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람들이 언제나 내게 던지는 질문

필자는 이스라엘에 거주한 지 아직 일 년도 되지 않은 새내기이다. 단지 여기 오기 전 일본과 캐나다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현재 히브리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개인적 소견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감사하는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이곳에 오기 몇 년 전부터 이스라엘의 정치, 사회, 문화에 관심이 있었으나 북미에서 책으로만 간접경험을 한 탓에 이곳에서는 우선 내 전문 분야인 한반도와 일본 관계를 중심으로 히브리대 동아시아학에 기여하기로 했고, 지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의 현실을 제 삼자의 관점에서 관찰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앞으로 내 연구에 도움이 될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고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거의 예외없이 처음 만나면 언제나 “ 이 곳의 생활이 좋으냐 ”, “ 여기 사람들이 잘 해주느냐 ”, 그리고 “이스라엘을 즐기고 좋아하느냐 ”라는 질문을 나에게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별뜻없이 하는 말인줄 알았다. 그러나 언제나 같은 질문을 받으면서 느끼게 된 점은, 질문을 하는 상대의 억양에 가려진 심각함과 걱정의 기색이 보인다는 것이다. 또 질문을 던지고 나서 내 표정을 날카롭게 관찰하는 순간을 몇번인가 눈치챈 적도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것이 단순한 상용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을 깨달았고, 왜 그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욱이 첫 질문 후에 반드시 물어보는 것이 '내가 무엇을 전공하냐'는 것이다. 국제정치라고 답하면 왠지 상대의 긴장감이 더 커지는 듯하고, 동아시아학이라고 하면 비교적 안심한다. 자주 이런 경험을 하다보니 새로운 만남이 있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살짝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된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이스라엘의 정치안보적 현실은 불운하다. 사실 국제정치학도로서 이곳처럼 특이한 곳도 찾기 힘들 것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민족과 종교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으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속으로 무슨 생각들을 가지고 있느냐는 차치하고- 어떻게든 서로 하루하루 비비며 살아가는 모습이 나에겐 참 신기하다. 그러면서도 가끔 터져나오는 폭력에 묻어있는 감정과 증오의 깊이는 다른 지역분쟁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 격하다. 이 곳은 정말 일반적 국제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마음의 늪과도 같은 측면이 있다고 매순간 절감한다. 그래서 글로만 읽던 것을 현지에서 체험하면 할수록 더더욱 마음과 입이 조심스러워짐을 느낀다. 나같은 외국인도 이런데, 평생을 긴장감 속에서 사는 이 곳 사람들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동정심도 든다. 이스라엘 각지와 서안지역을 가볼수록 머리 속에 있던 단순한 지식들이 복잡하게 얽혀, 진정 이곳의 문제는 한쪽의 말만 듣고 단순화할 수 없음을 느낀다.


가끔 동아시아 지역정세를 아는 지인들은 '이곳과 한일관계에 비슷한 측면이 있지 않냐'고 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이스라엘에 오기 전까지는 한일관계와 동아시아의 미래에 비관적이었으나, 여기 온 후 오히려 낙관적이 되었다. 한일관계와 현재 이-팔관계의 공통점을 찾으려는 일부 사람들의 심리는 이해하지만, 이 두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일관계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두 국가간의 관계이고, 독도문제를 빼면 서로의 국경 또한 분명하며, 영토도 이스라엘에 비해 크다. 또한 시민차원에서의 교류도 많고, 그러면서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자국 안에서 상대국 사람과 매일 부대끼며 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양국이 역사문제로 대립이 있다고 해서 실제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미미하다.


그러나 한일관계와 이-팔관계의 비슷한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앞서 언급한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유대인들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깊은 피해의식이 있어, 외국인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바라보는지 상당히 민감하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인이 자기나라가 외국인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관심이 많은 것과 비슷하다. 자기 나라를 좋아하고 자기 나라와 나쁜 관계에 있는 나라에 비해 자기편을 들어주는 외국인을 만나면 일종의 안도감과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세계공통일수도 있으나, 특히 한국인들에게 그 측면이 강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이 '자기 나라를 즐기고 있느냐'는 불안감 섞인 질문을 하면 '우리와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 사람들도 우리처럼 “친(親)-자기나라”외국인 만들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는 자국의 국제사회에서의 현주소에 대한 집단적 불안감과 피해의식의 반영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곳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이들이 나의 대답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내가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또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등, 언제나 고민한다. 더욱이 상대가 나의 솔직한 대답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너무나도 솔직한 대답이 나오는 것을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면 내 고민은 더 심각해진다. 매일 매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배우는 학자의 입장에서 나는 솔직히 이런 질문을 피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나 또한 거리를 두면서 무난한 '모범답안' 을 내놓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내가 이런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한일관계를 연구하면서 몇몇 외국인들 때문에 씁씁할 경험을 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한국을 직접 경험하지도 않고 아는 것도 적으면서 일본인 지인으로부터 얻어 들은 관점으로 한국을 평가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한국의 특정 문화에 심취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한국이 최고라고 말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나는 둘 다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특히 일본과 대립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한국편을 들어주는 외국인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우리 모두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자기나라를 감정적으로만 좋아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 것은 냉철한 현실직시와 상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스라엘에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의 표정을 살피는 현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내 과거 경험을 상기한다. 이스라엘에 오기 전, 이 지역 전문가 몇분이 내게 경고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여기에선 객관적, 중립적 입장을 취하려고 해도 그것이 주변으로부터 받아 들여지기가 참 어렵다는 조언이었다. 그러나 아직 나는 그 이상을 관철하고 싶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노력하고 있다.

이승혁 박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와세다대학 석사과정 수료.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국제정치학 (한일관계) 전공). 현재 히브리대학교 로스버그 동아시아 센터 박사후 과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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