 학기가 이미 시작되었다면 선택의 폭이 좁아서 인원이 비어 있는 곳만 보낼 수 있다.

Q. 500세켈 외 더 이상 내는 돈은 없나?

A. 학부모 모임에서 학기 별로 100세켈 정도를 걷기도 한다. 선생님들 선물이나 아이들 활동비에 쓰이는 것으로 안다.

Q. 카나리트 유치원에 대한 만족도는?

A.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원장 선생님이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쳐와서 연륜과 노하우가 있고 아이들을 잘 다룬다. 학부모들과도 친하고 소통이 잘된다.

Q. 카나리트 유치원의 장점을 꼽으라면?

A.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학부모 모임이 잘 활성화 되어 있다. 학부모 모임에서 샤밧이나 휴일에 장소를 정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야외로 나가기도 한다. 또한 적응을 잘 못하는 아이가 있으면 선생님이 학부모 모임에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부모들이 그 아이를 초대하기도 하고 일부러 더 챙겨준다.

Q 카니리트 유치원의 단점을 꼽으라면?

A. 이스라엘 유치원들이 다 그렇듯이 장소가 조금 좁다는 정도이다.

#교육 #기획 #유치원 #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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