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슈아의 나팔수 되어


지난 3월 초, 우기 끝자락의 어느 날, 햇살이 밝게 내리쬐던 날이었다. 막내 아이와 함께 집 앞 놀이터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을 때 문득 놀이터 한 켠에 심긴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희고 연한 핑크 빛의 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것이 이스라엘의 눈부시게 부서지는 하얀 햇살과 절묘히 어울렸다.

사실 처음에는 벚꽃인줄 알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복숭아꽃인가 했다. 그런데 그 나무의 정체는 다름아닌 아몬드 나무였다. 아몬드를 먹어만 봤지 그 나무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중동 지방이 원산지인 아몬드 나무는 수 천년 전부터 재배되어 왔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를 매장할 때 사후세계에서의 건강을 염원하며 아몬드도 함께 묻었다고 하니 그 역사와 인기는 참으로 길다. 요새 한국에서도 웰빙 식품, 영양학적으로 인정받은 견과류들이 소포장 판매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그 주에 교회에서 성막 설교를 들으며 아몬드 꽃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유는 성막에 있던 일곱 금 등대, 즉 메노라를 장식한 살구꽃이 바로 아몬드 꽃이라는 것이었다. 궁금증이 생겨 좀더 찾아보니 성경을 한국어로 번역할 당시 한국 사람들은 아몬드를 몰랐었다.

또 아몬드 나무는 ‘장미과 자두속’에 속하며 한자로 복숭아 ‘도’ 자를 써서 ‘편도’ 라고 했기 때문에 한국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살구꽃으로 번역된 것이라 한다.

그런데 왜 금 등대를 하필 아몬드 꽃 형상으로 했을까? 아몬드는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쯤 피는 꽃이다. 겨우내 가지의 꽃망울이 필 준비를 하고 있다가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피어나는 봄을 알리는 나팔수이다. 이는 부활의 첫 열매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가장 와 닿았다. 죽은 듯 보이는 차가운 겨울에도 생명을 그 안에 지니고 인내하고 있다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며 피어나는 꽃. 꺼지지 않고 성막을 비치는 등대를 장식한 아몬드 꽃의 의미가 제자의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만 같다.

아론의 싹 난 지팡이 사건에 나오는 싹 역시 살구 꽃이 아닌 아몬드 꽃이다. 하나님께서는 반역하고 도전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씀하신다. 각 지파 지도자의 지팡이를 가져오면 당신이 선택한 제사장의 지팡이에서만 싹이 날 것이다.

그리고 아론의 지팡이에서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까지 맺히는데 그것이 바로 아몬드였다. 그러고 보면 아몬드는 당시 이스라엘에서도 사랑 받는 음식으로 축복의 상징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견과류를 참 많이 먹는다.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 어디를 가던 견과류 코너는 늘 다양한 종류의 견과들로 가득하다. 한 이웃이 우스갯소리 반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 유대인들이 머리가 좋은 것은 다 견과류를 많이 먹기 때문이야. ’

오늘 나도 슈퍼에 가서 아몬드를 한 봉지 사와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푸른 잎과 열매로 덮여있는 아몬드 나무 옆에 앉아 오독오독 씹어 먹으며 다시 한 번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곱씹어야겠다. 인내로서 믿음의 길을 걸으며 주님 다시 오심을 준비하는 나팔수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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