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국가' 이스라엘에서 체험한 "스타트업(Start-up)!"-상

이스라엘에 오면서, 특히 테크니온에 오게 되면서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경험 중 하나가 스타트업 창업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 된 기업의 많은 수가 유대인들이 창업한 회사라는 사실, 그리고 미국의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유대인들에 의해 시작되었거나 유대인들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황무지인 이스라엘 땅을 개간하여 작물을 키우고 도시를 세운 저력만 보아도 이들에게는 뼛속 깊이 개척정신이 새겨진 듯 하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추구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근 몇년간 다시금 창업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닷컴 버블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일시적인 관심 집중과 무분별한 투자 대신 체계적인 인프라 및 문화 구축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창업 국가라고 불릴만큼 활발하게 창업이 이루어지고, 실제로 이스라엘 땅에서 시작된 많은 기업들이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연히 이스라엘의 창업 교육과 인프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Technion 3DS'는 다양한 단대에서 모인 5~6명의 학생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꼬박 60시간동안 하나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해내는 프로그램이다. 최종 발표에는 다양한 산업계 종사자들과 투자자들이 참석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시작하여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은 훈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몇 주에 걸친 사전 서류전형과 인터뷰를 통과하여 2016 Technion 3DS에 정식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면접관에 따르면 테크니온에서 3DS를 시작한 이래 한국인 합격자는 처음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아래에 서류심사 및 인터뷰에서 받았던 질문과 답변들을 공유한다.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한 것이라 원본 내용과는 다르고, 일부 발췌한 내용이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Technion 3DS에 참가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 이곳에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나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또는 회사를 창업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재미있기 때문이다. 각 부문의 재능있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모여 매일의 일과를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세상이 우리 앞에 던져놓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처럼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또 있겠는가.


당신의 어떠한 자질 또는 성향이, 당신을 본 행사에 가장 적합한 지원자 또는 경쟁력 있는 창업팀의 일원이 되게 하는가?

-> 좋은 아이디어, 팀, 사업 모델, 자본, 그리고 타이밍이 모두 성공적인 회사를 만드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비록 Bill Gross는 회근에 있었던 TED 강연에서 타이밍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단단한 신뢰관계를 토대로 구성된 강력한 팀이야말로 성공적인 사업의 전제조건이라고 본다. 나에게는 지난 수년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탄탄한 팀을 구성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본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과제를 놓고 함께 일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다양한 어려움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팀을 조율하고, 목표에 집중시키고, 팀내 각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데 내가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당신의 업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 학부 졸업후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두달여 동안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나의 임무는 논문 및 특허검색을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쓰이는 기존 전자소재들을 대체할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화학 및 생물학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후보물질들을 검토하였고, 생태분석 및 특허/기술분석을 거쳐 결국 의뢰사에 새로운 전자소재를 제시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여러 기관들과의 접촉을 통해 해당 물질에 대한 초기 협상을 이끌었고 국내 굴지 소비자가전 회사의 투자계획을 세우는데 참여하기도 하였다.


당신의 비즈니스 아이디어 또는 최근 관심있게 지켜본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 물론 개인적으로 추구하고픈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생각하는 스타트업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회사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 컨설턴트가 세운 스타트업이다. 대학에서 전기 공학을 전공한 선배는 잘나가는 경영컨설턴트였다. 어느날, 이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혹시 참여할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다. 막 석사학위를 시작한 시점이라 팀에 합류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창립자들과 만나 비즈니스와 마케팅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선배는 '드라마앤컴퍼니'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이듬해에 '리멤버'라는 이름의 모바일 어플을 출시하였다.


해당 모바일 어플은 기존의 명함관리서비스와 달리 디지털과 아날로그 솔류션을 접목시켜 이용자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용자가 명함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전문 타이피스트들이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시킨다. 수작업을 통한 명험등록은 기존 광학인식기반 명함관리서비스들의 최대 단점이었던 낮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주었다. 현재, 약 천여명의 타이피스트들이 하루 평균 9만장의 명함을 새로이 등록하고 있으며, '리멤버'는 9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한민국 대표 명함관리 앱이 되었다.


'리멤버'를 곁에서 지켜보며, 나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리멤버' 이전에 이미 시장에는 다양한 명함관리 어플들이 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명함의 인식정확도가 낮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었고 수많은 알고리즘 개선 이후에도 인식 정확도는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결국, 기존 서비스들은 이용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리멤버'는 컴퓨터 알고리즘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이들은 인적자원을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때로는 새로운 기술을 맹신하기보다, 조금은 엉뚱하고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것이 지혜로울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원동

테크니온 공대 생물학 박사과정


#스타트업 #경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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