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결혼식에 담긴 의미

친한 유대인 친구가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주었다. 저녁 9시 예식이었다. 남편과 나는 8시경 식장에 도착했다. 입구 테이블에 놓여있는 네임 카드 중에서 우리 이름이 적힌 카드를 찾았다. 21번 테이블이라고 지정석이 적혀 있었다.

연회장의 초입에 에피타이저로 대 여섯 가지 음식과 음료가 뷔페식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식이 시작되기 전 음식을 담아 먹으며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9시가 되자 결혼 예식이 시작된다고 해서 홀로 들어갔다.

단상 위에 웨딩 캐노피인 후파(Chuppah)가 쳐져 있었다. 후파는 네개의 기둥으로 세워진 차양 같은 모양으로 이는 하나님의 법 아래 새로운 가정이 함께 세워져 감을 의미한다고 한다. 후파의 네면이 뚫려 있는 것은 아브라함과 사라처럼 그들의 가정을 열어 사람들을 대접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유대인 결혼식은 그 절차와 도구 하나하나에 모두 깊은 의미가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참석했던 결혼식 순서에 맞게 유대인 결혼 전통에 대해 간단히 쓰려고 한다.

  • 식전 - 카발랏 파님과 베데킨. 카발랏 파님은 결혼 전 일주일 간 신랑과 신부를 서로 볼 수 없음은 물론 육체적 관계도 금하는 것이다. 베데킨은 결혼식 전 신랑이 신부 얼굴에 베일을 씌워 주는 것으로, 결혼은 육체적이고 외적인 매력보다 영원한 내적인 아름다움에 기초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식이 시작하자 랍비와 양가 부모, 신랑이 후파 안으로 입장했다. 이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신부가 입장했다(이는 유대식은 아니다). 신랑이 걸어와 신부를 넘겨받고 베일을 걷어 주었다. 그리고 함께 후파 안에 섰다. 랍비의 인도 아래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 하카포드 - 먼저 신부와 신랑이 서로의 주변을 모두 일곱 번 돌았다. 이는 둘의 관계가 평등함을 나타내며, 7이라는 숫자는 완전수로 둘은 분리될 수 없고, 세상이 7일 만에 생긴 것처럼 부부의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 키두신 - 랍비가 노래하듯 전통적인 결혼 축복 기도를 낭독했다(꼭 한국의 창 소리 같았다). 랍비가 포도주 잔을 건네자 신랑 신부가 나눠 마셨다. 포도주는 유대인에게 있어 기쁨을 의미하는데 결혼식에서는 총 두 잔의 포도주를 마신다. 키두신은 성화, 헌신이라는 의미이다.

  • 반지 주기 - 이어 신랑은 두 명의 증인이 보는 앞에서 신부에게 결혼 반지를 끼워 주며 말했다. “모세와 이스라엘의 법에 따라 당신은 나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반지의 재질은 상관없지만 결코 흠을 내선 안 된다고 한다. 보석이나 모양을 새기지 않은 ‘온전한’ 슈라못 반지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꼭 그런 것은 아닌 듯 하다. 이어 신부가 신랑에게 반지를 끼워 주었다. 전통적인 식순은 아니지만 둘은 서로에게 쓰는 감동적인 사랑의 편지도 낭독했다.

  • 케투바 - 랍비는 노래하듯 결혼 서약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이를 케투바라고 하는데 주로 신랑의 결혼에 대해 의무나 권리, 책임 등이 그 내용이라고 한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으로, 두 명의 증인이 사인을 했다. 고대에 유대인 아내의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해 실행했던 것으로 현대에는 전통 의식으로 행한다. 전해 듣기로는 아주 사소한 요구 사항까지도 이 계약서에 적어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 쉐바 브라코드 - 7가지 결혼 축복서를 랍비와 신랑 신부의 가내 어르신들이 돌아가며 낭독했다. 그 내용은 세상의 창조자에 대한 믿음, 기쁨과 사랑의 나눔, 그리고 유대 민족의 궁극적인 구속에 대한 것이라고 하며, 두 번째 포도주 잔을 신랑 신부가 조금씩 나눠 마셨다.

  • 포도주 잔 깨기 - 랍비가 헝겊에 싸서 들고 있던 포도주 잔을 바닥에 던져 깨뜨렸다. 신랑은 깨어진 조각 위를 뛰며 더 부수었다. 이는 이 기쁜 순간에서도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를 잊지 말자는 민족적 의미이며, 결혼은 되돌릴 수 없는 영원한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하객들은 모두 “르하임”(삶을 위해), “마잘 토브”(축하해)를 외쳤다. 간단한 광고와 함께 30분 가량에 걸친 식을 마쳤다.

이제 모두 지정된 테이블에 앉았다. 이스라엘식 기본 샐러드 반찬들과 피타 빵이 차려져 있었다. 메인 식사는 생선 요리와 소고기 요리였다. 가운데 홀에는 라이브 밴드들이 연주를 하고 있었고, 신부와 아버지가 나와 멋진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너무 아름다웠다. 둘이 한참 춤을 추는 동안 식사를 마친 사람들도 같이 나와 춤을 추었다. 유대인 결혼식 춤에 ‘호라’라고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결혼식 날 밤의 왕과 왕비인 신랑과 신부를 각자의 의자에 앉혀 하객들이 위로 높이 드는 것이다. 이는 서로를 세워주고 높여주며 지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11시가 좀 넘어 식장을 나와 직접 보지 못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댄스 파티는 유대인들의 어깨동무 춤이나 원형 춤으로 변해 모두 같이 춤을 추다가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고 한다.

이번 유대인 결혼식 참석을 통해 가정과 그 시작인 결혼을 중시하는 유대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왠지 한국의 결혼식들이 아쉬울 만큼, 의미 있고도 재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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