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유월절

2009년 초 남편과 나는 한 선교단체의 훈련을 받고 있었다. 우리가 속한 팀은 두 달간 남태평양 ‘서사모아’ 섬으로 선교여행을 갔다. ‘팔레’라 불리는 원두막과 컨테이너 박스에서 지내며 코코라이스라는 죽으로 식사를 했다. 팀원의 대부분이 서구권이라 다들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했다.

그 중 드보라라는 자매가 있었다. 그 자매는 이스라엘서 온 믿는 유대인이었다. 드보라는 군복무를 마치고 국가에서 주는 재정으로 이 선교훈련을 참석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군복무시 월급의 일부를 떼어서 그것을 전역할 때 한번에 지급한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그 돈으로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다. 군복무를 막 마친 사람답게 드보라는 매우 씩씩하고 진취적이었다.

그런데 선교 여행 중반쯤 되었을 때였다. 드보라는 갑자기 다른 음식들을 일절 안 먹고 비쩍 마른 또띠야 같이 생긴 빵만 먹기 시작했다. 이유인즉은 ‘유월절’ 이기 때문에 무교병 만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에 대해 큰 관심이 없던 때라 그저 성경에서 접했던 ‘유월절’ 을 이스라엘에서는 지금도 지키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 주 어느 오후, 우리 팀은 드보라를 위해 함께 유월절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다. 드보라의 지시 아래 음식을 준비하고 테이블을 세팅하고 그때는 몰랐지만 세데르를 준비했다. 포도주 잔을 들며 시작한 세데르는 약 두 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드보라는 가져 온 책을 보며 노래를 부르게 하고 뭔가를 낭독하기도 하고 다른 여러 의식들을 진행했다. 멋도 모르고 따라 하며, 원래 8시간 정도 하는데 우리를 배려해서 2시간으로 줄인 것이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있다. 상추 잎과 닭 다리, 계란, 사과, 야채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꾸몄던 소박한 유월절 저녁 식사였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각 나라 국기들을 들고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의 첫 유월절을 떠올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 때는 이렇게 이스라엘에서 살며 유월절을 보내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그 때 농담처럼 남편이 ‘우리 2013년 드보라의 결혼식 때 이스라엘에서 만납시다’ 했었는데 실제로 드보라는 2013년도에 결혼을 했고 우리가 참석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섭리가 얼마나 놀라운지. 내 삶 최고의 가이드 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앞으로도 나의 삶을 최선의 길로 인도해주실 그 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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