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 고원 '체리 농장'을 가다

때는 바야흐로 6월 그리고 금요일이었다. 이스라엘의 주말은 금요일부터 샤밧인 토요일까지 이어지는데 한갓져서 좋을 때도 많지만 때로는 지루할 때도 있다. 금요일 오후 샤뱟이 시작되면 쇼핑몰을 비롯, 슈퍼마켓까지도 문을 다 닫고 주말 내내 거리가 한산하다. 한국의 주말 문화, 밤 문화에 익숙하던 나에게 이스라엘에서 맞는 샤밧은 이태백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던 것처럼 유유자적하는 시간이다.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소파에 드러누워 막 훑고 있을 때, ‘카톡!’하며 정적을 깨는 소리가 났다. 골란 고원에 있는 체리 농장에 체리를 따러 가자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국에서는 귀하고 비싸서 많이 못 사먹던 그 체리. 두터운 입술에 체리 하나 물고 있던 그림에서 봤던 그 체리. 모양도 이쁘고 이름도 이쁘고 맛은 더 이쁜, 그 체리를 직접 딸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미국에서 처음으로 신선한 생 체리를 직접 먹어본 것 같다. 그전까지는 보통 케이크 장식이나 칵테일에 든 통조림 용만 먹다가, 처음 생 체리를 먹었을 때의 느낌은 마치 과일의 신천지를 경험하는 듯 했다.

지중해성 기후와 아열대성 기후에 사막 기후까지 띄고있는 이스라엘의 날씨는 과수 재배에 적합하여 다양한 종류의 과수 농장들이 존재한다. 그 중 체리는 갈릴리 이북 쪽과 골란 고원에 걸쳐 두루 재배되며 6월은 체리 철이다. 간단히 짐을 챙겨 아이들과 함께 이스라엘 북단 골란 고원으로 떠났다. 두 시간 정도 북쪽으로 달려 구비구비 고갯길들을 넘어 올라가니 레비논과 시리아 국경에 근접한 골란 고원이 나타났다. 시골 같은 풍경이 이어지며 체리 농장들이 띄엄띄엄 보이기 시작했다.

하이파를 떠난 지 한 시간 만에 도착했다. 원래는 일인당 약 30세켈 정도의 입장료를 받고 들어가지만 우리는 아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하는 농장이라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각자 원하는 대로 나무에서 체리를 따서 먹을 수 있고 나올 때 가져오고 싶으면 무게만큼 계산을 하고 가져오면 된다. 농장 주인은 체리를 바르게 따는 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열매에 달린 꼭지를 당겨 줄기에서 똑 하고 따야 하는데, 잘 익은 체리는 검붉은 색이 돈다고도 했다.

체리 나무는 생각보다 작고 가냘펐다. 얇은 가지에 어찌나 많은 체리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지 따다가 해가 질 것 같았다. 2시간 여에 걸쳐 체리 나무들을 누비며 먹다가 쉬다를 반복했다. 체리 과목은 키가 작은 편이라 낮은 줄기는 아이들이 따기에도 적당했다. 아이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귀찮게도 안하고 열심히 체리를 따서 모았다. 집에 돌아갈 때 큰 플라스틱 바스켓에 두 바구니를 담아 각각 20세켈씩 계산하고 집으로 가져왔다. 거의 일주일 내내 체리를 먹어서 나중에는 체리에 물릴 지경이 되었다. 체리는 항산화 효과, 불면증 완화, 당뇨 예방, 소염 효과, 시력 보호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간혹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고, 미국에서 대량 수입을 해서 전보다는 가격대가 저렴해졌다고 한다. 체리 농장에 다녀온 후 슈퍼마켓에 반듯하게 진열된 체리를 볼 때 마다 골란 고원의 햇살 가득했던 한가로운 체리 농장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언젠가 다시 가볼 그 날을 기대하며...

#김미영 #향유옥합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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