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한 여인과 신앙의 야성(野性) : 잠언 31장 10절


’현숙하다’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현숙한 여인’이라는 표현은 어떤 여성상을 말하고 있다고 보는가? 대부분 젊은 여자에게는 요조숙녀의 이미지를, 부인들에게는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는 ‘현숙(賢淑)’의 한자 의미 때문에 발생한 이미지이다. 국어사전에는 ‘여자의 마음이 어질고 정숙하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말 잠언이 말하고자 하는 여성상이 그럴까?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이 부분이 ‘אשת חיל(에쉐트 하얄)’이라고 쓰여있다. ‘하얄’이라는 단어에는 힘, 능력, 유능한, 군대(현대 히브리어에서는 ‘군인’) 등의 뜻이 들어있다. 직역하자면 ‘유능한 여인’이라고 하는 것이 원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히브리어 표현대로라면 한글 성경의 ‘현숙한 여인’은 너무 부분적인 표현이다. 원문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바람직한 여성상 전체를 담아내지 못하는 번역인 것이다. 사실 시대적으로 볼 때 한글 성경 번역 당시, 유교사상이 근간을 이룬 조선 말기의 바람직한 여성상이란 현숙한 여인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달랐다. ‘에쉐트 하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잠언 31장 10절 이후로 읽어보면, 그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내용들을 읽어보면 이것은 단순히 ‘현숙한’ 여인으로서는 감당하기가 어려운 일들이 많다. 남편도 성심성의껏 섬겨야 하며, 장사도 해야 하고,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서 해가 져도 밤새도록 일을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일은 지혜롭게 처리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도 받아야 한다. 그야말로 슈퍼우먼이 따로 없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이 ‘에쉐트 하얄’이 감당하는 수많은 일들 중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역경이 있을 것이고, 때론 좌절과 포기하고 싶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이 문제점들을 당당히 맞서 돌파해나가는 데에는 ‘하얄(힘, 유능함)’이 필요하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삶에 ‘야성(野性)’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성은 때론 거칠지만, 때론 씩씩하며, 때론 무모하지만, 때론 순수하다. 어떤 역경과 고난 중에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을 잃지 않음을 말한다. 야성은 남성의 전유물만이 아닌 것임을 잠언은 말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앙에 야성이 필요하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역경이 찾아올 수 있다. 고난이 있을 수 있다. 살면서 어려움이 없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매번 넘어질 수 없다. 우리에게는 믿음이 있다.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함이 없다고 성경이 말하고 있지 않는가? 하나님이 말씀하고 계시지 않는가? 신앙의 야성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 분으로 인하여 우리 모두가 ‘에쉐트 하얄’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히브리어 #윤영천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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