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기념일의 소회(所懷)

‘홀로코스트’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찌 독일의 아돌프 히들러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 사건이다. 홀로코스트는 그리스어 holókaustos[ὁλόκαυστος]로 hólos는 ‘whole 전체’, kaustós는 ‘burnt 불탔다’라는 뜻이다. 또한 히브리어 ‘쇼와’(שואה)라고도 하는데 이는 ‘재앙’이라는 뜻이다. 홀로코스트를 통해 유대인 약 600만명이 가스실에서 죽어나갔다. 600만명은 현재 이스라엘 인구와도 맞먹는 어마어마한 수로 이스라엘에서는 매년 홀로코스트 기념일에 그들의 죽음을 기리고 있다.

지난 5월 5일은 홀로코스트 기념일이었다. 기념식이 거행되는 9시 30분이 한참 남았지만 줄줄이 이어지는 행렬이 오디토리움을 차곡히 채우기 시작했다. 9시 30분에 시작한 기념식은 한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식순이 이어지던 가운데 10시가 되자 사이렌 소리가 오디토리움을 비롯해 이스라엘 온 전역에 울려 퍼졌다. 2분 동안 모두들 자리에 서서 무참히 죽어간 600백만을 기리며 묵념을 했다.

내가 이스라엘에 온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여느 날과 다름없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모두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도,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들도 시간이 정지한 듯 모두 멈춰 서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꺼지자 다시 각자의 분주한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알고 보니 그 날이 홀로코스트 기념일이었다. 그들에게는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한,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런 날일 것이다.

기념식을 마치고 오후에 홀로코스트 생존자 증언을 들었다. L 할아버지는 홀로코스트 당시 어린 꼬마였다고 했다. 그 분은 특히 당시 유대인 어린 아이들의 처참한 현실에 대해 증언하셨다. 그나마 13세 이상 어린이들은 워크 퍼밋을 받아 고된 노역을 하며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는데, 13세 이하 어린이들은 쓸모 없는 존재들로 여겨 모조리 잡아 죽였다고 한다.

나찌들에게 있어 어린이, 노인, 장애인은 사회를 좀먹는 존재들 이였기에, 그런 암적인 존재는 죽여야 사회가 발전한다는 논리를 폈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수용소 생활을 겪으며 가스실로 끌려 가지 않기 위해 애써 노력했다는 할아버지. 그 분은 여전히 당시의 경험과 상황을 이야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아돌프 히틀러를 비롯해 당시 독일은 인구의 98%가 기독교인이었던 국가였다. 신앙과 믿음을 자신의 논리와 야망을 위해 왜곡하고 변질시켜 독선과 세뇌, 그리고 대학살을 낳은 것이다. 종교개혁을 한 루터의 유대인에 대한 글이 600만 유대인을 피 흘리게 하는데 합당한 근거로 제시되었다고 하니, 홀로코스트는 오랜 세월 쌓여 온 반 유대 정서의 귀착지 였을 것이다.

몇 년 전, 전 세계에서 모인 기독교 컨퍼런스 행사에서 예정에 없던 일이 벌어졌다. 독일 목사님께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메시아닉 유대인 형제들 앞에 무릎을 꿇으시고 용서를 구하신 것이다.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독일의 죄를 하나님과 유대인들 앞에서 깊이 사죄하는 시간이었다. 그 때 유대인 형제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며 서로들 얼싸안고 울며 뜨거운 화해와 회복의 시간을 가졌었다. 어쩌면 유대인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은 진정한 사과와 위로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홀로코스트 기념일을 유대인들과 함께 지내며 궁극적인 참 소망이자 위로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이들이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본다.

#에세이 #소담 #김미영 #향유옥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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